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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가 시리즈(III)-'불멸의 연인' (Immortal Belove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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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남긴 편지의 주인공을 찾는 여정 
'불멸의 연인' (Immortal Beloved) (1)

 

 

 

 

 

 필자는 20년 전인 1998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투숙했던 포럼 호텔(현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바로 페스트(Pest)쪽 다뉴브 강변에 위치해 있었는데, 방에 들어선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다뉴브 강 너머로, 지금은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으로 쓰이고 있는 부다 왕궁 또는 부다 성(Buda Royal Castle)을 비롯하여, 좀 멀리 마챠시 교회(Matthias Church), 어부의 요새(Fisherman's Bastion) 그리고 그 아래로 부다와 페스트를 잇는 유명한 세체니 다리(Szechenyi lanchid, 일명 Chain Bridge) 등 부다(Buda)쪽의 명물들이 영화 스크린처럼 바로 내 코앞에 다가오질 않는가! 


 부다 왕궁의 남쪽 궁전 가까운 곳에 부다 음악의 원류를 자처하던 구 왕궁극장(Court Theatre of Buda)이 있다. 이 극장에서 1790년 10월 25일 최초의 헝가리어 오페라가 공연되었으며, 1800년 5월 7일 베토벤이 연주회를 가졌다는 기록이 있다. 


 부다 성에 한 때 베토벤이 사랑했던 여자가 살았다는 설이 있는데, 아마도 '불멸의 연인' 중 헝가리 귀족인 안나 마리 폰 에르되디 백작부인 또는 요제피네 폰 브룬스빅 다임 백작부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낳는다. 


 서론이 좀 길어졌다. 음악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는 바로 베토벤이 남긴 마지막 편지에 얽힌 그의 일그러진 삶과 사랑을, 그의 비서이자 유일한 친구였던 안톤 쉰들러(Anton Felix Schindler, 1795~1864)를 화자로 내세워 그린 영화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이다.


 1994년 컬럼비아사 배급. 감독 버나드 로즈. 주연 게리 올드만, 예룬 크라베, 요한나 테르 스테이게, 이사벨라 로셀리니, 발레리아 골리노 등. 러닝타임 121분. 영화 로케이션은 체코공화국.


 음악감독은 1969년부터 22년 간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던 헝가리 출신의 게오르그 숄티 경(Sir Georg Solti, 1912~1997)이 맡았다. 이 작품에 그의 옥스포드 대학 영문학 석사인 딸 클라우디아 숄티가 출연했다.

 

 

 


 첫 장면은 장례식.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1827년 3월 26일에 56세로 사망하고, 장례식은 비엔나 성삼위일체 교회에서 거행되었다. 비엔나 전체는 슬픔의 도가니에 빠졌고, 약 2만 명의 군중들이 그의 장례 행렬을 지켜보기 위해서 몰려들었다. 그의 생이 끝나는 순간이었고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때 흐르는 배경음악은 베토벤 작곡의 "장엄미사곡(Missa Solemnis) D장조, 작품 123" 중 첫 악장인 '자비송(Kyrie)'.

 

 

 


 베토벤의 오랜 친구이며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예룬 크라베•74)는 베토벤 사후 그의 옷장 속 비밀 서랍에서 '불멸의 연인에게'라고 쓰인 모두 10페이지의 편지 3통을 발견한다. 베토벤의 유산은 당시 베토벤의 말년에 그를 돌보았던 막내 동생 요한 판 베토벤(Nikolaus Johann van Beethoven, 1776~1848)에게 상속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의 유언장은 모든 것을 '불멸의 연인' 앞으로 남긴다고 했기 때문에 그 여인을 찾기 위한 쉰들러의 여정이 시작된다. 요한(제라드 호란•56)은 그럴리 없다며 떼를 쓰지만…. [註: '불멸의 연인'은 마치 '로즈버드'의 비밀을 캐나가는 '시민 케인(1941)'과 첫 장면 장례식에서 의문의 문을 여는 '제3의 사나이(1949)'를 연상시킨다.] 

 

 

 


 불멸의 편지에는 수신인도 연도도 없이 날짜와 요일만 적혀 있었다. 이 편지는 '7월 6일 월요일 아침, 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작성된 세 통이었다. 베토벤 연구가들은 이 편지가 쓰인 시기로 보이는 1795~1818년 가운데 7월 6일이 월요일인 해들을 찾아본 결과 대부분 1812년으로 추정했다. 베토벤의 나이 42세 때다. 문득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를 떠올리는 대목이다.

 

 

 


 편지 내용을 보면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과의 사랑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가슴 절절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그들 사이엔 운명적으로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었다.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여인은 누구였으며 어디에 있었을까?


 '불멸의 편지'의 주소는 이니셜 'K'만 적혀있다. 그곳은 스파 타운으로 유명한 체코 공화국의 칼스바트(Karlsbad). [註: 현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의 독일어 표기. 당시 이곳에서 베토벤이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와 함께 산책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칼스바트는 베토벤이 영혼을 쏟아부은 '교향곡 제7번'을 작곡했던 테플리츠(Teplitz, 체코어로는 테플리체•Teplice) 다음으로 큰 온천도시이다.] 


 쉰들러는 그 편지를 갖고 칼스바트의 슈반 호텔(Swann Hotel)로 간다. 호텔 주인 여자 나네테 슈트라이허(Nanette Streicher, 1789~1833)는 그녀를 기억했다. 나네테(미리엄 마걸리즈•77)는 그녀가 두꺼운 망토와 베일을 쓰고 있어 그녀를 정면으로 본 적은 없으며 이틀 동안 방에서 머물렀고, 그녀 앞으로 편지가 한 통 배달됐는데 베토벤이 도착하기 직전에 바로 떠났다고 했다. 베토벤(게리 올드만•60)은 도착하자 그녀가 떠나버렸음을 알고, 너무나 화가 나서 방과 창문을 거의 다 부숴버렸다고 했다. 


 이때 흐르는 곡은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중 2악장으로 일명 '사랑의 주제가’(Love Theme: www.youtube.com/watch?v=vvjPeRg8gyc)이다. 이 곡은 엔딩 크레디트에 다시 나온다.

 

 

 


 호텔 숙박부에 기재되어 있던 그녀의 서명을 통해 그 여인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대체 그 여인은 누구일까? 


 쉰들러는 비엔나 근처에 사는 여전히 아름답고 쾌활한 줄리에타 갈렌베르크 백작부인의 집을 향해 떠난다. 그녀는 자신이 20년 전에 베토벤의 제자이자 연인이었음을 인정하고 얘기를 시작한다. 이 인터뷰 때 나오는 배경음악은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Pathetique)'" 중 1악장.

 

 

 


 줄리에타 귀차르디(Giulietta Guicciardi, 1782~1856)가 17세였던 1800년 당시, 비엔나 전체가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라 칭송하는 베토벤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었다.

처음에 줄리에타(발레리아 골리노•53)는 그의 무례한 태도에 너무나 놀란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유럽을 군주제에서 해방시킬 구원자로 믿고 교향곡 3번 '영웅(Eroica)'을 작곡 중이라고 말하는 베토벤의 연주회에 참석하여 '비창' 중 2악장을 들은 줄리에타는 그의 천부적인 음악적 열정에 곧 압도 당한다. 그 후 갈렌베르크 백작을 포함한 다른 모든 남자들의 청혼을 거절한다. 이때 '영웅' 중 1악장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실수는 중요치 않아. 하지만 섬세한 감각없이 대충 연주하는 건 용서 못해. 성의없이 연주하는 것도 용서할 수 없고. 매를 맞아야겠군!" 그러면서 진짜로 그녀의 손을 세차게 때리는 베토벤 선생.


 그녀의 아버지가 작위있는 부자도 아니며 대중적으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 천재 피아니스트를 탐탁지 않게 여기자, 줄리에타는 베토벤의 천재성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그에게 아무도 없는 독방에서 홀로 연주를 하도록 주문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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