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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 (III)-‘메리 크리스마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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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차 세계대전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를 소개한다. 1차 대전 중인 1914년 크리스마스 때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2005년 프랑스·독일·영국·벨기에·루마니아 합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 감독 크리스티앙 카리옹. 러닝타임 116분.

 

 이야기의 중심은 서부전선에서 대치 중이던 스코틀랜드, 프랑스, 독일 등 3국을 아우르는 6명의 캐릭터이다. 스코틀랜드 전열보병연대 소속의 고든 중위, 프랑스 제26 보병연대 소속이며 장군의 아들인 오드베르 중위, 유대인 독일 장교로 제93 보병연대 소속의 홀스트마이어 중위 그리고 군목(軍牧)이며 전투위생병으로 참전한 스코틀랜드 출신 파머 신부이다.

 

 또 두 사람의 오페라 가수가 등장한다. 한 사람은 독일 베를린 출신 테너 니콜라우스 슈프링크, 또 한 사람은 덴마크 출신으로 슈프링크의 약혼녀인 메조 소프라노 안나 소렌센.

 

 영화는 3명의 소년들이 각각 학교 교실에서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로, 그들의 조국을 찬양하고 적들은 그 종족까지 말살해야 한다는 살벌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웅변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코틀랜드의 어느 농촌에서는 두 명의 형제, 조나단(스티븐 로버트슨)과 윌리엄(로빈 라잉)이 그들의 교구목사인 파머 신부(게리 루이스)와 함께 고든 중위(알렉스 펀즈)가 지휘하는 보병소대에 참전한다.

 

 또 독일에서는 메조 소프라노 안나 소렌센(디아네 크뤼거)과 테너 가수인 니콜라우스 슈프링크(벤노 퓌르만)가 오페라 공연을 하고 있는 극장에 독일 장교가 들어와 전쟁이 발발하여 모든 예비역을 징집한다고 포고함으로써, 슈프링크는 자원하여 홀스트마이어 중위(다니엘 브륄)가 지휘하는 제93 보병소대에 출정한다.

 

 한편 프랑스군의 오드베르 중위(기욤 카네)는 참호 안 벙커에서 수첩에 있는 임신한 아내의 사진을 꺼내 보다가 품속에 넣고, 죽은 쥐를 파먹고 있는 바퀴벌레를 보자 갑자기 구토를 한다. 그의 충직한 당번병인 퐁셸 일병(대니 분)이 그를 뒤따르며 유심히 살핀다. 퐁셸은 자명종(自鳴鐘) 시계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드디어 프랑스군과 스코틀랜드군이 독일군 진지로 돌격한다. 그러나 독일군 기관총의 위협적인 사격으로 실패하고 연합군은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윌리엄이 전사한다. 조나단은 죽어가는 형의 입에 입맞춤을 하고 분노하며 독일군에 대한 적개심을 품는다.

 

 한편 독일에서는 안나가 황세자 빌헬름의 재가를 받아, 본부에서의 공연을 위해 전선에 있던 약혼자 슈프링크와 해후하게 된다. 둘은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후방에 있는 독일군을 위한 공연을 한다. 그러나 전방에서 싸우다 갑자기 공연을 하는 슈프링크의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자 참석한 장군(마티아스 헤르만)의 표정이 거만하게 일그러지는데… [註: 이때 부르는 이중창이 독일 작곡가 고트프리트 하인리히 슈퇼첼(Gottfried Heinrich Stolzel, 1690~1749)의 오페라 '디오메데스(Diomedes)'에 나오는 아리아 "Bist du bei mir (geh ich mit Freuden)"이란 곡으로 '당신이 함께 동행한다면 (난 기꺼이 가겠어요)'라는 뜻이다. 이 곡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가 그의 두 번째 부인이며 가수였던 안나 막달레나 바흐(1701~1760)에게 선물한 두 권의 자필 악보책인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수첩(Notenbuchlein fur Anna Magdalena Bach)" 중 1725년 두 번째 수첩에 삽입돼 있는 성악곡이다.]

 

 공연이 끝난 다음 슈프링크는 흥청망청 샴페인을 터트리는 후방의 분위기를 보면서 최전방에 있는 전우들을 생각하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차라리 그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겠다며 전선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이에 앞의 노래처럼 함께 가겠다는 약혼녀 안나의 결심에 처음엔 반대하던 그는 이윽고 동의하는데…. [註: 슈프링크의 실제 인물은 독일제국의 베를린 출신인 유명 테너 발터 키르히호프(Walter Kirchhoff, 1879~1951)이다. 그는 바이로이트에서 해마다 공연하는 리하르트 바그너 축제에서 뛰어난 성악적 재능과 남성다운 성격, 그리고 빈틈없는 무대 매너로서 오페라의 주인공들을 훌륭하게 연출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제1차 세계대전 때 키르히호프가 군복무를 자원하자 그의 재능을 존경한 프러시아 제국의 황세자 빌헬름(Friedrich Wilhelm Victor August Ernst, 1882~1951)이 그가 총수장인 제5 육군 최고사령부에 그를 개인비서격으로 기용하여 함께 지냈다고 한다. 

 191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빌헬름의 요청으로 키르히호프가 최전방인 제130 보병연대의 참호 속에서 전우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불렀는데, 이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정전(Christmas Truce)' 또는 '크리스마스 평화(Christmas Peace)'로 기억되는 사건이었다. 이 영화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눈이 내린 전선에 1914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무척이나 습하고 퀴퀴한 참호 안에서 스코틀랜드군이 추위를 이기고 크리스마스를 기리기 위해 술잔을 기울이던 중, 파머 신부의 백파이프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註: 이 곡은 음악감독인 필립 롱비(Philippe Rombi)가 작곡하고 로리 바트(Lori Barth)가 작사한 곡으로 고향을 떠난 외로운 전쟁터에서 '꿈에 본 고향'을 그리는 "I'm Dreaming of Home (L'Hymne des Fraternises)"이란 스코틀랜드식 켈틱풍의 노래다.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 또한번 나온다.]

 

 이 무렵 슈프링크와 소렌센이 독일군 전선에 도착한다. 홀스트마이어 중위가 전방에 여자를 데리고 나타난 슈프링크를 보고 놀라지만, 그가 '조그마한 음악이 (전선에)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황세자의 명을 따랐다고 말하자 이를 인정하는데….

 

 슈프링크가 둥근 모양으로 장식한 촛불을 밝힌 크리스마스 트리를 참호 위로 내걸자 모두 따라서 트리를 올려놓는다. 이어서 홀스트마이어 중위의 당번병인 요르크 일병(프랑크 비터)의 하모니카에 맞춰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heilige Nacht)"을 부르는 슈프링크. 이 노래를 들은 스코틀랜드 진영에서 파머 신부가 백파이프로 반주를 한다. 불과 100여 미터밖에 안 떨어져있는 양 진영 참호 사이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註: 슈프링크(벤노 퓌르만)의 노래는 멕시코 출신 프랑스 테너 가수인 롤란도 빌라손(Rolando Villazon Mauleon·48)이 부른 것이다.]

 

 이제 스코틀랜드 파머 신부가 "참 반가운 성도여(Adeste Fideles)"를 연주하자 이내 슈프링크가 화답하여 노래를 한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고 참호 밖으로 나가는 슈프링크. 그러나 아무도 쏘는 이가 없었다!

 

 낮에만 해도 서로 총질을 하며 무의미한 전쟁을 치르던 그들에게 인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상대편에서도 그에 대한 보답의 인사로 앙코르를 불렀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2005)' 영화포스터

 

▲ 프랑스군 퐁셸 일병(대니 분·왼쪽)은 오드베르 중위(기욤 카네)의 옷을 깨끗이 빨아놓는 등 충직하고 성실한 당번병인데…

 

▲ 형 윌리엄의 전사에 적개심을 품는 조나단(스티븐 로버트슨)을 위로하는 스코틀랜드군의 파머 신부(게리 루이스).

 

▲ 전선에서 싸우다 갑자기 공연을 하는 슈프링크(벤노 퓌르만)의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자 안나 소렌센(디아네 크뤼거)이 그를 리드하고 있다.

 

▲ 홀스트마이어 중위(다니엘 브륄)가 전방에 소렌센을 데리고 나타난 슈프링크를 보고 놀라지만 그가 황세자의 명을 따랐고, 조그마한 음악이 해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이를 인정한다.

 

 

▲ 스코틀랜드 진영에서 백파이프로 'Adeste Fideles'를 연주하자 이내 화답하여 노래를 하던 슈프링크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고 무인지대로 나가지만 아무도 쏘지 않는 기적이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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