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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 배경 영화-'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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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이 시는 동료애·인류애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죽음에 대한 사색을 읊은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종'은 죽은 사람을 위해 울리는 종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조종(弔鐘)'이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바로 이 '조종', 곧 '죽음'이 원작 소설의 중심 테마이기도 하다. 이는 헤밍웨이가 제1차 세계대전 및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체험했고, 아버지의 자살을 경험했으며 자신 또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들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1937년 스페인 내전, 파시스트와 싸우는 공화주의자들을 돕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전쟁에 뛰어든다. 미국인 로베르토 조던(게리 쿠퍼)도 그 중 한 명이다. 미국에서 대학 강사였던 청년 조던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스페인의 전쟁터로 와 공화 정부파의 의용군에서 폭파 전문 게릴라로 활약하고 있다. 


 밤중에 달리는 기차를 폭파하고 적군에게 쫓기는 로베르토와 동료 카쉬킨(페오도르 찰리아핀). 이윽고 카쉬킨이 적군의 총탄에 맞고 쓰러지며 로베르토에게 약속대로 처리하라고 부르짖는다. 동료가 적군에게 생포되어 고문의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던은 권총으로 카쉬킨을 사살한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밀리시아노 카페&바로 돌아온 조던은 골츠 장군(레오 불가코프)으로부터 3일 후 공화 정부파의 공격에 때맞춰 적군의 진격로인 협곡의 다리를 폭파하라는 새 임무를 부여받고 길잡이 안셀모를 소개받는다. 따라서 이 영화의 줄거리는 3일, 즉 72시간이라는 시한 속에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조던은 집시 노인 안셀모(블라디미르 소콜로프)의 안내로 협곡의 다리를 정찰한 후 다이너마이트를 운반하여, 파시스트 점령지의 산악 지대에서 은밀히 활동하고 있는 파블로(아킴 타미로프)가 이끄는 게릴라 부대에 합류한다.


 게릴라의 동굴 아지트엔 열아홉살의 아가씨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만)가 요리, 빨래 등 허드렛일을 하며 게릴라를 돕고 있다. 그녀는 파시스트들에 의해 공화파 시장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총살 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자신도 머리를 삭발 당하고 집단 강간을 당해 죽어가다 파블로가 이끄는 게릴라들의 손에 가까스로 구출되어 3개월 전에 그들의 일원이 되었다.


 조던은 게릴라 부대에 합류한 첫날 마리아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그런 아픔을 겪은 마리아는 처음으로 사랑의 행복을 맛본다. 이를 눈치 챈 집시 여장부 필라르(카티나 팍시누)가 조던의 손금을 봐주겠다고 제의한다. 유심히 살펴보던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러나 시치미 떼고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초반의 이 장면에서 이미 조던의 죽음을 암시한다.


 게릴라의 두목 파블로는 다리가 파괴되면 산으로 도망쳐야 하는데 10명에 말은 5필밖에 없다며 다리 폭파를 거부한다. 그러나 파블로의 부인이자 동지인 필라르는 파블로가 겁쟁이가 돼 버렸다며 이제 자기가 대장으로써 게릴라들을 규합해 조던을 돕겠다고 나선다. 이에 파블로는 아무 말 없이 혼자서 어디론가 사라지는데….


 다음날, 간밤에 처자식을 보러 몰래 마을에 다녀온 페르난도(포르투니오 보나노바)가 공화 정부파가 무슨 다리 폭파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는 작전이 어떤 경로를 통해 누설되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짓누르는 긴장 속에서 피어나는 로베르토 조던과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는 아름답다. 마리아가 키스를 할 때 "키스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코를 어디에 두는지 궁금했었다."고 수줍게 말하면서 로베르토와 키스하는 장면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또한 마리아 역을 위해 실제 머리를 짧게 커트한 잉그리드 버그만의 헤어스타일은 당시 세계적인 유행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무튼 신념을 위해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냉혹한 현실 상황에 회의하던 조던은 마리아의 사랑에서 투쟁의 의미를 찾고 폭파계획을 진행한다.


 마침 정찰 나갔던 안셀모와 집시 라파엘(미하일 라숨니)이 돌아와 다리 보초병은 8명이고 정오와 오후 6시에 교대한다고 보고한다. 사실 그들은 문맹이라 로베르토가 그려준 그림에 작대기만 그려서 갖고 왔다.


 5월인데 밤에 눈이 내린다. 그 사이에 아지트를 떠났던 파블로가 돌아와서 계속 술을 마시며 마리아와 조던에게 딴지를 걸자, 참다 못한 오거스틴(아르투로 데 코르도바)이 파블로를 몇 대 때리고 내쫓는다.


 조던이 대원들에게 파블로의 처치 문제를 놓고 각자의 의견을 묻는데 모두 죽이자고 하지만, 페르난도는 그가 똑똑하고 길을 잘 안다며 다리 폭파 후 누가 우리의 철수를 주도하겠냐며 동정만 감시하자고 제안하는데….


 이때 필라르가 파블로의 무용담을 들려준다. 혁명이 시작되던 날, 시청 앞에서 한 사람씩 몽둥이로 쳐서 죽이는 잔인한 폭도로 변해버린 공화정부파 사람들에 환멸을 느끼고, 보다 나은 일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고 말하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든가! 파블로가 불쑥 나타나 "눈이 그쳤다. 이제 다리 폭파에 찬성한다"며 "도우러 왔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여기서 약 4분의 중간 휴게시간이 있다.

 다리 폭파 후 탈출하는 데에 필요한 말을 훔치다 적군에게 발각된 엘 소르도(조셉 칼레야)와 호아퀸(릴로 야르손) 등 5명의 대원들은, 로베르토 등 나머지 동료들이 적군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간밤에 내린 눈 위에 반대편으로 가는 발자국을 만들어 자신들을 추적해 온 적군을 가파른 암벽 계곡으로 유인하여 싸운다.


 암벽 정상에서 머리싸움으로 트릭을 써서 적군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던 5명의 전사는 결국 3대의 비행기 폭격에 의해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한편 조던은 아군의 작전이 적군에게 새나가버려 골츠 장군에게 다리 폭파 취소를 요청하는 편지를 써서 안드레스 로페스(에릭 펠데어리) 편에 급히 보낸다.


 이 무렵 로베르토와 마리아는 푸른 달빛이 가득한 밤, 협곡의 다리를 폭파해야 하는 운명의 날 전야에 바위틈에서 사랑을 나눈다. "사랑을 하는 데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3일 밤과 3일 낮의 시간은 우리 생애의 전부와 같다." 필라르가 마리아에게 조언해준 명언이다.


 동이 틀 무렵, 골츠 장군과의 연락이 제때에 닿지 않아 로베르토는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완수하기로 마음먹고 집시 게릴라들의 도움을 받아 끝내 다리를 폭파하고 만다. 그러나 안셀모 노인과 페르난도를 잃어버린다.


 다리 폭파 뒤 한사람씩 말을 타고 적의 포탄이 쏟아지는 협곡을 가로질러 탈출한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로베르토가 협곡을 철수하던 중 적군의 포탄 파편에 맞아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되자 그는 마리아를 불러 설득한다.


 "…당신 가는 곳엔 항상 나도 가는 거야. 우리는 사랑하니까 당신은 나고, 나는 당신이야. 지금 떠나. 빨리 그리고 멀리. 우리 둘이 가는 거야. 항상 우리들은 같이 있다는 걸 기억해. 일어나… 작별인사는 하지 마, 마리아! 우리는 헤어지는 게 아니니까…. 안 돼! 돌아보지 마. 지금 가. 힘내! 우리의 삶을 돌봐줘…." (다음 호에 계속)

 

▲ 게릴라의 두목 파블로(아킴 타미로프)는 말이 부족하다며 다리 폭파를 거부하자 그의 부인인 집시 여장부 필라르(카티나 팍시누)가 대신 조던을 돕겠다고 나서는데…

 

▲ 마리아를 친딸처럼 여기는 집시 여장부 필라르(카티나 팍시누)가 "72시간에 생을 바쳐 사랑하라"고 말한다.

 

▲ '키스를 할 때 코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모른다'고 수줍게 말하는 19살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만)가 로베르토(게리 쿠퍼)와 키스하는 명장면.

 

▲ 암벽 정상에서 싸우는 엘 소르도(조셉 칼레야)와 호아퀸(릴로 야르손) 등 5명의 대원들은 결국 3대의 비행기 폭격에 의해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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