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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Wild Strawberr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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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靑春禮讚) 시리즈(III)
젊어 보고 늙어 보니 청춘은 꿈결 같더라

 

 

(지난 호에 이어)
 아침 식사 중에, 룬드에 살다가 남편 에발드와 다투고 나와서 시아버지 집에 얹혀사는 며느리 마리안느(잉그리드 튤린)가 인사를 하며 들어와, 자기도 룬드로 같이 가겠다고 한다. 

 

 

 


 별로 사이도 좋지 않은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자동차로 한나절을 함께 여행하게 되면서 영화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註: 악몽을 꾼 날이 6월 1일이니 기념식도 자동차 여행도 그날 하루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3. 자신의 참모습


 이삭이 운전하는 차 안. 그리 살가운 관계는 아니었을지라도 며느리의 시아버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이삭에겐 충격이었다.


 "남편 에발드도 아버님을 싫어해요. 아버님은 냉혹한 이기주의자예요. 타인의 말에는 귀를 막고 본인 생각만 따라 가시죠. 노인 특유의 수완과 온화함으로 잘 위장하고 계실 뿐이죠. 세상은 아버님을 위대한 박애주의자로 보겠지만 가까이서 아버님을 보아온 저희들 눈을 속일 순 없어요. 한 달 전만 해도 아버님이 저희들을 도와주실 줄 알았죠. 몇 주만 머무르게 해달라고 했더니 '난 간섭하고 싶지 않구나. 너희 문제는 너희가 알아서 해결하라. 행여 내게서 동정심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대답하셨어요. 아버님같은 독선가에게 의지하고 싶진 않아요."


 가족에게 무심하고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라니? 며느리의 입을 통해 스스로는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음으로 마주했다. "솔직히 네가 집에 있으니 좋구나. 너는 똑똑한 여자야. 네가 날 싫어한다니 정말 유감이구나."하고 말하자 "싫어하지 않아요. 동정해요."라고 대꾸하는 마리안느. 

 

4. 산딸기 밭, 첫사랑의 아픔


차를 운전하던 이삭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도로에서 벗어나 잠깐 시골길로 들어가 차를 세운다. 거기는 이삭이 20살 될 때까지 매년 여름 머물렀던 별장이 있던 곳으로 젊은 시절의 추억이 서린 장소였다. 


 노박사 이삭은 '산딸기밭'에서 60여 년 전 어느 날의 정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당시 첫사랑의 연인이었던 사라(비비 안데숀)가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숲속 산딸기를 따서 선물 바구니에 담고 있다. 이삭이 "난 많이 늙었어. 옛날하고 많이 다르겠지. 하지만 넌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고 되뇌이며 사라를 불러본다.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추억 속의 젊음은 변치 않는 법이다.  빨간 열매로 싱싱하게 부풀어 오른 산딸기는 이삭에게 청춘의 향수를 불러일으켰을 터였다

 

 

 


 그때 생기발랄한 그녀 옆으로 이삭의 친동생 시그프릿(페르 쉬오스트란드)이 다가와 치근댄다.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시그프릿이 키스를 하자 바구니가 넘어져 기껏 딴 산딸기가 쏟아진다.


 무기력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늙은 이삭. 서로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음에도 형수가 될 사라에게 동생 시그프릿은 끈질기고 적극적인 구애를 한 것이다.

 

 

 


 별장 안으로 들어가보는 이삭. 옛날 10남매가 모두 모여 아침식사를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귀먹은 아론 삼촌(인니브 노르드발)의 '성명 축제'를 위한 모임이었다. [註: 18세기 중세시대부터 교회의 성자와 순교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축제로 카톨릭 국가들의 전통이다. 그들의 이름을 각 월의 
일자별로 달력에 정리해 공표한다. 예컨대 스웨덴의 성명축제 캘린더에 의하면 아론(Aron)은 7월 1일이다.] 


 모두 식사하러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한 여인이 라이락 그늘의 요람에 있는 아기를 살펴본 후 뒤따라 들어간다. 식사 기도를 한 후 올가 이모(시프 뤼드)의 속사포 같은 훈시가 이어진다. 4남 6녀에 대해 한사람씩 예법에 벗어난 행동이나 나쁜 습관들을 일일이 지적하는데, 여장부다운 카리스마가 넘쳐 보인다. 


 사라가 따온 산딸기는 아론의 성명축제를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사라가 시그프릿과 키스한 사실이 이를 엿본 쌍둥이 자매에 의해 들통난다. 자리를 피한 사라가 눈물을 흘리며 이삭의 누이동생 샬로타(군넬 린드블롬)에게 넋두리를 쏟아낸다. "착하고 다정하고 예의 바르고 훌륭한 이삭인지라 자기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의 상대가 될 수 있겠냐, 이삭이 불쌍하다."며 두 형제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복잡한 심중을 토로하는데…. 

 

 

 


 이 만찬에 삼촌을 위해 축가를 부르며 계속 수다를 떠는 귀여운 쌍둥이 자매가 나오는데, 그 중 크리스티나(레나 베리만•74)의 연기가 깜찍하다. [註: 레나는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딸로 당시 14살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영화 '제7의 봉인(The Seventh Seal•1957)'과 '결혼의 풍경(Scenes from a Marriage•1973)'에도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5. 세 젊은이

 

 

 


 사랑했던 사라의 젊은 날을 회상하던 노교수가 현실로 돌아오니, 우연히 이름과 외모가 같은 사라(비비 안데숀이 이중 연기를 한다)라는 애를 만나게 되는데, 이탈리아로 가는 중이란다. 동행하는 2명의 남자애가 또 있다. 


 뒷좌석 남자 둘 사이에 앉은 사라가 수다를 떤다. "안데쉬(포크 선드퀴스트)와 자기는 정말 사랑하는 연인 사이이며, 빅토르(비욘 브옐벤스탐)는 자기를 좋아해서 아빠가 붙여준 보호자"라며 "아빠의 천재적인 아이디어예요. 떼어놓으려면 빅토르를 유혹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전 생기발랄한 숫처녀랍니다."

 

 

 


 사라를 가운데 두고 성향이 정반대인 두 남자 아이의 환심사기 경쟁이랄까, 넘치는 에너지로 티격태격 하는 사랑싸움은, 60여 년 전 이삭과 동생 그리고 사라의 삼각관계를 재현한 듯하다. 


 이삭이 운전을 하면서 "내 젊은 날의 연인 사라는 내 동생인 시그프릿과 결혼하여 자녀를 여섯 낳고, 나이는 75살인데 아주 곱게 늙었다."고 말한다. 그러자 용수철 튀듯이 "나이 드는 게 제일 끔찍해." 하는데 안데쉬가 옆구리를 찌르자, 즉각 노교수에게 큰 실수를 했다고 사과하는 사라.

 

6. 중년 부부


 커브길에서 반대편에서 오던 차가 이쪽 차선으로 잘못 들어오는 바람에 서로 피하려다 상대방 차가 갓길 숲속에 처박혀 뒤집어진다. 다행히 부부가 다친 데가 없이 차에서 나온다. 


 "마누라가 차를 잘못 운전해서 그랬다."며 "다친 데는 없느냐?"고 묻는 스텐 알만(군나르 쉬오베르그). 스톡홀름 전력공사에 근무한다는 알만이 아내 베릿(군넬 브로스트롬)은 배우라며, 얘기하다 정신이 팔려서 그렇게 되었다며 정중하게 사과하고 아내에게도 사과하라고 말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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