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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배경영화(I)-'디어 헌터(The Deer Hunter)'와 '카바티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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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미국 부문의 장면은 오하이오, 워싱턴 등 4개 주 8개 도시에서 추가 촬영한 Footage Shot을 사용하여 연결시켰다고 한다. 특히 결혼식 및 피로연 장면은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트레몬트 마을에 있는 성 테오도시우스 정교회(St. Theodosius Orthodox Cathedral)와 렘코 홀(Lemko Hall)에서 각각 촬영하여 이 곳은 일약 유명해졌다.

 

 베트콩에 포로로 잡혀 온갖 비인간적인 행위에 고통받고 러시안 룰렛 게임을 벌이다 죽어가는 크리스토퍼 월켄의 모습은 전쟁이 가져다 주는 인간의 광기를 떠올리게 하는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플래툰'에서의 윌렘 데포와 마찬가지로 악당역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크리스토퍼 월켄은 이 장면 촬영 1주일 전부터 바나나와 물과 쌀밥만 먹어 초췌한 모습으로 연기를 펼친 공로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제작자 마이클 딜리는 이름 없는 마이클 치미노(Michael Cimino, 1939~2016) 감독으로는 흥행상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당시 '택시 드라이버', '대부 II'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로버트 드 니로를 기용했고, 드 니로는 메릴 스트립을, 메릴은 연인 관계에 있던 잭 카제일을 추천함으로써 연쇄적으로 캐스팅이 이뤄졌다. 그런데 스탠리 역의 잭 카제일은 당시 암 말기환자로 이 영화 촬영을 끝낸 후 개봉을 못 보고 사망했다.

 

 그런데 처음에 85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던 '디어 헌터'는 결국 1,500만 달러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영시간이 너무 길어 모두들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치미노 감독과 제작자 딜리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영화였다. 그리하여 당시 유니버설 사장 톰 마운트는 "이 영화는 끝이 없군. 디어 헌터가 계속 헌터, 또 헌터가 되고 있으니!"라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또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첫 작품인 '디어 헌터'에서 돌비 NR 시스템을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사운드트랙을 믹스하는 데만 5개월이 소요됐다고 한다.

 

 한번 밉게 보면 모든 게 밉게 보이는 법. 유니버설사 중역들은 마지막 'God Bless America'라는 노래도 반미(反美)적 노래라며 "당신(치미노)은 미국의 눈을 막대기로 찌르고 있다."며 질타했다고 한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치미노 감독이 촬영한 필름 총길이가 60만 피트였는데 그나마 이를 182분짜리(약 1만8천피트)로 만들기까지 편집 담당 피터 지너(Peter Zinner, 1919~2007)의 노력은 영화 사상 기념비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그 공로가 인정되어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아무튼 '디어 헌터'는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지만 골든 글로브에서는 감독상만 수상했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과 차분하게 어우러지는 주제음악은 언제 들어도 애잔하면서도 편안하다. 스탠리 마이어스(Stanley Myers, 1934~1993)가 작곡하고 존 윌리암스가 연주한 기타곡 '카바티나(Cavatina)'이다. 카바티나는 어느 특정 곡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는 아니고 짧고 간단한 기악곡이나 간결한 아리아를 의미하는 말이다.

 

 '카바티나'는 스탠리 마이어스가 1970년 영국영화 "걸어다니는 지팡이"를 위해 쓴 작품이었는데 8년 뒤인 1978년에 '디어헌터'에 삽입되고 섀도우즈(1961년 클리프 리처드 주연의 'The Young Ones'에 출연했던 영국 밴드그룹)가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한 것과 성악을 전공한 영국 재즈 가수 겸 배우인 클레오 레인(93)에 의해 'He Was Beautiful'이라는 노래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결혼 피로연 때 'John's Bar'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모든 친구들이 따라 부르던 노래가 '당신에게서 내 눈을 뗄 수 없어요(Can't Take My Eyes Off You)'라는 유명한 팝송이다. 4인조 보컬그룹 '포시즌스'의 리더인 프랭키 발리(86)가 불렀다.

 

이 노래는 NASA가 우주비행사 크리스토퍼 퍼거슨이 우주선 속에서 결혼기념일을 맞이했을 때 모닝콜 음악으로 틀어줌으로써 또 한번 유명해졌던 곡이기도 하다. 포시즌스의 노래 중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헝겊 인형(Rag Doll·1964)'이란 노래에서 파워풀한 가성(假聲)의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프랭키 발리이다.

 

 또 하나 언급해야 할 곡이 '카튜샤(Katusha)'라는 러시아 음악이다. 원래 이 곡은 전쟁에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심정을 노래한 것인데, '카튜샤'는 Ekaterina(Katherine)의 애칭이라고 한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소비에트 피겨 스케이터 에카테리나 고르디바의 안무에 사용됐던 곡이기도 하다.

 

 그런데 '카튜샤' 하니까 우리나라에도 이런 비슷한 노래가 있었던 것 같다.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버린 첫사랑 도련님과 정든 밤을 못잊어 얼어붙은 마음속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오실 날을 기다리는 가엾어라 카츄샤…" 그렇다, 송민도가 부른 '카츄샤의 노래'이다.

 

 그리고 닉의 장례식 때 사용됐던 곡이 러시아 정교회에서 사용하는 장송곡인 '영원한 추도의 노래(Eternal Memory)'라고 한다. 잘은 모르겠으나 이 곡은 서구교회의 '영원한 안식(Eternal Rest)'처럼 '영혼이 천국에서 영원히 살도록 기원하는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에 의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라는 기도'라고 한다. 그런 의도로 이 음악을 사용했다면 월남전 전사자들을 살아있는 우리들이 꼭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건 아닐까.

 

 제작 과정에서 "왜 이리 화가 치미노?" 하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치미노 감독의 '디어 헌터'는 당시 3시간이 넘는 파격적인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한 걸작 중의 하나로 우리 기억에 오래 남는 명화임에 틀림없다.

 

※ 군더더기: '디어 헌터' 영화 포스터는 유명 미술감독, 그래픽 디자이너인 토머스 정(Thomas Jung, 78)이 디자인했다. 그는 보스턴 태생의 중국계 미국인으로 유명 영화만 꼽자면, 닥터 지바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67년 재개봉 포스터), 파피용, 오멘,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지옥의 묵시록, 인디아나 존스: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끝)
 


▲ 두 다리를 잃고 몸이 부분 마비된 상태인 스티븐(존 새비지)이 누군가가 사이공으로부터 자기 앞으로 큰돈을 송금해 주고 있다는 말에 직감적으로 닉의 짓임을 확신한 마이크는 스티븐을 안젤라에게 데려다 주고는 사이공으로 간다.

▲ 러시안 룰렛 게임판에서 마이크가 함께 사슴 사냥 갔던 얘기를 하자 닉(크리스토퍼 월켄)은 그를 알아보고 미소 지으면서 "원 샷"이라고 말하지만 기억이 완전 되살아나기 전에 총알이 닉의 머리를 뚫는다.

▲ 친구 닉의 장례식에 참석한 마이크(로버트 드 니로)와 닉의 애인이었던 린다(메릴 스트립).

▲ (왼쪽) 영화 '디어 헌터'에서 결혼식장으로 사용했던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시 트레몬트에 있는 '성 테오도시우스 정교회'와 (오른쪽) 피로연 장소로 사용했던 '렘코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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