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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배경영화 (II) - '5인의 해병'과 '돌아오지 않는 해병'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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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에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한 나라는 미국으로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여 편에 이른다. 실상을 왜곡한 내용으로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던 'M*A*S*H'는 1970년에 나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1955년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이 나왔지만 본격적인 반공, 전쟁 영화는 1960년대에서야 등장했다.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그 전 해 4·19 혁명으로 들어선 제2공화국은 출범 9개월 만에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의해 붕괴되었다. 이런 배경하에서 당시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국책영화들이 제작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전쟁영화이지만 전투나 액션보다는 인간애에 초점을 맞추고 전우들 사이의 우정과 갈등을 아주 유머러스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대표적인 작품이 '5인의 해병'과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었지 싶다.

 

 필자가 중학교 때 단체관람하기도 했던 '5인의 해병(Five Marines)'은 1961년 작품으로 '맨발의 청춘(1964)'으로 잘 알려진 김기덕(金基德, 1934~2017)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1회 대종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출연 최무룡, 신영균, 황해, 박노식, 곽규석 등. 러닝타임 118분.

 

 '돌아오지 않는 해병(The Marines Who Never Returned)'은 1963년 '만추(晩秋·1966)'로 유명한 이만희(李晩熙, 1931~1975)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1회 청룡영화상 및 제3회 대종상 감독상 수상. 출연 장동휘, 최무룡, 구봉서, 이대엽, 전영선, 김운하, 독고성, 장혁, 전계현, 강미애, 나애심 등. 러닝타임 109분.

 

 위의 두 편 외에 신상옥(申相玉, 1926~2006) 감독의 신영균, 최은희, 최무룡, 김희갑 등이 출연한 '빨간 마후라(The Red Scarf·1964)'도 1960년대 최고의 블록버스터 전쟁영화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들은 한국영상자료원(Korean Federation of Film Archives)이 운영하는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KMDb)에서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먼저 '5인의 해병'의 줄거리를 살펴본다. 첫 장면의 함포사격, 전투기 등 자료영상으로 보아 배경은 인천상륙작전 개시 무렵인 것 같다. 한국전쟁 중 해병대 여단장(박암)의 부관으로 있던 오덕수(신영균) 소위가 자원하여 아버지 오석만(김승호) 중령이 근무하는 일선의 대대로 전입한다.

 

 아버지는 반갑게 맞이하지만 극히 사무적으로 대하는 아들 오 소위. 어릴 적부터 항상 형 덕한(최봉)만 감싸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이 아직까지 오덕수의 가슴에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 소위가 소대장으로 부임한 3소대의 2분대는 시골에서 농사짓다 장가를 들었지만 신부와 첫날밤도 못 치르고 입영한 장영선(박노식),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학사 출신으로 고향에 임신한 아내 순이(김지미)를 두고 온 우종국(최무룡), 건달로 살았지만 고향에 두고 온 홀어머니(황정순)를 모시고 새출발을 하고 싶어하는 김훈구(황해), 의장대 출신 연예인으로 아내와 딸 다섯을 두고 온 마주한('후라이보이' 곽규석), 고아로 자란 신참해병 하영규(남양일) 그리고 분대장인 정충길(독고성) 하사관이 소속돼 있다.

 

 북한군과 대치 상태인 분대원은 낮에는 참호를 구축하고, 밤에는 두고 온 가족, 연인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쓴다. 마주한이 하모니카로 '아 목동아'를 청승스럽게 부는 가운데….

 

 제대로 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고 현재의 위치만을 고수하라는 상부의 지시 속에 지쳐가던 분대원들은 자기들을 닦달하고 못살게 구는 정 분대장을 못마땅해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후라이 보이’ 곽규석과 질퍽한 호남 사투리를 구사하는 박노식의 절묘한 콤비 연기는 볼 만하다.

 

 어느 날, 종국이 부인 사진을 보고 있는데 학사 출신인 종국을 삐딱하게 보아온 정 분대장이 정신상태를 고치기 위해서라며 그 사진을 압수하는 일이 벌어진다. 옆에 있던 훈구가 분대장에게 아무리 군대이지만 남의 사유재산을 압수하는 그런 것은 배우지 않았다며 종국을 비호하고 나선다. 상관인 정 하사관이 뺨을 때리고 훅을 날리자 뚜껑 열린 훈구는 그와 주먹다짐을 한다.

 

 오 소위의 따뜻한 충고에 훈구는 삯바느질로 힘들게 생활하는 홀어머니를 남겨두고 입대하던 때를 회상한다.

 

 순찰 중 중대장 양 대위(윤일봉)가 오 소위에게 아버지는 무뚝뚝 하시지만 부하들에겐 퍽 인자한 분이라고 말한다. 오 소위의 사연을 들은 양 대위는 자신은 홀로 월남했기 때문에 오 소위의 부친처럼 뺨을 때릴 아버지가 안 계신 점이 괴롭다고 말한다.

 

 어느 날, 종국은 영규와 야간 잠복근무를 하다가 적의 갑작스런 기습을 받고, 잠깐 동안의 교전 중 영규가 참호에 떨어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종국을 살리고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주한의 구슬픈 하모니카 연주 속에 장례식을 마친 분대원들은 고아로 자란 영규에게 삶의 목적과 힘이 되었던 윤자에게 보내는 그의 러브레터도 부치지 못하고 차가운 흙속에 함께 묻는다. 영규의 죽음으로 종국은 그 동안 이기적이고 냉소적이었던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고 이제 싸울 용기가 생겼다고 영선에게 말한다.

 

 한편 평소 남달리 영규를 아꼈던 분대장은 그의 복수를 위해 홀로 적지로 수색을 나갔다가 중상을 입고 돌아온다. 명령불복종으로 저지른 일이지만, 적군은 탄약고를 증설하고, 1개 사단 병력이 남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등 중요 기밀을 알리고, 마지막으로 종국에게 용감한 해병이 되라는 뜻에서 못살게 굴었다며 압수했던 사진을 되돌려주는 정 분대장. 원목이 오자 분대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는 눈을 감는다.

 

 중대장 양 대위는 적군의 총공격이 감지되자 대대장 오 중령에게 적의 탄약고를 기습 폭파할 특공대를 보내자고 제안한다.

 

 정 하사관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운데, 오 소위는 특공대 투입 명령을 받는다. 그는 분대장의 복수를 위해 자원한 영선, 종국, 훈구, 주한 등 2분대원들과 자신을 포함한 5인의 해병 특공대를 꾸리고 살아 돌아오기 힘든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투입 직전 모두 상병 승진을 자축하던 중 편지가 배달되는데 훈구에게만 편지가 없다. 마주한은 딸 셋인데 이번에 또 딸 쌍둥이를 낳았다는 사연. 종국은 몇 개월만 있으면 아버지가 된다는 소식 등등.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코로나-19 사태로 5월9일 '손영호의 TMMT'는 휴강하오니 다시 뵐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 '5인의 해병(1961)' 영화포스터.

▲ 분대장(독고성·가운데)이 영선(박노식·왼쪽)과 주한(곽규석)을 닥달하고 있다.

▲ 망중한을 즐기는 5인의 해병. 왼쪽부터 마주한(곽규석), 우종국(최무룡), 오덕수 소위(신영균), 김훈구(황해), 장영선(박노식).

▲ 건달로 속을 썩이며 살아가는 아들 김훈구(황해)를 모성애로 다독이며 믿음으로 격려하는 홀어머니(황정순).

▲ 고아로 자란 신참해병 영규(남양일·왼쪽)와 함께 잠복 근무를 하는 종국(최무룡). 영규는 수류탄을 덮쳐 종국을 살리고 죽는다.

▲ 몸으로 수류탄을 덮쳐 종국을 살리고 죽은 하영규의 장례식.

▲ 고무보트로 적의 탄약고 근처까지 침투하는 5인의 해병특공대. 좌로부터 박노식, 최무룡, 황해, 신영균, 곽규석.

▲ 종국으로부터 죽은 아들 오덕수(신영균)의 유품을 전달 받는 아버지 오석만 중령(김승호). 그 옆은 중대장 양 대위(윤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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