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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영화 시리즈(III)-'수색자’(The Searchers)(2)
youngho2017

 
종전의 야만적 인디언과 영웅적 백인으로 구분짓는
2분법적 구도를 탈피한 인본주의적 서부극

 

 

 

 

(지난 호에 이어)
 라스 요르겐센의 아들로 루시의 애인인 수색대원 브래드(해리 캐리 주니어)가 모두 죽어있는 소떼를 발견한다. 잡아 먹으려고 한 짓이 아님이 분명했다. 그것은 남자들을 빼돌린 뒤 무방비가 된 애론의 집을 약탈하려는 코만치족의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술책이었던 것이다. 


 마을이 텅 빈 그날 밤, 애론의 집 주변으로 이상한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애론이 경계에 나섰지만 역부족임을 절감한다. 이선의 빈 자리가 너무나 아쉽다. 조여오는 불안감에 가족들은 절망한다. 마침내 공격을 알리는 코만치족의 불빛이 번쩍인다.

 

 

 


 마르타가 데비를 안전한 곳이라 생각한 할머니 묘소 곁으로 얼른 내보내지만 이것도 무용지물. 코만치의 그림자가 소리없이 다가왔다. [註: 데비가 숨은 할머니 묘비에는 이선 에드워즈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메리 제인 에드워즈(Mary Jane Edwards)'가 코만치 족에게 당해 1852년 5월12일 41세로 사망한 것으로 쓰여있다.]

 

 

 

 


 다음날 새벽 여명 무렵에서야 자위대가 마을에 도착했지만 때는 늦었다. 이선이 이미 재로 변했지만 아직 불길이 남아있는 집 안으로 가장 먼저 마르타를 소리쳐 부르며 들어가는데, 그녀가 입었던 옷의 찢겨진 조각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뒤따라온 마틴이 한사코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절대 안 된다며 한 방 쳐서 때려눕히는 이선. 여기서 마르타는 참혹한 죽임을 당했음을 암시하고 이를 먼저 본 이선은 다른 사람이 일체 보지 못하게 막았던 것이다. 

 

 

 

 


 애론과 벤 등 일가족이 살해 당한 슬픔에 잠길 틈도 없이 가족 묘지 앞에서 데비가 갖고 놀던 인형과 담요를 발견하는 이선. 스피츠종 애견이 냄새를 맡으며 그 옆을 빙빙 도는 모습이 애처로운 가운데 루시와 데비는 납치 당했음을 시사한다. 

 

 

 

 


 간단한 장례식이 거행된다. 모뉴먼트 밸리를 배경으로 화면의 오른쪽 상단에 세 명의 묘소 십자가가 보이고 언덕의 왼쪽 사선을 따라 둥글게 마차들이 둘러싼 가운데, 추모객들이 유명한 찬송가 "Shall We Gather at the River?"를 부른다. [註: 브루클린 침례교회 로버트 로우리(Robert Lowry, 1826~1899) 목사가 지은 곡이나 우리 찬송가집에는 없다. 이 찬송가는 후반부 결혼식 장면에 또 한 번 나온다. 존 포드 감독이 좋아한 곡으로 그의 여러 작품, 예컨대 '역마차(1939)' '황야의 결투(1946)' 등에도 삽입됐다. 그 후 델머 데이비스 감독의 '스펜서의 산(1963)', 샘 페킨파 감독의 '메이저 던디(1965)' 및 '와일드 번치(1969)' 등에서도 오마주되었다. 이 장면은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셰인(1953)'에서 그랜드 테튼 산을 배경으로 "Abide With Me"를 부르던 장례식 장면과 대비된다.]


 장례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색팀을 구성하여 떠나려는 이선에게 요르겐센 부인(올리브 캐리)이 성경책을 가슴에 품은 채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었어요. 마르타는 더 이상의 희생을 원하지 않을 거예요. 복수를 위해 다른 남자들까지 희생시키지 마세요. 약속해 줘요." 


 이를 들은 채도 않고 이선은 클레이튼 대위가 이끄는 수색팀과 함께 떠난다. 얼마 후 일행은 코만치의 묘지에서 널찍한 돌 밑에 있는 시체 한 구를 발견하고는 복수할 거리를 찾았다고 흥분하는데…. 네스비(윌리엄 스틸)는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 다 죽을 것"이라며 반대한다.


 그때 분개한 브래드가 돌로 그 시체를 내리치자 "시작했으면 끝을 내야지" 하면서 시체의 두 눈에 총알을 박는 이선. 클레이튼이 "이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묻자 그는 "코만치들은 눈이 없으면 영혼의 땅에 못 들어가서 영원히 구천을 헤맨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선은 야간에 기다렸다가 해뜨기 전에 덮치자고 제안하지만 클레이튼은 인질을 염려하여 대화로 풀자고 설득하는데, 마틴이 여자들의 안전을 위해 목사님의 말이 옳다고 거든다. 이에 이선은 마틴을 '체로키의 자식'이라며 모욕을 주는데, 그는 지독한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것이 또 드러난다. 클레이튼이 자기가 대장이므로 명령은 자기가 한다고 해서 일단락되지만 "만일 잘못되면 그때는 명령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는 이선….

 

 

 


 드디어 코만치족을 잡기 위한 추적이 시작되지만 자위대 일행은 오히려 코만치의 포위에 걸려든다. 스펙터클한 모뉴먼트 밸리의 풍광 속에 실루엣과 일직선으로 처리된 코만치족의 좌우 포위행렬은 존 포드 감독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대목 중 하나이다.

 

 

 

 


 강을 사이에 둔 코만치족과의 싸움에서 네스비가 부상을 입고, 그들과 효과적으로 싸우기에는 턱없이 인원이 부족한 데다 이선과 클레이튼 대위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겨 일단 철수하고, 조카 루시의 연인인 브래드, 애론의 양아들인 마틴 그리고 이선 등 세 사람만이 남아 데비와 루시를 찾기 위한 수색을 계속하는데….


 퇴각한 일행 4명이 트레일을 벗어나 다른 길로 간 것 같아 이선이 잠시 망을 보고 오겠다며 바위계곡 쪽으로 간다. 그런데 얼마 후 되돌아 와서는 칼을 꺼내어 연거푸 모래 바닥을 쑤시는가 하면 비틀비틀 실성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마틴이 '코트를 잃어버렸냐?'고 묻자 '그럴 일이 좀 있었다.'고 에둘러 대답하는 이선!


 밤에 야영을 하던 중 브래드가 인디언 캠프에서 루시를 봤다며 가려고 한다. 이선이 이를 제지하며 사실대로 말한다. 브래드가 발견한 것은 루시 옷을 입은 인디언이고, "아까 계곡에서 루시를 찾았지만… 내 코트를 덮어주고 내 손으로 묻어주었다"고 말하는 이선….


 앞에서 이선이 했던 이상한 행동은 두 가지로 유추 가능하지 싶다. 하나는 칼에 묻은 피를 흙으로 씻는 동작으로 보는 관점이다. 즉 계곡으로 간 이선이, 납치 당해 끌려가다 알몸으로 윤간을 당하고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루시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목숨을 끊어주고 그의 군복코트로 싸서 묻어주고 돌아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관점은 격렬한 섹스 행위를 은유하는 동작으로 보는 관점이다. 강간을 당하며 죽어가는 루시를 덮치고 있던 인디언을 죽이고, 그 처참한 광경에 사로잡혀 분노를 삭이지 못해 실성한 사람처럼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7월13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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