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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 (IX)-'영광의 길'(Paths of Glory)(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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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한편 세 명의 병사들이 감방에 갇혀 있을 때 덱스 대령이 찾아와 마지막 대면을 하는 모습은 애처롭다. 적군이 아닌 아군에 의해 까닭없이 죽어야 하는 무고한 병사들은 말한다. "내일 아침이면 여기 있는 바퀴벌레는 살아남고 우리는 죽는다!…"

 

 다음날 청명한 새벽 사형장. 페롤 일병은 흐느끼며 눈가리개를 원하지만 파리 상병은 거부한다. 로제 중위의 어색한 사과에 대해 말은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파리 상병… 한편 아르노 일병은 간밤에 감옥에서 싸움을 하다가 부상을 당해 들것에 실려 나왔지만 남자답게 죽기 위해 나무판자로 몸을 묶고 처형대에 선다.

 

 이때 신의 대리인인 뒤프레 신부(에밀 마이어)가 등장하여 마지막 기도를 한다. 진정한 위안을 주지 못하는 종교가 과연 인간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하는 의문을 남긴 채… 로제 중위가 "준비, 조준, 발사!"를 외친다. 드디어 희생양으로 결정된 세 병사는 총살 당하고 만다.

 

 처형 후 브롤라드 장군은 미로 장군과 덱스 대령을 부른 조찬 자리에서, 덱스 대령의 고발을 근거로 미로 장군에게 사퇴를 요구한다. 미로 장군이 "속죄양이 됐다"며 "자네의 뒷통수를 칠 사람도 군인이라는 사실을 알게나!"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화를 내고 나가자 브롤라드 장군은 덱스 대령에게 미로 장군의 자리를 맡기려고 한다. 의아해하는 덱스 대령에게 "이것이 자네가 바란 바가 아니었나? 계획대로 훌륭하게 이루어졌다네!"라고 말하는 브롤라드 장군….

 

 이 말에 분노한 덱스 대령은 장군에게 험한 말을 내뱉고, 브롤라드 장군이 대노하여 사과를 요구하자 "제가 솔직하지 못한 것, 제가 진심을 드러내지 않은 것, 당신을 타락자이며 잔혹하고 교활한 늙은이라고 말하지 않은 점을 사과 드립니다. 그래서 제가 사과하기 전에 당신은 영원히 지옥에 갈 겁니다!"라고 일갈한다.

 

 브롤라드 장군이 그런 덱스 대령을 "군인이 아니라 시골뜨기 이상주의자"라고 힐책하면서 "우린 전쟁 중이고 전쟁은 이겨야 하는 거야. 그 병사들은 싸우지 않았기에 사형에 처해졌고, 자네가 미로 장군을 고발해서 나는 그를 문책했고…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단 말인가?"라고 이죽거리자 덱스 대령은 "장군님이 그 해답을 모르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불쌍히 여깁니다."라고 답한다. [註: 여기서 프로이센의 군인이며 군사학자로 '전쟁론'을 썼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가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한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전쟁의 심리적·정치적 측면을 강조한 이 말은 전쟁의 본질을 꿰뚫은 명언이다.]

 

 장면은 바뀌어 처형 이후 덱스 대령의 일부 병사들이 선술집에 모여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있다. 카페주인(제리 하우스너)이 흥을 돋우기 위해 겁에 질린 독일 여자 가수(수잔느 크리스티안)를 소개하며 노래를 주문한다. [註: 독일 배우인 본명 크리스티아네 하를란(89)은 이 영화를 계기로 다음해인 1958년에 큐브릭 감독과 재혼하여 딸 둘을 낳고 그가 사망할 때까지 40여 년을 함께 했다. 그러나 첫 딸 아냐 레나타는 암으로 2009년에 50세로 사망했고, 비비안 바네사(61)와 전 남편에게서 난 딸 카테리나(68)가 있다. 크리스티아네는 미술가로 큐브릭의 많은 영화, 예컨대 '아이즈 와이드 셧' 등의 장면에 그녀의 그림들이 삽입되었다.]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여자를 보고 야유를 보내며 시끌벅적 떠들던 군인들은 그녀가 감상적 독일 민요인 '충실한 군인(The Faithful Hussar)'을 부르자 집중하기 시작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콧노래로 흥얼거리다가 드디어 그녀처럼 눈물들을 흘린다. 국적도 신분도 계급, 지위도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여성(모성)을 통해 내면에 잠재돼 있던 순수한 인간성이 발현된 때문이리라. [註: 이 노래는 '충실한 군인(Der treue Husar)'이라는 독일 전통민요로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으나 1825년 이래로 여러 버전이 존재하다가 1920년대에 쾰른 축제 때부터 지금의 형태로 전해지게 됐다고 한다. 내용은 전쟁터에 있던 한 젊은 병사가 사랑하는 연인과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그녀가 위급하다는 급보를 받고서야 찾아가서 임종을 지켜본다는 슬픈 내용이다.]

 

 덱스 대령은 바깥에 서서 노래를 들으며 엷은 미소를 짓는데, 마치 미로 및 브롤라드 장군을 비롯한 장성들에 대한 혐오감과 환멸을 느끼는 듯하다. 이때 충직한 불랑제 상사(버트 프리드)가 찾아와서 전선 복귀 명령이 떨어졌다고 알린다. 덱스는 술집에 있는 부하들에게 시간을 좀 더 주라는 명령을 하고는 표정이 굳어지는데, 이때 음악이 첫 장면과 같이 스네어 드럼 소리로 바뀌고 문을 박차고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과연 덱스 대령이 가는 길은 달콤한 영광의 길인가, 가시면류관의 길인가, 아니면 토머스 그레이가 말한 무덤으로 가는 길인가?…

 

 이 영화는 1992년에 미의회도서관에 의해 문화와 역사 그리고 심미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미국립영화등기소(NFR)에 영구 보존되었다.

 

 브롤라드 장군 역의 아돌프 멘쥬(Adolphe Jean Menjou, 1890~1963)는 헬렌 헤이스, 게리 쿠퍼 주연의 '무기여 잘 있거라(1932)', 마를렌 디트리히, 게리 쿠퍼 출연의 '모로코(1930)' 그리고 재닛 게이너, 프레드릭 마치 주연의 '스타 탄생(1937)' 등으로 기억되는 미국 배우다.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1928~1999) 감독은 주로 전쟁 이야기를 많이 제작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1964)'에서는 전쟁은 불합리하고 코미디같은 무의미한 소극(笑劇)임을, '공포와 욕망(Fear and Desire, 1953)'에서는 전쟁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인해 군인들이 정신적 붕괴를 일으켜 민간인에 대해 미친 듯이 전쟁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며, 그 결과 보수 높은 직장으로 보는 전쟁의 목적이 절멸(絶滅)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이후 '풀 메탈 재킷(1987)'에서도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여 흔히 듣는 것과는 다른 전쟁의 공포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스파르타쿠스(1960)' 역시 전쟁의 공포를 보여주며,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배리 린든(1975)' '시계태엽 오렌지(1971)'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쟁의 갈등을 다루었다.

 

 '영광의 길'에서는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에 의한 흑백의 시각적 이미지와 음향과 미장센을 모두 사용하여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감을 만들어 관객이 덱스 대령의 시각에서 피고인의 곤경에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참호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참호에서의 삶'과 '명령자의 삶'을 냉철하게 대비하여 관객의 감정이입을 한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는 자유·평등·정의라는 미명 아래 권력집단의 전횡(專橫)을 정당화한 문명국으로서의 민낯을 드러낸 내용인지라 19년만인 1975년에서야 개봉되었다. 그밖에 독일·스위스·스페인 등 유럽국가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상당기간이 지난 다음에서야 개봉되었다. (끝)

 

▲ 독일 뮌헨의 쉴라이스하임 궁을 배경으로 맨 앞 저격수들 뒤 오른쪽엔 브롤라드 및 미로 장군이 사형집행을 지켜보고 있다.

 

▲ 사형장에서 뒤프레 신부(에밀 마이어)가 기도문을 읽고 있다. 좌로부터 피에르 아르노 일병(조 터켈), 모리스 페롤 일병(티모시 캐리), 필립 파리 상병(랄프 미커).

 

▲ 적군이 아닌 아군에 의해 까닭없이 죽어야 하는 무고한 희생양으로 결정된 세 병사는 결국 총살 당하고 만다.

 

▲ 브롤라드 장군(아돌프 멘쥬·왼쪽)이 미로 장군의 자리를 맡기려하자 분을 못참고 "타락자이며 잔혹하고 교활한 늙은이"라며 "당신은 영원히 지옥에 갈 겁니다!"라고 내뱉는 덱스 대령(커크 더글러스).

 

▲ 카페주인(제리 하우스너)이 소개한 독일 여자 가수(수잔느 크리스티안)가 겁에 질려 감상적 독일 민요인 '충실한 군인'을 부르며 눈물을 흘린다.

 

▲ 군인들은 그녀가 부르는 노래에 집중하기 시작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콧노래로 흥얼거리다가 드디어 그녀처럼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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