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ho2017
칼럼니스트
국제펜클럽회원

416-871-3428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127 전체: 670,694 )
서부 영화 시리즈(XIII) - 내일을 향해 쏴라(하)
youngho2017

 

(지난 호에 이어)

 다음날 그들은 비록 종이에 적어온 스페인어를 읽는 추태를 보이지만 성공적으로 은행을 털고, 에타도 공범자가 되어 갖은 수법을 동원하면서 은행 강도짓을 하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그것이 문명과 자본, 공권력이 미약했던 볼리비아에서의 유명한 '양키 무법자(Los Bandidos Yanquis)' 사건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흰 모자를 쓴 사람을 보자 그들을 쫓아낸 존 러포어스 등의 추적자들이 여기까지 뻗쳐 있다는 두려움 내지 공포에 휩싸인다. 이에 부치가 정공법(正攻法)으로 가자고 제안하여 둘은 어쩌면 난생 처음 '정직한 직업'을 갖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둘은 광산회사에 취직하여 봉급 수송 호위팀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그들의 보스인 퍼시 개리스(스트로터 마틴)가 출금하는 사이, 바로 자신들이 턴 은행 앞에서 이제 총을 들고 지키는 신세가 되는 아이러니가 연출된다.


 그러나 첫 번째로 호송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 퍼시 개리스가 매복해 있던 산적들의 총에 맞아 죽는 일이 벌어졌다. 부치와 선댄스가 돈 파우치를 던져놓고 죽은 척하자 산적들이 주워 돈을 분배하는 사이에 그들을 모두 죽이는데, 이것은 부치로서는 일생 일대의 첫 살인이었다.


 선댄스는 부치에게 "우리는 이제 새사람이 된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은행 강도 때도 없었던 사람을 쏘아 죽이는 일을 저지르게 되었으니 '정공법'은 실패했고, 결국 그들은 올바르게 합법적으로 사는 것을 거부한다.


 에타가 올바르게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땅을 사서 농사를 짓고 목장 운영을 하는 방법을 제안하지만 부치와 선댄스는 농사는 어렸을 때부터 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며 그들이 배운 건 빼앗고 훔치는 일이 전부라고 결론짓고 거부한다.


 이에 에타가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부치와 선댄스는 순순히 그녀를 보내주고 둘만 남게 된다. 어쩌면 에타는 현실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했을 것이고, 볼리비아로 올 때에도 말했듯이 강도짓의 결과는 죽는 일밖에 없다며 차마 죽는 꼴을 제 눈으로 보기 싫었기 때문에 돌아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둘은 그녀의 빈자리에 대해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이 험한 세계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는 일이고 또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치와 선댄스는 어느 날 지나가던 농부들을 습격해 돈과 말을 빼앗아 산 빈센테라는 조그만 마을에 들러 야외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한다. 그런데 타고 온 말을 몰던 마구간 소년이 그 말에 찍힌 표식을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한다.


 부치가 맛이 없다며 투정을 부리는 순간 식탁에 총알이 날아오고 이윽고 볼리비아 경찰과 한바탕 총격전이 벌어진다.


 건물 안으로 피신한 부치와 선댄스. 그러나 총알이 부족하여 일단 바깥에 묶어둔 말 안장에서 갖고 와야 하는데 서로 가겠다며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엄호는 총 잘 쏘는 선댄스가 더 잘 한다는 이유로 부치가 "난 너무 똑똑해서 탈이야"라고 투덜거리며 나간다.


 간신히 탄환 총대를 갖고 두 필의 말을 몰아 그 사이에 끼어 돌아오던 부치는 총상을 입고 말은 죽는다. 계속 엄호하던 선댄스도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둘이서 감당하기엔 수가 너무 많아 역부족이다.


 건물 안으로 피신한 둘은 또 티격태격 한다.

 선댄스: 달린다고 했잖아? 그렇게 움직임이 굼떠서 내가 총맞게 하냐?

 부치: 놀구있네, 그것도 엄호라고? 그러고도 총잡이냐?

 선댄스: 입만 살았군!


 이때 지원 요청을 받은 볼리비아 기병대가 도착한다. 경찰서장(호세 차베스)이 적이 두 명이라는 말에 사령관(호르헤 루섹)은 어이없어 하지만 그들이 악명높은 'Bandidos Yanquis' 라는 말을 듣자 곧 수백 명의 군인들을 풀어 건물을 에워싸고 군경합동 작전이 개시된다.


 한편 이 사실을 모르는 둘은 중상을 입고 겨우 몸을 가누면서도 전혀 비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부치는 다음에는 호주로 가자며 거긴 영어를 쓰기 때문에 우린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고 말도 많고 숨기도 좋으며 기후도 좋으니 넌 수영을 배우면 좋겠다고 말한다.


 선댄스는 "네놈 말 듣고 여기왔다가 이 모양이 되었다"며 "수영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은행과 여자는 어떤데?" 하고 묻는다. 부치가 "쉽고 잘 익었다"고 대답하자 "난 가기 싫어. 아무 쓸모 없다"고 말하는 선댄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라는 부치의 말에 선댄스는 그러겠다고 말하는데….


 선댄스가 수건으로 부치의 부상 당한 오른 손목을 싸매주고 총을 쥐어준다. 일단 말을 탈취해서 도망치기로 결심하는 두 사람. 그때 부치가 갑자기 '러포어스'가 밖에 있느냐고 묻는다. 선댄스가 없다고 대답하자 둘은 쌍권총을 들고 건물 밖으로 냅다 뛰는 찰나에 화면은 정지되고 '조준! 발사!'를 명령하는 군사령관의 호령소리와 총소리만 반복해서 난무하는 가운데 빛바랜 흑백 화면으로 바뀌고 (영화포스터에 있는 바로 그 장면이다), 카메라가 트랙 백 하면서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영화는 끝난다.


 이 마지막 장면은 비록 범법자들이지만 '와일드 번치' 중심이 아니라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를 주인공으로 하여 '내일을 향해 쏜' 전설적 두 인물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고 영원한 의기(意氣)와 낭만적이고 낙천적인 개성을 신화로 만들었지 싶다.


 미국 텍사스 주 포트 워스 다운타운에 있는 '선댄스 광장'에는 '와일드 번치' 멤버 5명이 1900년 12월에 촬영을 했던 사진관과 사진이 지금도 보존되고 있다. 또 '에타 플레이스'라는 이름의 방 10개짜리 호텔도 있다.


 로버트 레드포드(84)가 주축이 되어 독립영화 및 저예산 영화를 위주로 매년 유타 주 파크 시티에서 시상하는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는 바로 이 영화에서 레드포드가 맡은 역할인 주인공 이름을 딴 것이다.


 조지 로이 힐 감독은 '내일을…'에서 호흡을 맞춘 폴 뉴먼(1925~2018)과 로버트 레드포드를 4년 뒤인 1973년에 다시 기용하여 '스팅(The Sting)'을 제작,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이런 일화가 있다. '내일을…' 촬영 중 실제 부치 캐시디의 여동생인 룰라 파커 베텐슨(1884~1980)이 종종 세트장을 방문하였는데, 개봉 전 광고를 해주겠다며 영화를 먼저 자기에게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기각 당했다. 결국 레드포드의 제안으로 금일봉을 주고 무마했다고 한다. (끝)

 

※ 알림: 코로나-19 사태로 4월25일 '손영호의 TMMT'는 휴강하오니 다시 뵐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 볼리비아에서 에타도 공범자가 되어 셋은 갖은 수법을 동원하면서 은행 강도를 하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 악명높은 'Bandidos Yanquis' 라는 말을 듣자 곧 수백 명의 군인들을 풀어 건물을 에워싸고 군경합동 작전이 개시된다.

▲ 부치가 말 안장의 총탄을 가져오는 사이에 엄호 사격을 하는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

▲ 중상을 입고 겨우 몸을 가누면서도 부치는 다음에는 호주로 가자며 선댄스를 꼬득이며 전혀 비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 쌍권총을 들고 건물 밖으로 냅다 뛰쳐 나오는 찰나에 화면은 정지화면으로 바뀌고 군사령관의 호령소리와 총소리만 반복해서 난무하는 가운데 흑백 화면 처리한 마지막 장면.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