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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VIII)-'여로(旅路)'(The Voyage)(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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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1차 대전 배경 영화 시리즈의 여덟 번째로, 시대적으로 1904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까지 약 10년의 세월을 섭렵하는 멜로드라마인 '여로(旅路·The Voyage, 원제 Il Viaggio)'를 소개한다.

 1974년 이탈리아 인테르필름 배급 컬러 작품. 러닝타임 102분. 주연 리처드 버튼, 소피아 로렌.

 

 그런데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 1901~1974) 감독이 마지막으로 만든 영화인 만큼 어딘지 운명적인 상징이 전편에 감돈다. 어쩌면 데 시카는 이 작품을 만들 때 이미 스스로의 운명을 감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註: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에 대하여는 '무기여 잘 있거라'(398회 2020.12.4) 참조.]

 

 아무튼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1904년, 성당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시칠리아 섬의 부호 브랏지가 두 아들을 남기고 죽자 변호사 돈 리보리오(다니엘 바르가스)가 가족, 친지들 앞에서 유언장의 내용을 공개한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동생 안토니오(이안 배넨)는 양복점의 딸 아드리아나 디 마우로(소피아 로렌)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아드리아나는 그의 형인 체사레 브랏지(리처드 버튼)와 깊이 사랑하는 사이다.

 

 아드리아나의 어머니 시뇨라 디 마우로(바바라 필라빈)는 찌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별볼일 없는 체사레보다 안토니오가 더 낫다고 딸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

 

 칼라브리아, 메씨나에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호외가 길거리에 뿌려진다. 이 영화는 이렇게 이탈리아 안팎의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깔아가며 시대적 흐름을 조명하고 있다. [註: 이 지진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및 칼라브리아에서 1908년 12월28일 진도 7.1 규모로 발생했는데 12만3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지진이다. 주요 도시인 메씨나(Messina) 및 레지오 칼라브리아(Reggio Calabria)는 거의 폐허가 되었다.]

 

 실연의 상처를 안고 고향을 등졌던 체사레가 아드리아나의 임신 소식을 듣고 찾아온다. 그러니까 고향을 떠난지 4년만이다.

 

 드디어 아드리아나가 사내아이 난디노를 출산하는데 산파의사가 체사레에게 심장이 약해서 난산이었다고 은밀히 말해준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충실한 안토니오의 아내이며 평화로운 가정의 주부로서 겉으로는 나무랄 바 없이 행복해 보이지만 일상은 마냥 권태롭기만 하다.

 

 그로부터 5년 후, 객지에서 농장사업을 시작하여 크게 성공한 체사레가 동생 부부를 방문한다. 다섯 살이 된 난디노(파올로 레나)에게 카메라를 선물하고 그를 데리고 항구로 간다.

 

 거기엔 군인들이 '아름다운 사랑의 땅, 트리폴리로!'라는 노래를 부르며 리비아의 트리폴리로 가는 배에 승선하고 있다. [註: 이 장면을 통해 1911~1913년 이탈리아가 터키 오토만 제국이 점령하고 있던 북 아프리카

 

 리비아를 차지하기 위해 일으킨, 일련의 리비아 전쟁(Libyan War, 1911년 9월29일~1912년 10월18일)과 제1차 발칸 전쟁(First Balkan War, 1912년 10월8일~1913년 5월30일) 시기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부두에 안토니오에게 선물할 자동차가 도착한다. 체사레는 자동차 운전법을 가르쳐주며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동생 안토니오에게 "나는 행운아다. 나는 행복하다. 인생은 아름답다!"라고 매일 아침 거울을 쳐다보고 외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어느날 형의 조언대로 인생을 기뻐하며 그 자동차를 타고 운전을 하던 안토니오는 운전 실수로 가파른 벼랑길에서 굴러 떨어져 어이없이 죽는다.

 

 졸지에 과부가 된 아드리아나는 난디노가 학교에 첫 입학하는 날에도 대신 체사레를 보내며 두문불출 집안에 틀어박혀 있다.

 

 체사레가 돌아왔을 때 그녀는 옥상 테라스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 햇살에 펄럭이는 하얀 빨래와 그 속을 거니는 아드리아나의 검정옷이 마치 삶의 명암(明暗)을 묘하게 대비시키는 듯 실루엣으로 잡은 카메라웍이 돋보이는 한폭의 파스텔화 같은 장면이다.

 

 이때 체사레가 "아이가 있는 엄마이지만 아직도 젊고 아름다운 여인인데 마치 수도원에 있는 것처럼 지내는 것은 무모하다"고 충고한다. 이에 한껏 고무된 듯 아드리아나는 체사레의 떨어진 양복단추를 시종인 클레멘티나(올가 로마넬리)에게 시키지 않고 직접 꿰매주는데….

 

 아드리아나가 홀몸이 된 일에 일말의 책임과 가책을 느끼는 체사레는 애인 시모나(아나벨라 인콘트레라)에게 가족사업을 핑계로 결별을 선언하고 밤늦게 아드리아나 집으로 돌아온다.

 

 병에 시달리지만 아니라고 고집을 부리는 아드리아나를 설득하여 두사람은 팔레르모의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기 위해 기차여행에 나선다. 병원측의 검사 결과, 그녀의 심장은 이제 얼마 더 견디지 못한다는 냉엄한 진단이 내려진다. 이때 청진기가 없던 시절이라 긴 대롱을 귀에 대고 심장을 진찰하는 장면이 이채롭다.

 

 내친 김에 더 정밀한 검사를 위해 나폴리에 있는 전문의를 찾아간다. 아드리아나는 남겨둔 아들 난디노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성깔을 부리지만….

 

 정밀 진단 결과 병명은 '심근팽창증'으로 심장의 우심실(右心室)이 부어있다는 것. 의사는 "불치의 병이므로 약은 없고, 믿음과 용기와 사랑만이 유일한 처방"이라며 "젊고 미래가 있으며 아들까지 두었으니 인생을 유리병 안에 가두지 말고 걷고 또 걷고 여행하라!"고 조언하는데….

 

 그 사실을 깨달은 아드리아나는 남은 삶을 못다 이룬 사랑의 불길에 불사르려 한다. 나이트클럽에서 캉캉쇼를 즐겁게 보는 사이 그녀가 또 어지럼증이 일어나 둘은 먼저 자리를 뜬다. 이때 시숙(媤叔)과 제수(弟嫂) 사이인 관계를 알고 있는 몇몇 관객들이 입방아 거리가 생긴 듯 수근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불과 1세기 전이지만 사회적·도덕적 관념이 이렇게 달랐다. (다음 호에 계속)

 


▲ '여로(The Voyage·1974)' 영화 포스터

 

▲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안토니오(이안 베넨)는 아드리아나(소피아 로렌)와 결혼하지만 그녀는 그의 형인 체사레와 사랑하는 사이다.

 

▲ 아드리아나의 외아들 다섯 살짜리 난디노(파올로 레나)는 체사레 삼촌으로부터 카메라를 선물받고 기뻐한다.

 

▲ 안토니오(이안 베넨·오른쪽)는 형 체사레(리처드 버튼)가 사준 차를 선물받고 "…인생은 아름답다"고 외치며 삶의 의욕을 불태우지만 그만 사고로 죽는다.

 

▲ 햇살에 펄럭이는 하얀 빨래 속에 비치는 검정상복을 입은 아드리아나(소피아 로렌)의 실루엣이 한폭의 파스텔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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