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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끊은 '젤소미나' "길(La Strada)"(1)
youngho2017

 

 

쇠사슬로도 끊을 수 없었던 잠파노의 가슴을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우리나라의 6•25 전쟁이 끝난 무렵인 1954년에 제작된 무척 오래된 영화이지만 TV의 주말 극장이나 토요 명화 등을 통해 이미 수차례 눈도장을 찍었던 유명 영화 "길(La Strada)"은 로드 무비로 앤서니 퀸이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출연한 몇 안 되는 영화 중 길이 남을 명작이다. 


 1954년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과 미국의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가 주는 오스카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하도 유명한 영화여서 새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앤서니 퀸 시리즈를 얘기하려면 당연히 이 작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 


 그는 엘리아 카잔 감독, 말론 브랜도, 진 피터스와 공연한 혁명아 자파타!(Viva Zapata!•1952)로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후 2년 만에 주연을 맡은 작품이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이다. 1954년 트랜스 룩스사 배급. 제작 디노 데 라우렌티스(Dino De Laurentiis, 1919~2010) 및 카를로 폰티(Carlo Ponti, 1912~2007). [註: 처음에 젤소미나 역에 데 라우렌티스의 부인인 실바나 망가노와 잠파노 역에 버트 랭카스터를 캐스팅하기를 원했으나 펠리니 감독이 거절했다.] 출연 앤서니 퀸, 줄리에타 마시나, 리처드 베이스하트. 음악감독 니노 로타. 촬영감독 오텔로 마르텔리. 러닝타임 104분.


 어느 날 해변가를 거닐던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는 힘장사 잠파노(앤서니 퀸)를 따라갔던 그의 언니 로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울음을 머금은 듯한 표정의 젤소미나, 그녀 앞에서 나이 많은 어머니가 어린 애를 품에 안고 울부짖고 있다. 둘러싸는 어린이들, 이러한 정경(情景)을 담배를 피우면서 넌지시 바라보는 거한(巨漢) 잠파노. 

 

 


 어머니가 "너 로자 대신 잠파노와 같이 가겠니? 돈을 벌 수 있고 집에서도 식구 한 사람 덜고 말이야 (젤소미나 밑으로 4명의 동생이 있다)…. 잠파노는 친절하고, 여기저기 구경을 할 수 있고, 넌 노래하며 춤만 추면 돼…. 네 아버지가 그렇게 일찍 죽지만 않았어도… 젤소미나…"라며 돈을 꺼내 보인다.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잠파노는 젤소미나의 어머니에게 1만 리라를 주고 로사를 대신하여 그녀를 사서 그날 바로 데리고 간다. 


 젤소미나는 남의 말을 쉽게 믿는 백치 소녀다. 비록 가난 때문에 딸을 팔긴 했지만 이별을 아쉬워하는 어머니가 애처롭다. 그런데 젤소미나의 얼굴은 눈물에 젖은 데도 무엇인지 기쁜 듯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잠파노는 삼륜차를 몰고 이 거리 저 거리를 떠다니는 1인 유랑극단으로 가슴에 꽉 둘러맨 반 센티미터짜리 쇠사슬을 끊는 차력사의 묘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어느 마을집 근처에서 잠파노가 요리한 식사를 하는데 젤소미나는 반합에 든 식사를 입으로 가져가기는커녕 밖으로 쏟아내며 잠파노가 보는 앞에서는 식사하는 시늉을 하는 모습이 순진하고 익살스럽다. 잠파노가 차에 실려있는 옷가지와 신발 모자 등을 잔뜩 건네주며 젤소미나에게 우아하게 맞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

이때 그녀의 머리에 모자를 씌어보는 잠파노. 젤소미나는 잠파노 몰래 익살맞게 웃으며 광대춤을 춰본다. 

 


 잠파노가 그녀에게 스네어 드럼과 트럼펫 연주를 가르쳐주고 춤추는 법과 관중들을 위한 어릿광대를 훈련시킨다. 형편없이 북을 두드리자 나무를 잘라 회초리를 만들어 그녀의 종아리를 때린다. 쪽 팔리게 마을의 아이들이 몰려와 이를 구경한다.

 

 


 밤이 되어 모닥불을 피워 그 앞에서 서성이는 젤소미나. 잠파노가 차에 올라가 자라고 하지만 바깥에서 자겠다는 젤소미나. 처음으로 이름을 묻는 잠파노. 그녀는 코스탄쪼 젤소미나라고 답한다. 둘이서 함께 삼륜차 짐칸에서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 젤소미나는 곤히 잠든 잠파노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난생 처음 남자랑 잠자리를 같이 한 게 무안한 듯….

 

 


 드디어 광대로 분장한 젤소미나가 스릴 있는 북을 치는 가운데 차력으로 쇠사슬을 끊는 묘기를 보여주고 둘이서 짤막한 코미디 쇼를 보여준다. 구경꾼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젤소미나를 자기 마누라라고 관객들에게 소개하며 적선을 하시면 더 좋고 적선을 안 하셔도 상관 않겠다면서 젤소미나가 모자를 돌려 팁을 거둔다. 


 식당에 들른 둘은 포식을 하고 포도주도 맘껏 마신다. 잠파노는 비록 떠돌이지만 가는 곳마다 인기가 좋다. 젤소미나가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데 우리 아버지 집에서 태어났다고 대답하는 잠파노. 그때 식당 한 구석에서 옷장수와 거칠게 흥정하던 빨강머리 여자를 본 잠파노가 그녀를 불러 젤소미나와 합석을 시킨 후 술을 더 주문하고 여자의 엉덩이를 때리자 젤소미나는 그저 재미있어 웃기만 한다. 무심코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술잔을 부딪치기도 하며 둘이 노닥거리는 모습을 마냥 재미있어 하는 백치 소녀 젤소미나.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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