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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영화 시리즈(I)-'하이 눈'(중)(High N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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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영웅'의 '행동하는 양심'의 상징

 


 

 [註: 마치 윌 케인이 이 마을에 평화와 질서를 세우고부터는 모든 게 뜸해지고 먹고살기 힘들어져서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프랭크 밀러가 돌아오길 바라고 있는 듯한 태도이다. 겉은 멀쩡해도 속은 추한 정치•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그 사이에 윌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같이 싸울 동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밀러에게 선고를 내린 재판관도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며 윌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하고, 윌의 전임 보안관은 너무 늙어 도울 수 없다며 윌에게 역시 마을을 떠나라고 충고한다. 


 마을 술집, 이발소, 교회 등을 방문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모두가 한결같이 윌에게 마을을 떠나라는 말밖엔…. 특히 교회에서 해들리빌 시장 조나스 헨더슨(토머스 미첼)이 처음에는 윌을 도와줄 것처럼 마을사람들을 설득하다가 결국 그를 외면하도록 선동하는 장면은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궤변의 극치를 보여주는 명연기다. 


 심지어 윌의 절친한 친구 샘 풀러(해리 모건)의 집을 방문하지만 그는 그의 아내에게 집에 없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여 외면한다. 모두들 승산 없는 싸움이라고 믿은 탓에 5년 전 윌이 악당들을 처치함으로써 마을에 평화가 찾아왔던 기억을 이미 잊은 것이다. 기껏 애꾸눈의 술주정뱅이와 어린 소년이 자원하지만 오히려 윌은 돈을 주고 이들을 설득하여 돌려보낸다.

 

 

 

 


 한편 호텔 로비에 있던 에이미는 라미레즈의 방으로 올라가 같은 여자로서 궁금한 질문을 던진다. 케인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그녀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를 놓아달라고 부탁하는 에이미.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와 19살의 오빠가 정의를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을 보고 퀘이커 교도가 되었으며, 옳건 그르건 싸우는 건 반대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그가 내 남편이라면 총을 들고 같이 싸우겠다."고 말하는 라미레즈. 에이미가 "왜 그러지 않느냐?"고 묻자 라미레즈는 "그는 내 남편이 아니니까…."라고 대답한다. 드디어 오해가 풀리고 둘은 같은 12시 기차로 떠나기 위해 라미레즈의 방에서 함께 기다리는데…. 

 

 

 

 


 윌은 내면적 갈등에 빠진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에게 떠나라고 말한다. 승산 없는 뻔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윌이 낙심하여 차라리 자기도 떠나버릴까 하는 순간적인 생각에서 마구간에 갔을 때, 갑자기 하비 펠이 나타나 말 안장 등을 올려놓으며 강제로 윌을 말에 태우려 한다. 


 그러나 완강히 거절하는 윌. 급기야 둘은 주먹싸움을 벌인다. 늙은 윌이 젊은 하비를 때려눕히긴 했지만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윌 케인은 사무실에 앉아 유언장 같은 편지를 쓴다. 에이미와 라미레즈가 기차역으로 출발한다. 악당 3명은 우두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시계가 2분 전 정오를 가리킨다. 저만치서 기적소리가 울리고 악당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마을사람들은 교회에서 기도를 하고, 술집과 집안에 모여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밖을 쳐다본다. 

 

 

 

 


 사람들은 용기가 없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행동도 할 수 없다. 그저 모든 일이 별일 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거리엔 적막만이 감돈다. 카메라가 크레인을 타고 공중으로 이동하면 마을거리에는 윌 케인 혼자만 보인다. 결국 혼자서 프랭크 밀러와 그의 똘만이 3명을 상대해야 하는 윌 케인!

 

 

 

 


 정각 12시에 기차가 해들리빌 역에 도착한다. 그의 부하들의 마중을 받으며 기차에서 내리는 프랭크 밀러. 4명의 악당은 곧바로 텅빈 마을로 의기양양 쳐들어간다. 


 윌은 침착하게 먼저 벤 밀러와 잭 콜비를 저격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왼팔에 총상을 입는다. 이때 총소리를 듣자마자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에이미! 


 보안관 사무실로 달려간 그녀는 창문을 통해 등 뒤에서 남편 윌을 겨냥하는 짐 피어스를 발견하고 총을 쏘아 죽임으로써 종교적 신념을 뛰어넘어 남편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프랭크 밀러에게 인질로 붙잡혀 윌 앞에 나타나는 에이미…. 이윽고 윌이 투항하려는 찰나에 그녀가 갑자기 밀러를 제치고 몸을 빼는 사이, 윌의 총이 불을 뿜고 드디어 밀러는 사살된다. 

 

 

 

 


 상황은 끝났다. 그제서야 쥐 죽은 듯 몸을 사리던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거리로 몰려나온다. 윌은 보안관 배지를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아무도 그를 돕지 않았던 마을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에이미와 함께 마을을 떠나면서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하이 눈'은 서부영화라고는 하지만 긴박한 액션 장면은 마지막 10여 분뿐이고, 그것도 다른 서부영화처럼 화끈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영화가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까닭은 보안관 윌 케인의 캐릭터에 있다. 정통 서부극은 영웅담이었다. 그래서 숱한 악당과의 결투에서 사나이다운 기개와 멋과 낭만을 보여주었고 우리는 거기에 열광했다. 


 그러나 '하이 눈'은 불과 4명의 악당과 대결하지만 망설이고 초조•불안해 하며 갈등한다. 이 점에서 윌 케인은 지극히 인간적이며 사실적이다. 막 결혼식을 올렸다. 보안관 직도 그만뒀다. 그 앞에 위기가 닥친다. 아무도 그가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도와주지 않는다. 고독하다. … 인간관계의 비애를 느낀다. 


 하지만 보안관의 가슴에 달린 별은 정의를 상징했다. 그는 마을을 떠나 행복하게 살 수도 있는 입장이지만 떠날 수 없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겠냐만 보안관이기 때문에 마을을 지켜야 하는 공적인 책무를 애써 떠맡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내일(토) 오후 5시에 있을 예정이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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