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ho2017
칼럼니스트
국제펜클럽회원

416-871-3428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97 전체: 669,459 )
WWI 배경 영화 (X)-‘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3)
youngho2017

 

(지난 호에 이어)

 단칼의 내레이션 - "그것은 깊고 어두운 비밀스런 그의 안에서 들려온 곰의 목소리였던 것 같다."

 

 그렇게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트리스탄은 다시 내면의 야수성을 드러내면서 정처없는 유랑길을 떠나려고 한다. 연인이 자신 곁에 있길 바라면서 수잔나는 여자로서의 결정적인 질문을 한다. "아이가 있다면, 아님 내가 임신 중이라도 떠나겠냐?"고…. 그러나 트리스탄의 대답은 "예스". 그럼에도 "영원히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수잔나!

 

 아버지와 수잔나, 원주민들의 배웅을 받고 말을 타고 떠나는 트리스탄을 이자벨 데커가 한참을 뒤쫓아 간다. 오로지 '단칼'만이 그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예언하는데….

 

 1918년 4월20일, 수잔나가 트리스탄에게 보내는 편지. 소 값은 떨어지고 겨울은 끝없이 이어진다. 수잔나는 이자벨을 데리고 헬레나에 있는 알프레드를 방문한다. 그는 시카고, 워싱턴에도 투자하는 등 잘 나가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이자벨을 시카고 기술학교에 보내려 하나 그녀는 농장을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아마 트리스탄을 기다리기 때문인 듯.

 

 1919년 12월12일. 트리스탄이 수잔나에게 보낸 편지. 화면은 야생마같은 모습으로 변해 사냥꾼으로 생활하고 있는 트리스탄을 보여준다. 그의 편지는 석 줄의 짤막한 내용 ― "우리 사랑이 끝났듯이 나도 죽은 것이오. 다른 사람과 결혼해요!"

 

 한편, 알프레드가 미합중국 하원의원 출마에 즈음하여 아버지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다른 정치인들과 함께 농장을 방문한다. 그러나 대령은 자신이 종군한 인디언 전쟁에서 죄없는 마을을 쓸어버리고 어린 아이들까지 싸그리 죽이라고 명령한 정부를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혜도 상식도 인간성도 없는 정부를 비난하며 아들에게 "진정으로 순수한 애국심에서 네 가치를 믿고 널 밀어준다고 생각하는가 자문(自問)해 봐라!"고 충고하며 매몰차게 협조를 거절한다. 이에 러드로우 대령의 아들로서 지혜와 인간성을 찾게 하겠다고 공언(公言)하는 알프레드!

 

 아버지에게 거절 당하고 집을 나서던 알프레드는 마침 트리스탄에게서 온 결별 통보의 편지로 실의에 빠진 수잔나를 발견하고 그녀를 위로한다. 그때 이 광경을 목격한 대령이 동생의 아내를 건드린다고 흥분하여 "동생 새뮤얼은 군인이길 선택했으나 정부가 그를 도살장에 보내 죽인 거다. 너같은 기생충들이!"라며 "벼락 맞을 놈, 망할 놈 같으니"라고 욕을 퍼붓는다. 그제서야 트리스탄의 편지를 보여주는 알프레드.

 

 수잔나는 마침내 알프레드와 결혼한다. 이 사건 이후 알프레드는 아버지와 대립하게 되어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평화로웠던 가정. 세 아들과 아름다운 여인은 떠났고, 대령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집안은 점점 황폐해져 간다.

 

 몇 해의 겨울이 지나고 또 봄이 찾아온 어느 날, 수십 마리의 말떼를 몰고 말쑥한 신사복 차림으로 돌아오는 트리스탄. 그러나 그 사이 중풍에 걸린 아버지는 말을 못해 목에 건 조그만 흑판에 '행복하다'고 적는다.

 

 아버지에겐 최신 윈체스터 장총을, 단칼에겐 '자비의 천사'라는 유명인이 만든 멧돼지 송곳니 목걸이를 선물한다. 그리고 데커 부부에게도 선물한 다음, 이자벨과 수잔나에게 줄 선물도 준비했다고 말하자 갑자기 조용해진다. 로스코 데커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수잔나는 몇 년 전에 알프레드와 결혼했으며 하원의원이 돼 헬레나의 큰 저택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쟁 직후 소값이 최저로 내렸지만 제때에 조치를 하지 않아 거의 전재산을 잃어버렸음에도 대령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령이 필담으로 알프레드가 '금주법'에 찬성했다고 알리자 트리스탄이 밀주를 만들어야겠다고 하는데, "조심만 한다면 밀주는 수입이 좋지. 정부놈들 골탕 좀 먹여봐!"라고 오히려 격려하는 대령. [註: '금주법(禁酒法, Prohibition Act)'은 1919년 1월16일 비준된 수정헌법 제18조와 볼스테드 법(Volstead Act)에 의해 주류의 양조·판매·운반·수출입을 못하게 하였고, 1933년 12월5일 미국 수정 헌법 제21조가 수정헌법 제18조를 대체하면서 폐지되었다. 이 금주법 시기에 마피아 알 카포네(Al Capone, 1899~1947)가 승승장구하게 되는데, 이 흑역사의 시기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Once Upon a Time in America(1984)' 'The Untouchables(1987)' 등이 있다. 또 '초원의 빛(1961)'에는 이 시기에 밀주 클럽 'speakeasy club'을 만든 여장부 텍사스 귀난(Texas Guinan, 1884~1933)이 등장하기도 했다.]

 

 헬레나에 가서 수잔나를 만나는 트리스탄. "당신을 영원히 기다릴 수는 없었다"고 말하는 수잔나가 그가 선물했던 팔찌를 돌려주려 하자 '마법의 팔찌'라며 되돌려주는 트리스탄. 아직도 마음 속으로 트리스탄을 사랑하고 있던 그녀는 에둘러 형을 만나겠냐고 묻는다. 그러지 않는 게 좋겠다며 안부 전하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며 떠나는 트리스탄….

 

 사랑했던 연인을 마주했지만 이제 형의 아내, 즉 형수가 된 수잔나 역의 줄리아 오먼드의 안타까운 표정 연기가 빛을 발하고 심금을 울린다. 영화 첫 장면에서 맘껏 소리내 웃는 웃음이 좀 천박하지만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애교 웃음으로 들리던 그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 비련의 여인이 되어 눈물이 많아졌다.

 

 수잔나에 대해 남아있던 미련을 체념하고 자신이 너무 늦었음을 인정한 트리스탄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좋아해왔던 원주민 데커 부부의 딸 이자벨(카리나 롬바르드)을 만나 준비했던 선물을 준다. 그리스 크레타섬의 이에라페트라 산(産) 반지이다.

 

 1921년 6월2일 어머니 이자벨이 돌아온다. 트리스탄과 결혼할 20살의 신부, 이자벨 2세의 웨딩드레스를 선물로 가져왔다. 드디어 아들이 태어나자 '새뮤얼 데커 러드로우'라고 동생 이름을 붙였다. 수잔나의 축하편지에는 자기는 아기를 갖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후 또 딸을 낳으면서 이렇게 트리스탄은 행복하게 사는가 했는데….

 

 때는 금주법 시대였고, 캐나다산 스카치 위스키를 몰래 반입하여 마을 가게에 공급하던 트리스탄은 경쟁자인 존 T. 오베이넌(로버트 위즈든)과 제임스 오베이넌(존 노박) 형제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타이너트 보안관(케네스 웰쉬)으로부터 협박을 당한다. (다음 호에 계속)

 

▲ 아버지에게 거절 당하고 집을 나서던 알프레드(에이던 퀸)는 트리스탄의 편지 때문에 실의에 빠진 수잔나를 위로하는데, 이를 본 아버지로부터 욕지거리를 당하지만, 결국 수잔나와 결혼한다.

 

▲ 원주민 가족들이 트리스탄의 귀향을 보고 기뻐한다. 왼쪽부터 이자벨(카리나 롬바르드), 페트 데커(탄투 카디널), 로스코 데커(폴 데스몬드), 단칼(고든 투투시스).

 

▲ 트리스탄이 돌아오자 중풍에 걸린 아버지(앤서니 홉킨스)는 말을 못해 목에 건 조그만 흑판에 '행복하다'고 적는다.

 

▲ 트리스탄에게 "조심만 한다면 밀주는 수입이 좋지. 정부놈들 골탕 좀 먹여봐!"라고 격려하는 대령(앤서니 홉킨스).

 

▲ 왼쪽부터 페트 데커(탄투 카디널), 딸 이자벨2세(카리나 롬바르드), 단칼(고든 투투시스), 어머니 이자벨(크리스티나 피클스), 러드로우 대령(앤서니 홉킨스), 로스코 데커(폴 데스몬드). 이자벨이 선물한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이자벨2세.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