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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배경영화(III) -모정(慕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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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꿈을 꾸며 꽃 파는 아가씨… 아~ 당신께서 사가시는 첫사랑이면 오늘도 꿈을 꾸는 홍콩 아가씨."

 

 1954년 피난시절 부산에서 도미도 레코드사를 통해 취입한 국민가수 금사향(본명 최영필, 1929~2018)의 '홍콩 아가씨'라는 노래이다. 한국 전쟁 당시 홍콩(香港)은 그 이름대로 '향기로운 항구', '동양의 진주(東方之珠)'라고 불리는 선진국이고 살기 좋은 '꿈의 도시'로 비쳐져, 한때 우리나라에는 "홍콩 간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더욱이 헨리 킹 감독의 '모정(慕情,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1955)'이 또 한몫을 했지 싶다. 중국 태생 혼혈 여의사 한수인이 홍콩에서 만나 사랑했던 미국 신문사 특파원인 마크 엘리어트를 한국전쟁에서 잃는 비극적 내용이었다.

 

 특히 아카데미 작곡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앨프리드 뉴먼(Alfred Newman, 1900~1970)의 동명의 노래는 앤디 윌리엄스, 매트 먼로가 불러 크게 히트했고 지금도 애창되는 곡(www.youtube.com/watch?v=VP6sbDPB8cw)이다.

 

 홍콩은 영화의 세트장으로 예나 지금이나 즐겨 애용되는 곳이다. 예컨대 007시리즈 영화 중 9편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와 20편 '다른 날 죽다(2002)'도 일부 홍콩에서 촬영되었다. 안젤리나 졸리,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툼 레이더: 판도라의 상자(2003)'에서 악당 조나단 라이스(키아론 하인즈)의 근거지로 홍콩 내 타임 스퀘어 쇼핑몰에 자신의 화학무기 연구소를 숨겨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제 영화 '모정'을 살펴본다. 1955년 20세기 폭스사 배급. 시네마스코프 딜럭스 컬러. 러닝타임 102분.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극심한 혼돈기인 1949~1950년 중국과 홍콩, 그리고 한국 전쟁.

 

 오픈 크레디트에 공중에서 본 홍콩의 풍광이 나오는데 1950년대의 홍콩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료(史料)로서의 가치도 있다. [註: 홍콩은 지리적으로 크게 카우룽(九龍) 반도, 홍콩섬(香港島), 그리고 나머지 지역인 산카이(新界, New Territories)로 나눠지고 230여 개의 부속도서로 구성돼 있다. 홍콩섬과 카우룽반도는 해저터널로 연결돼 있는데 자동차용 3개와 지하철용 2개가 있고, 바다 위로는 추억어린 '스타페리'가 운행되고 있다.]

 

 이어서 사이렌을 울리며 시내를 거쳐 병원으로 달려가는 구급차를 카메라가 따라간다. 구급차에는 '동화동원(東華東院)'이라고 쓰여있다. [註: 영국에 의해 1870년 2월14일 동화의원(東華醫院)이 공식적으로 개원됐는데 이때는 중의(中醫)였다. 그러나 1894년 5월 홍콩의 페스트 유행은 동화의원이 서양의학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1929년 11월 홍콩섬 동구(東區)에 분원(分院)인 동화동원(東華東院)이 설립되었는데 채광과 통풍에 유리하도록 설계되었고, 본관 주변에 분동형의 건물을 배치하여 전염병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특히 동화동원은 화장실, 목욕실, 세탁실을 별도의 건물에 배치하였고, 냉온수기와 엘리베이터 시설, X-Ray실, 수술실과 같은 최신 서양의학 시설을 갖추는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병원이었다. ]

 

 시점은 1949년. 동화동원의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는 닥터 한수인(제니퍼 존스)은 교통사고로 방금 앰뷸런스로 실려온 소녀를 치료한다. 그때 남편이 아파서 진료를 받으러 온 한 중국인 여자가 돈이 없다면서 함께 데리고 온 어린 아들을 팔겠다고 말한다. 당시의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난민들의 가난과 고통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註: 1949년부터 1953년까지 홍콩과 중국의 국경 로우(羅湖)를 거쳐 중국 난민이 백만명 남짓 넘어왔다고 한다. 영국정부(홍콩정부)는 영국의 자본주의가 중국의 공산주의와 다름을 증명해 보이기 위하여 인도주의 차원에서 카우룽(九龍)반도 일대에 판자촌을 만들어 대부분의 난민을 수용하였다.]

 

 그날 저녁, 병원 이사장 파머 존스 부부가 개최하는 만찬파티장에 동료 닥터 존 키스(머레이 매티슨)와 한수인이 참석한다. 홍콩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며 어디서 하인을 열 명이나 부릴 수 있냐며 홍콩 예찬론을 늘어놓던 아들린 파머 존스 부인(이소벨 엘섬)이 둘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홍콩에 투자하면 석 달에 두 배를 벌 수 있다고 장광설(長廣舌)을 늘어놓는 남편 험프리 파머 존스(토린 대처)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수인을 소개하는 아들린.

 

 한수인은 중국인인 아버지와 유럽(벨기에) 출신인 어머니와의 혼혈로, 중국 국민당군 장군의 아내였지만 국공내전에서 남편이 전사한 미망인. 그녀는 스스로를 당당히 유라시언(Eurasian)이라 소개한다. 조국인 중국은 사랑하지만 공산당은 싫어하는 자유인으로서의 성향을 가진 여성으로 묘사된다. [註: 1940년대 말 당시는 중국의 '제2차 국공내전' 이른바 '해방전쟁' 시기였다. 국공내전(國共內戰)은 장제스(蔣介石, 1887~1975)가 이끄는 국민당과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이 이끄는 공산당 사이에 중국 재건을 두고 일어난 두 차례의 내전을 일컫는다.

 제1차 국공내전은 1927~1936년간 일어났고, 이때 유명한 '대장정(大長征)' 사건이 발생했다. 제2차는 1946년부터 1949년 12월10일 장제스가 대륙 최후 거점인 쓰촨성 청두(四川省 成都)에서 탈출, 난징(南京)에 있던 중국 국민당 중심의 중화민국 정부를 타이완(臺灣)으로 이전, 이른바 '국부천대(國府遷臺)'를 할 때까지로 구분한다.

 결국 마오쩌둥이 승리하여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화 속에서도 간접적으로 언급되지만 해방전쟁은 중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큰 사건 중의 하나이며, 1949년이야말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뿐 아니라 중국본토와 영국식민지였던 홍콩의 거리감이 비로소 피부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분기점의 해였다고 볼 수 있다.]

 

 이때 미국 신문사 특파원으로 홍콩에 주재하고 있는 마크 엘리어트(윌리엄 홀든)가 한수인을 계속 주목하고 있다가 수인이 깜빡 놓고 간 부채와 장갑을 갖고 나타난다. 자기를 소개하고 연애의 첫 단계인 식사 제의를 하는데, 중국에선 처음 만난 외국인과 식사하는 법은 없다고 말하는 수인. 영국에서 의학 공부를 했으니 영국인으로서 식사하자고 넉살 좋게 말하는 그가 밉지는 않아 수인은 별 기대 없이 병원으로 전화하라고 말한다. (다음 호에 계속)

 


▲ '모정(慕情·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1955)' 영화포스터
 

▲ 한수인(제니퍼 존스)이 동료 닥터 존 키스(머레이 매티슨)와 함께 병원 이사장 부부가 개최하는 만찬파티에 참석한다.
 

▲ 홍콩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며 어디서 하인을 열 명이나 부릴 수 있냐며 홍콩 예찬론을 늘어놓는 아들린 파머 존스 부인(이소벨 엘섬·가운데)
 

▲ 미국 신문사 홍콩 주재 특파원인 마크 엘리어트(윌리엄 홀든)가 파티장에서 이국적인 한수인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 마크 엘리어트가 수인이 깜빡 놓고간 부채와 장갑을 건네주고 자기를 소개하며 연애의 첫 단계인 식사 제의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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