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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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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깔맞춤과 감미로운 곡으로 뮤지컬의 
신경지를 개척한 프랑스판 '초원의 빛'

 

 

 

 

 프랑스의 작곡가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 1932~2019)이 지난 1월26일 86세로 타계했다. 지난 해 11월에 작고한 '남과 여(1966)' '러브 스토리(1970)'의 음악감독 프란시스 레이와 동갑내기로 프랑스는 두 달여 만에 또 한 명의 저명한 작곡가를 잃었다. 


 그의 이름은 잘 몰라도 1964년 영화 '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은 기억하실 것이다. 그 주제곡 'I Will Wait for You'를 비롯하여 스티브 맥퀸, 페이 다너웨이 주연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8)'의 주제가인 '네 마음의 풍차(The Windmills of Your Mind)'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던 작곡가이다. 

 

 

 


 뮤지컬 로맨틱 드라마인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은 뉴웨이브 감독 자크 드미(Jacques Demy, 1931~1990)의 작품으로 당시 21살의 우아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카트리느 드뇌브(76)를 스타덤에 올린 영화이다. 1964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작품상, 음악상 등 후보에 올랐다. 러닝타임 91분. 한국에는 1966년 개봉.


 영화는 시기별로 3막으로 구성돼 있다. 배경은 프랑스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간의 독립전쟁 시기(1954~1962)인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 특징은 밝고 화려한 깔맞춤과 보색 등의 미장센(Mise-en-Scene)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영화 전반에 걸쳐 모든 대사가 오페라처럼 노래로 처리돼 뮤지컬의 신경지를 개척한 점이다. 


 오픈 크레디트에 항구도시 쉘부르의 모습과 옛거리를 활보하는 각양각색의 우산들을 공중 촬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음악과 함께 참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제1막: 시작(The Departure), 1957년 11월

 


 해변마을 쉘부르에서 조그만 우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부 에머리 부인(안느 버농•95)은 그녀의 17살짜리 외동딸 쥬느비에브 에머리(카트리느 드뇌브)가 20세의 가난한 자동차 정비공인 기이 푸셰(니노 카스텔누오보•83)와 교제하는 것을 반대한다. 


 하지만 기이와 쥬느비에브는 깊이 사랑하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프랑수아즈(Francoise)로 짓기로 약속한다. 한편 기이의 숙모이자 대모인 엘리제(미레유 페레)를 돌보는 마들렌(엘렌 파르너•79)은 기이를 은근히 짝사랑하는데….

 

 


 기이가 알제리 전투에 징집된다. 떠나기 전날 둘은 사랑을 나눈다. 애틋한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기이를 실은 기차는 떠나고.

 

제2막: 부재(The Absence), 1958년 1월- 4월 


 먼 전쟁터에서 가끔 날아오는 기이의 편지와 자신의 뱃속에서 자라는 기이의 아이로 인해 쥬느비에브는 고독한 삶의 희망을 이어간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기이의 편지는 오질 않고 어머니의 우산가게는 파산위기에 놓여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모녀는 보석을 팔기 위해 부근의 보석상에 들른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파리의 보석상 남자, 롤랑 카사르(마크 미셸, 1932~2016). 기이를 잊을 수 없었던 쥬느비에브는 그의 청혼을 거부했지만, 그가 자신과 자신의 뱃속 아이까지 책임지려 하는 진심을 알고 결국 청혼을 받아들이고 결혼한다. 

 

 

 

 

제3막: 귀환(The Return), 1959년 3월-1963년 12월 

 


 2년의 복무를 마치고 전쟁에서 부상 당해 돌아온 기이는 쥬느비에브가 결혼해서 쉘부르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제대 후 민간생활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그가 어느 날 허름한 바에서 술을 마시고 매춘부와 잠을 자고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마들렌이 간밤에 엘리제 숙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린다. 

 

 

 

 


 마들렌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전쟁터에서 입었던 다리의 상처도 나았고 어두웠던 기억도 지울 수 있었던 기이는 절망 끝의 선택이 아닌 진정한 행복을 위해 그녀와 결혼하여 숙모가 남긴 유산으로 차 정비를 곁들인 미국식 주유소를 개업한다. 


 4년이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무렵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날, 결혼과 동시에 쉘부르를 떠났던 쥬느비에브가 엄마의 장례식에 왔다가 우연히 주유소에 들러 둘은 마침내 재회하게 된다. 사동이 차에 주유하는 동안 그녀를 따뜻한 사무실로 안내하는 기이는 차 속에 있는 여자아이의 이름을 묻는다. 그녀가 대답한다. "프랑수아즈! 널 많이 닮았어. 한번 볼래?" 그러나 고개를 가로젓는 기이…! 


 딸 이름과 아들의 이름이 같다는 점이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둘의 사랑의 약속과 추억을 애련하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로 받아들일 뿐,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둘은 잘 지내냐는 안부 정도의 대화만 하고 곧 헤어진다. 

 

 

 


 마침 외출에서 돌아오는 아내 마들렌에게 키스하곤 기이는 아들 프랑수아즈와 눈싸움을 즐긴다. 카메라가 트랙백 하며 기이가 아들을 안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행복에 겨운 장면을 보여주면서 주제곡 ‘I Will Wait for You’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6년 동안의 스토리는 담담하게 막을 내린다. 


 2013년에 50주년 기념판으로 나온 블루레이 영상으로 생생하고 바싹 거리는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색상의 '쉘부르의 우산'을 보면서 나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편의 영화가 겹쳐 보임을 어쩔 수 없었다. 사랑, 이별, 재회라는 구성과 모녀 간의 갈등 구조 등은 엘리아 카잔 감독의 1961년 미국 영화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의 프랑스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루이지 코멘치니 감독의 1963년 이탈리아 영화 '부베의 연인(La Ragazza di Bube)'이다. 레지스탕스로 14년 형을 치르고 있는 애인 부베(조지 차키리스)를 격주로 면회하며 스테파노(역시 마크 미셸이 맡았다)의 청혼을 뿌리치고 출옥을 기다리는 시골 처녀 마라(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의 애절한 순정을 통해, 사랑하던 연인을 ‘우산 밖’으로 떠나 보내지 않고 끝까지 '우산 속'으로 보듬었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영화속 쥬느비에브의 노래는 '목소리를 위한 협주곡(Concerto pour une Voix)'으로 유명한 프랑스 보컬리스트 다니엘 리카리(Danielle Licari•82)가, 에머리 부인의 노래는 미셸 르그랑의 누나인 소프라노 크리스티앙(Christiane Legrand, 1930~2011)이 더빙했다. (2019.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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