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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가 시리즈(II)-‘바람의 신부’ (Bride of the Win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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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와 그의 아내 
알마의 생애를 그린 작품 

 

 

 유명 음악가 시리즈 중 두 번째로 저명한 작곡가이자 오페라 지휘자인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를 선정해 보았다. 그런데 말러를 주제로 한 영화가 여러 편 존재한다. '


 우선 클래식 음악가들을 많이 다룬 켄 러셀(Ken Russell, 1927~2011) 영국 감독의 1974년 작품 '말러(Mahler)'가 있다. 로버트 파웰(73)이 말러 역, 조지나 헤일(74)이 알마 말러 역으로 나와, 칸 영화제에서 기술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하지만 말러의 음악과 생애와 관련한 초현실적이고 악몽같은 괴이한 장면 등으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또 '바람의 신부(Bride of the Wind)'가 있다. 조너선 프라이스(70)가 말러 역, 세라 윈터(44)가 알마 역을 맡았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로 62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브루스 베레스포드(77) 감독이 2001년에 만든 이 작품은 여러가지 이유로 '썩은 토마토' 평점 11% 등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다. 


 이보다 9년 뒤에 나온 '구스타프 말러의 황혼'은 독일 영화로 원제는 "Mahler auf der Couch (Mahler on the Couch)"이다. 이를 직역하면 "침상 위의 말러", 즉 구스타프 말러와 그를 치료하는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 두 거장의 역사적인 만남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말러 탄생 150주년인 해, 그 다음해가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10년에 개봉되었다. 감독은 '바그다드 카페(1987)'로 유명한 퍼시 및 펠릭스 애들론 부자. 러닝타임 98분. 


 출연은 구스타프 말러 역에 요하네스 질버슈나이더 [註: '바람의 신부'에서는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 역으로 나온다.], 알마 말러 역에 바르바라 로마너,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에 카를 마르코비치, 발터 그로피우스 역에 프리드리히 뮈케 등. 


 구스타프 말러 관련 영화들에서 주목할 공통점은 근현대예술사를 주름잡는 유명 인사들의 칵테일 파티라 할 정도로 역사적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과 특히 그의 아내였던 알마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알마 말러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영화의 줄거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문 영화평론에 구애받지 않고 알마 말러와 얽힌 숱한 인물들을 망라하여 그녀의 생애를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길잡이가 되는 작품이 '바람의 신부'라고 생각되어 이를 중심으로 알마 말러의 얘기를 풀어나가기로 한다.

 

 

 


 알마 말러(Alma Mahler, 1879~1964)는 당대 유명한 풍경화가였던 유태계 아버지 에밀 야콥 쉰들러(1842~1892)와 함부르크 출신 오페라 가수였던 어머니 안나 폰 베르겐(1857~1938)의 맏딸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났다. 


 알마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화실을 들락거리며 문학, 음악 등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이를 간파한 아버지는 어린 딸에게 난해한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히기도 했다.
 한편 어머니 안나는 남편의 제자였던 4살 연하의 카를 몰(Carl Moll, 1861~1945)과 수년 전부터 은밀하게 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알마가 13세 때인 1892년 남편이 죽자 그와 재혼한다. 카를 몰은 1897년 '비엔나 분리주의(Vienna Secession)'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유명한 화가인데, 그는 알마의 의붓아버지가 되는 셈이다. 

 

 

 


 모전자전(母傳子傳)인가, 어렸을 때부터 예술가들 속에서 자란 알마는 18살 때, 분리파의 초대 의장이었던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첫 애인이 되었다. 클림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키스(Der Kuss)'는 알마와의 첫 키스를 생각해서 그린 것이라는 설이 있다. 

 

 

 


 영화의 첫 장면. 질펀한 무도회장에 클림트의 유명한 작품 '유디트 I (Judith I and the Head of Holofernes•1901)'이 전시돼 있고, 그 옆에 그림속 유디트를 꼭 닮은 얼굴의 여성이 똑같은 포즈와 의상을 걸치고 등장하는 것이 묘한 흥미를 끈다. 유디트는 구약성서 유딧기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미망인으로 이스라엘을 강탈하려는 아시리아의 장수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여 그의 목을 칼로 베고 나라를 구한 영웅적 유태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註: 유딧기는 종교개혁을 거친 개신교에서는 외경(外經)이지만 가톨릭, 정교회 등에서는 여전히 정경으로 사용하고 있다.] 


 속이 비치는 옷을 걸치고 한쪽 가슴을 드러내고 턱을 살짝 치켜들고 눈은 반쯤 지긋이 감은 상태로 고혹적인 웃음을 흘리며, 부드러운 오른손으로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잘린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관음증과 나르시즘 그리고 거세공포를 동시에 느끼면서 묘한 황홀감을 가질 수 있는 그림이다. 


 요컨대 칼로써 남근의 상징으로서의 저 목을 쳐낸 팜므 파탈(요부)의 만족감을 드러내는 그림이 '유디트'이다. 이를 통해 처음부터 알마를 유디트에 비유하여 그녀의 삶이 예사롭지 않음을 암시한다. 

 

 

 


 그 후에 알마는 당시 변호사로 궁정극장의 총감독이며 문학가•철학가였던 막스 부르크하르트(1854~1912)로부터 고전과 현대 문학을 배운다. 그는 철저한 반 유태주의자였으며, "넘어지는 사람은 밀어버리라"는 니체의 철학을 믿는 사람이었다. 그의 영향은 알마의 일생에 깊숙이 녹아들었고, 그 후 수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인종 편견과 실연의 고통을 겪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한편 14세 때부터 6년 간, 맹인 피아노 및 오르간 연주자이며 작곡가인 요셉 라보르(1842~1924)로부터 작곡을 공부하고, 20세가 된 1900년 봄, 비엔나의 유명한 작곡가 및 지휘자로 나중에 비엔나 민속 오페라 극장 감독이었던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1871~1942)로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면서 염문을 뿌렸다.


 턱이 가늘고 키가 작으며 퉁망울 같은 눈을 가진 폰 쳄린스키(요하네스 질버슈나이더)는 유태인으로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스승이자 친구였다. 그의 지도하에 그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하인리히 하이네 등의 서정시에 곡을 붙인 일련의 가곡(歌曲), 즉 리트(Lied)를 작곡하기도 했다. (다음 호에 계속)

 

 

 

 ※ 알림: 2월 7일(수) 갤러리아 쏜힐 문화센터에서 낮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과학 및 인문 강좌가 있습니다. 강사: 문종명, 손영호, 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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