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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VII)-'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6·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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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닥터 지바고'를 보고나면 역시 오마 샤리프의 눈동자 연기가 인상에 남는다. 그는 이집트 풍의 용모를 바꾸기 위해 머리를 밀고 가발을 쓰고, 피부에 왝스를 바르는 등 분장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의 말없는 눈빛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白眉)다.

 

 어느 평론가의 말을 인용해 본다. "도덕성과 열정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우수(憂愁)에 찬 눈동자와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스며있는 눈동자, 전선에서 떠나는 라라의 뒷모습을 애잔하게 바라보던 눈동자와 마지막 이별하는 라라를 얼음궁전 유리창을 통해 애틋하고 안타깝게 지켜보던 눈동자, 비밀경찰의 감시망이 좁혀오는 것을 느끼면서 라라와의 마지막 나날들을 절박하게 보내는 초조한 눈동자"… 이러한 눈빛과 웃음기 없는 연기로 악착같이(?) 살아남은 생존자 유리 지바고를 마치 그를 위해 태어난 듯 훌륭하게 연기하여 오마 샤리프는 골든 글로브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마 샤리프(Omar Sharif, 1932~2015)는 유명한 이집트 여배우 파텐 하마마(1931~2015)와 1954년 결혼했다가 1974년 이혼한 뒤엔 재혼하지 않았다. 하마마는 절대로 키스하지 않는 배우로 유명했는데, 오마 샤리프가 처음으로 출연한 영화 'Struggle in the Valley(1954)'에서 그와 키스를 하였고,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져 결혼하였다.

 

 하마마는 2015년 1월에 만83세로, 오마 샤리프는 같은 해 7월에 알츠하이머로 병원에 입원해 투병 중 심장마비로 역시 만83세로 타계했다. 슬하에 타렉 엘 샤리프(64)라는 외아들이 있는데 그는 이 영화에서 8살의 어린 유리 지바고 역을 깜찍하게 연기했다. 타렉과 캐나다인 데비 샤리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오마 샤리프 2세(37)도 배우로 활동 중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빛을 발하는 인물이 지조 있고 애정 넘치는 유리의 아내 토냐였지 싶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알지만 이를 묻어두고 혁명 직후 불우해진 환경 속에서도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의 멜라니 해밀턴(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와 가정을 지키는 품위와 기품이 있는 여성! 아마도 남편 유리가 얼마나 순수하고 올곧은 사람인지를 어렸을 때부터 잘 알기 때문에 그 마음을 존중하고 믿어 준 탓이 아닐까….

 

 한편 이 불륜은 '프라하의 봄(1984)'을 떠올리게 한다. 체코의 공산주의 체제에서 인텔리 외과의사 토마스(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두 여인 사비나(레나 올린)와 테레사(줄리엣 비노쉬) 사이를 오가며 오로지 사랑의 탐닉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현실과 닮았기 때문이다.

 

 유리도 토냐를 깊이 사랑했다. 토냐가 임신했을 때 라라와 절교하는 것이 그 한 예다. 토냐는 유리에게 아내이자 친구이고 후원자이자 동지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엄마였다. 유리는 라라를 '여성'으로 사랑했지만 토냐는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덕목을 갖춘 이상향의 어머니'같이 그를 사랑했다. 여기서 토냐가 울고불고 하면서 둘의 불륜을 비난했더라면 또다른 전쟁(?)이 일어났겠지만 의연한 토냐 덕분에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미화된 게 아닐까. [註: 제랄딘 채플린은 토냐 역을 아버지 때문에 고생한 어머니를 롤모델로 삼아 연기했다고 술회했다.]

 

토냐 역을 연기한 제랄딘 채플린(Geraldin Chaplin·77)은 무성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한 영국 희극배우이자 제작자이며 작곡가인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1889~1977)과 노벨문학상 및 퓰리처상 수상자로 유명한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O'Neill, 1888~1953)의 딸인 우나 오닐(Oona O'Neill, 1925~1991) 사이에서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에서 출생했다.

 

 그러나 제랄딘이 8살 때 아버지가 매카시즘 열풍에 의해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에서 스위스로 망명의 길에 오르는 바람에 그녀는 학교기숙사에 머물며 프랑스어와 스페인어에 통달하였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미국보다는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에서 더 잘 알려진 배우이다.

 

 8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제랄딘은 모델로도 활동했는데 영어권 첫 데뷔작인 '닥터 지바고'에 캐스팅되어 골든 글로브 신인 여배우상 후보에 올랐고, 그 후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내쉬빌(Nashville·1975)'에서 두 번째 최우수 여우조연상 후보, 리처드 아텐버러 감독의 전기영화 '채플린(Chaplin·1992)'에서 (그녀의 할머니인) 한나 채플린 역으로 세 번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유리의 이복형 예프그라프 지바고 역의 알렉 기네스(Alec Guinness, 1914~2000)는 1959년에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예술공로상으로 기사 작위가 수여되어 경(卿·Sir)으로 불린다. 그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총아로 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위대한 유산(1946)'에서 허버트 포켓 역, '올리버 트위스트(1948)'에서 파긴 역, '콰이강의 다리(1957)'에서 니콜슨 중령 역,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에서 아랍 파이잘 왕자 역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토록 절친한 관계였던 둘 사이가 '닥터 지바고' 촬영 때 생긴 불화 때문에 단절되고, 20여 년이 지난 다음에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1984)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로드 스타이거(Rod Steiger, 1925~2002)는 말론 브랜도와 공연한 '워터프론트(1954)', 시드니 포이티에와 공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밤의 열기 속으로(In the Heat of the Night·1967)', '워털루(1970)'에서 나폴레옹 역, '사막의 라이온(1981)'에서 무솔리니 역 등으로 기억되는 배우다. '닥터 지바고'에서는 아마도 유일한 미국 배우였지 싶다.

 

 끝으로 '닥터 지바고'의 촬영감독 프레디 영(Freddie Young, 1902~1998)은 데이비드 린 감독과 호흡을 같이 하여 '아라비아의 로렌스', '라이언의 딸(1970)' 등 3편에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영국의 저명한 촬영기사이다. 영국에 시네마스코프 영화를 처음으로 소개했던 그는 130여 편의 영화를 촬영했는데 그 중 몇 편을 소개하면 '굿바이 미스터 칩스(1939)', '아이반호(1952)', '모감보(1953)', '원탁의 기사(1953)', '열정의 랩소디(1956)', '로드 짐(1965)', 007시리즈 5편 '두번 산다(1967)' 등이다.

 

※ 데이비드 린 감독, 모리스 자르 음악감독에 대하여는 2015년 8~9월 칼럼 '라이언의 딸' 참조. (끝)

 

▲ 장갑을 낀 손을 호호 불며 얼어붙은 잉크를 녹여 잠을 설치며 라라를 위한 시를 쓰는 유리 지바고. 그러나 영화속에서 그의 시를 접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 시를 짓는 작업도 포기하고 비밀경찰에 붙잡혀 서로 헤어질 운명을 기다리며 불안 초조해 하는 유리와 라라.

 

▲ 운명을 기다릴 때, 다시 찾아온 코마로프스키를 보고 놀라는 유리와 라라.

 

▲ 지바고는 라라와 딸 카챠를 빅토르와 함께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은 곧 뒤따라 가겠다며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했던 발랄라이카를 그녀에게 건네준다.

 

▲ 라라가 탄 썰매가 눈덮인 들판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보기 위해 얼음궁전 2층의 창문을 깨고 바라보는 안타까운 유리의 눈빛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는 명장면 중 하나로 기억된다.

 

▲ 모스크바에서 유리를 발견한 이복형 예프그라프(알렉 기네스)는 동생에게 새옷 한 벌을 사주고 병원에 일자리까지 주선해 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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