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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 (III)-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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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3국의 병사들은 노래가 끝난 후 박수 갈채와 환호성을 질렀고, 프랑스군 오드베르, 독일군 홀스트마이어 그리고 스코틀랜드군 고든 중위 등이 모두 무인지대로 나가 서로 대면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브날 밤 '정전'에 서로 합의하면서 오드베르 중위가 샴페인을 가져와 서로 축배를 들며 각국의 말로 '메리 크리스마스'로 인사한다. [註: 여기서 영어 truce, ceasefire의 번역은 휴전(休戰)보다는 정전(停戰)이 맞는다고 생각된다. 영어의 'Merry Christmas'는 프랑스어로 'Joyeux Noel', 독일어로 'Frohe Weihnachten'이다.]

 이때 조명탄이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각국의 진영 참호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무인지대로 몰려나온다. 대치선의 한가운데서 병사들은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며 담소를 나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서로 간의 초콜릿, 술과 담배 등 간단한 기호품을 교환하고 연인의 사진까지 보여주며 우정을 나눈다.

 홀스트마이어는 오드베르가 며칠 전 공격 때 잃어버렸던 지갑을 돌려준다. 그 속에는 그의 이름, 주소와 임신한 아내 사진이 들어있었다.

 이윽고 파머 신부가 3국 군인이 모인 가운데 라틴어로 간단한 미사 예배를 집전한다. 이때 유일한 여성인 소렌센이 '아베 마리아'를 독창하여 분위기는 이미 전쟁터가 아니었다. [註: 영화 속 소렌센(디아네 크뤼거)의 노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프랑스 배우이자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가수인 나탈리 드세이(Natalie Dessay·55)가 부른 것이다.]

 이제 감화 받은 군인들이 잠자리를 찾아 다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는데 그 사이에 죽은 형을 찾던 조나단은 성공을 못하고 돌아간다.

 다음날 아침, 무인지대에 널려있는 시체들을 수습하기 위해 3국의 지휘관들이 정전 연장에 동의한다. 백파이프 연주 속에 얼은 땅을 파고 시체들을 안치한다. 조나단도 구덩이를 파고 형의 시신을 정성을 다해 장사 지낸다. 그런 후 무인지대에서 벌어진 축구경기에서 독일군 작센팀이 스코틀랜드팀을 3:2로 이긴다.

 안나와 슈프링크는 숱한 무덤을 둘러보며 무의미한 전쟁의 참혹한 현실에 전율한다. 그날 밤 둘은 참호 속 차가운 땅바닥 위에서 잤지만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사랑을 느꼈으리라.

 그러나 이 작은 평화도 잠시, 3국의 병사들은 각자의 참호로 돌아가야 한다. 짧은 만남과 이별을 아쉬워하듯 무인지대에 백파이프로 '올드 랭 사인'이 울려퍼진다….

 사실 프랑스 북동부의 서부전선 곳곳의 독일 점령지역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3국 지도부의 합의하에 정식으로 이루어진 '휴전(休戰)'이 아니라, 종교, 민족, 혈통, 문화적 차이가 크지 않은 그리스도교 문화를 공유하는 병사들에 의한 일시적이고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자발적인 크리스마스 정전(停戰)'이라는 점에서 전쟁사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註: 현재까지 3국의 군대기록 보관실에는 병사들이 서로 함께 어울려 찍은 사진이나, 주고받은 서신 등의 기록이 남아있음은 물론 당시에 이런 내용이 영국 신문 The Daily Mirror 등의 기사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서도 3국의 병사들은 결코 예전 같은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올 수 없었다. 후방의 포병대가 포격을 시작할 때면 상대방에게 알려주어 자기들 참호로 피하게 해주었다. 또 고위 장교가 시찰할 때면 상대방을 위해 치열한 전장 분위기를 연출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곧 고위장교, 장군들에게 이러한 사실이 알려졌고 정전을 결정했던 하급장교들은 처벌과 압력을 받았다. 당시에는 병사들의 이런 인간적 교류가 군부에 의해 국가에 대한 배반행위 등으로 간주돼 처벌의 대상이 되곤 했으며, 처벌 당한 병사들의 수도 많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홀스트마이어와 오드베르는 안나와 슈프링크에게 닥칠 처벌을 염려하여 둘을

프랑스군의 포로가 된 것처럼 위장하여 현장을 탈출시키기로 합의한다. 그리고는 상관의 허락도 없이 떠났다며 불복종죄로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홀스트마이어….

 장면은 스코틀랜드 진영. 파머 신부는 전선을 방문한 주교(이안 리처드슨)에 의해 그의 교구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고, 그의 부대는 수치의 상징이라며 해체된다. 정전에 의한 인간애와 사랑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주교는 오히려 파머 신부를 책망한다.

 주교가 신병들에게 강화를 하면서 독일군을 비인간적인 종족으로 비하하며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반독일 설교를 한다. 이 소리를 들은 파머 신부는 그의 목에 건 묵주를 조용히 벗어 내려놓는다. 전쟁 앞에 종교의 본질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파머가 참호로 돌아오니 정전 사실에 분노한 소령(크리스토퍼 풀포드)이 무인지대를 지나 프랑스군의 참호로 향하는 독일군을 발견하고 사살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스코틀랜드군은 모두 사격을 하지만 빗나가게 쏜다. 그때 적개심에 불타있는 조나단이 표적의 독일군을 쏘아 죽이는데….

 이때 프랑스군의 오드베르 중위가 귀에 익은 자명종 시계소리를 듣고 참호 밖을 뛰쳐나와 무인지대로 달려간다. 그 시계는 그의 성실한 당번병인 퐁셸이 지니고 다니던 것이고, 매일 오전 10시면 울리기 때문이었다.

 설마 했지만 총을 맞은 군인은 역시 퐁셸 일병이 아닌가. 신음하며 죽어가는 퐁셸은 그가 독일군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어머니를 만나 10시에 커피를 함께 마셨으며 아들 헨리(Henri)가 갓 태어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독일군복을 입고 있어서 아군에 의해 오인 사살된 것이다.

 장면은 프랑스군 벙커. 오드베르는 그의 아버지인 장군(베나르 르 코크)으로부터 무거운 질책을 받고 그 벌로 베르됭 전투에 투입 명령을 받는다. 이에 오드베르 중위는 아버지에게 전선에서의 전우애에 대한 연민도 없고, 희생에 대해 말만 할 뿐, 참호 속에서의 혹독한 시련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으면서도 고상한 시민인 척한다며 대든다.

 그리고 말한다. "조국이요? 여기서 우리가 어떤 고통을 겪는지 아시나요? 하나만 말하죠. 자기 집에서 칠면조나 뜯으면서 명령하는 자들보다 저는 저 독일인들이 더 가깝게 느껴져요!"

 그리고 그는 아버지에게 새로운 손자 '헨리'가 태어났다고 말한다. 이 폭로에 고무된 장군은 "헨리를 위해 우리 둘 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헨리는 바로 퐁셸의 아들로 그가 입양하여 키우겠다는 의지를 언급한 것이겠다.

 한편 독일군의 홀스트마이어 중위와 그의 소대원들이 기차 짐칸 속에 갇혀있다. 크리스마스 정전 사건에 분노한 장군(마티아스 헤르만)이 명령한다. 황세자의 명에 의해 동부전선(독일-러시아 사이의 전선)으로 전출되었으며 가는 도중에 가족 면회는 허락되지 않는다고….

 홀스트마이어 중위는 요르크 일병의 하모니카에 맞춰 발을 구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절망한 듯 자기는 철십자훈장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기차가 떠난다.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날 스코틀랜드군으로부터 배웠던 "꿈꾸는 고향"의 노랫소리가 점점 커지고 기차는 멀어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작은 소재 하나하나에 전쟁의 아픔과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동화같은 실화! 이 정전에는 음악과 종교의 힘이 있었다. 그러나 종교와 예술은 전쟁을 끝낼 수는 없었다. (끝)

 

▲ 우로부터 프랑스군 오드베르 중위(기욤 카네), 독일군 홀스트마이어 중위(다니엘 브륄) 그리고 스코틀랜드 고든 중위(알렉스 펀스) 등이 모두 무인지대로 나가 서로 대면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 파머 신부가 3국 군인이 모인 가운데 라틴어로 간단한 미사를 집전하면서 소렌센(디아네 크뤼거)이 '아베 마리아'를 독창한다.

 

▲ 죽은 시체들을 처리하면서 독일군답게 소지했던 총의 노리쇠뭉치를 후퇴해서 약실에 실탄이 있는지를 일일이 점검하는 홀스트마이어 중위(다니엘 브륄).

 

▲ 안나와 슈프링크는 무인지대에 만들어진 숱한 무덤을 둘러보며 무의미한 전쟁의 참혹한 현실에 전율한다.

 

▲ 무인지대에서의 작은 평화도 잠시 3국의 병사들이 각자의 참호로 돌아가는데, 짧은 만남과 이별을 아쉬워하듯 스코틀랜드군이 백파이프로 '올드 랭 사인'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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