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ho2017
칼럼니스트
국제펜클럽회원

416-871-3428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446 전체: 668,645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youngho2017

 

 

 

동료애•인류애를 위한 죽음에 대한 조종(弔鐘)

 

 

 잉그리드 버그만이 칼러 작품에 처음 출연한 영화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였다. 원작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동명의 장편 소설. 1943년 파라마운트사 배급, 테크니칼러 작품. 감독 샘 우드. 출연 게리 쿠퍼, 잉그리드 버그만, 카티나 팍시누, 아킴 타미로프 등. 러닝 타임 170분. 이 영화는 최우수 작품상 등 아카데미상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최우수 여우조연상 하나만 필라르 역의 카티나 팍시누에게 안겨졌다. 기대됐던 최우수 작품상은 카사블랑카에게 돌아갔다.


 배경은 내전이 한창이던 1937년 스페인. 영화 속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스페인 내전에 관한 얘기를 짚어보고 가야겠다. 스페인 내전은 1936년 7월18일 모로코에서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 1892~1975)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킴으로서 시작되었고, 결국 1939년 4월1일에 공화파 정부가 마드리드에서 항복하여 프랑코측의 승리로 끝난 사건이다.


 내전 당시 프랑코파는 파시스트 진영인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 살라다르가 집권하고 있던 포르투갈, 그리고 스페인의 가톨릭교회와 왕당파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반면, 마누엘 아사냐(Manuel Azana, 1880~1940)가 이끄는 반파시즘 진영인 좌파 인민전선 정부, 즉 공화정부파는 소비에트 연방과 영국•프랑스•미국 등 각국에서 모여든 의용군인 국제 여단이 지원함으로서 스페인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 양상을 띠었다.


 내전으로 인해 스페인의 전지역이 황폐화되었다. 스페인의 총통이 된 프랑코는 1975년 사망할 때까지 일인독재정치를 계속하였는데 그의 사후(死後)에 부르봉 왕조가 복고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스페인 내전 발발일 36년 7월18일과 내전 종전일 39년 4월1일 두 날짜를 각각 더하면 75년 11월19일이 되는데, 이는 프랑코 총통이 사망한 날짜가 된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영화의 시작에 다음과 같은 타이틀이 뜬다.


 "누구의 죽음도 나를 위축시킨다. 그것은 나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느냐고(누가 죽었냐고) 알려 하지 말지어다. 종은 바로 당신을 위하여 울린다."


 17세기 영국 성공회 사제이자 시인인 존 던(John Donn, 1572~1631)이 1624년에 쓴 갑자기 발생하는 사태에 대한 명상이란 시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시는 동료애•인류애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죽음에 대한 사색을 읊은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종은 죽은 사람을 위해 울리는 종이므로 엄밀히 얘기하면 조종(弔鐘)이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이 조종, 즉 죽음이 원작 소설의 중심 테마이기도 하다. 이는 헤밍웨이가 제1차 세계대전 및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체험했고, 아버지의 자살을 경험했으며 자신 또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들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1937년 스페인 내전, 파시스트와 싸우는 공화주의자들을 돕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전쟁에 뛰어든다. 미국인 로베르토 조던(게리 쿠퍼)도 그 중 한 명이다. 미국에서 대학 강사였던 청년 조던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스페인의 전쟁터로 와 공화 정부파의 의용군에서 폭파 전문 게릴라로 활약하고 있다. 


 밤중에 달리는 기차를 폭파하고 적군에게 쫓기는 로베르토와 동료 카쉬킨(페오도르 찰리아핀). 드디어 카쉬킨이 적군의 총탄에 맞고 쓰러지며 약속대로 처리하라고 로베르토에게 부르짖는다. 그는 동료가 적군에게 생포되어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권총으로 카쉬킨을 사살한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온 조던은 골츠 장군(레오 불가코프)으로부터 3일 후 공화 정부파의 공격에 때맞춰 적군의 진격로인 협곡의 다리를 폭파하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따라서 이 영화의 줄거리는 72시간이라는 시한 속에 일어난 이야기다. 조던은 집시 노인 안셀모(블라디미르 소콜로프)의 안내로, 협곡의 다리가 있는 파시스트 점령지의 산악 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블로(아킴 타미로프)가 이끄는 게릴라 부대에 합류한다.


 게릴라의 두목 파블로는 다리가 폭파되면 산으로 도망가야 하는데 말이 부족하다며 거부한다. 파블로의 부인이자 동지인 집시 여장부 필라르(카티나 팍시누)는 파블로가 겁쟁이가 돼 버렸다며 게릴라들을 규합해 조던을 돕겠다고 나선다. 조던은 폭파계획을 진행한다. 필라르가 조던의 손금을 보고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초반의 장면에서 이미 조던의 죽음을 암시한다.


 한편 게릴라의 소굴엔 열아홉살의 아가씨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만)가 요리를 하며 게릴라를 돕고 있다. 그녀는 파시스트의 손에 공화파 시장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총살 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자신도 집단 강간을 당해 죽어가다 파블로가 이끄는 게릴라들의 손에 구출되어 그들의 일원이 된 것이다. 조던이 게릴라 부대에 합류한 첫날 마리아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그런 아픔을 겪은 마리아는 처음으로 사랑의 행복을 맛본다.

신념을 위해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냉혹한 현실상황에 회의하던 조던은 마리아의 사랑에서 투쟁의 의미를 찾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짓누르는 긴장 속에서 피어나는 로베르토 조던과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는 아름답다. 마리아가 키스를 할 때 "키스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코를 어디에 두는지 궁금했었다"고 수줍게 말하면서 로베르토와 키스하는 장면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또한 마리아 역을 위해 실제 머리를 짧게 커트한 잉그리드 버그만의 헤어스타일은 당시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협곡의 다리를 폭파해야 하는 운명의 날 전야, 푸른 달빛이 가득한 바위틈에서 나누는 로베르토와 마리아의 이야기와 키스도 영화사에 남는 명장면이다. "사랑을 하는 데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3일 밤과 3일 낮의 시간은 우리 생애의 전부와 같다."…


 한편 다리를 폭파한 후 탈출 하는데 필요한 말을 훔치다 적군에게 발각된 엘 소르도(조셉 칼레야)와 그의 대원들은 로베르토 등 나머지 동료들이 적군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간밤에 내린 눈 위에 난 자국을 따라 자신들을 추적해 온 적군을 다른 암벽 계곡으로 유인하여 싸우다 결국 적군에게 포위되어 공중폭격에 의해 전몰 당한다. 


 간밤에 처자식을 보러 마을에 다녀온 페르난도(포르투니오 보나노바)가 공화 정부파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조던에게 해준다. 이들의 작전이 적군에게 새나가버려 다리 폭파 계획은 무산되기에 이르지만, 골츠 장군과의 연락이 제때에 닿지 않아 로베르토는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완수하기로 마음먹고 집시 게릴라들의 도움을 받아 끝내 다리를 폭파하고 만다. 그러나 안셀모 노인과 페르난도를 잃어버린다.


 로베르토는 다리 폭파 뒤 철수하면서 적군의 포탄에 맞아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되자 마리아를 불러 설득한다. "…당신은 나고, 나는 당신이야. 지금 떠나. 우리 둘이 가는 거야. 항상 우리들은 같이 있다는 걸 기억해. 일어나…안녕이라 하지 마, 마리아! 우리는 헤어지는 게 아니니까…. 안 돼! 돌아보지 마. 지금 가. 힘내! 우리의 삶을 돌봐줘…." 이때 로베르토와 함께 남겠다고 눈물로 울부짖으며 온몸으로 연기하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얼굴을 클로스업하여  보여주는 이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리고 필라르와 파블로에 의해 끌려가며 절규하는 마리아가 사라지자 로베르토는 미국을 위해서도 스페인을 위해서도 아니며 오로지 사랑하는 마리아를 생각하며 적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로베르토 조던의 죽음으로 자신의 일부를 잃게 된 관객들을 위한 타종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원작자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는 이 영화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 하면 정치적 얘기를 배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3시간 가까이의 긴 러닝타임에 모든 걸 다 얘기할 수 없는 한계와 흥행성의 고려 때문에 무릇 헐리우드 영화가 대부분 그렇지만 로베르토와 마리아의 운명적인 사랑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다. 따라서 마지막 20분 가량을 제외하면 액션 드라마라기보다는 일반 드라마 같은 영화로 둔갑한 느낌이 든다. 헤밍웨이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에는 스펜서 트레이시 주연의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1958), 헬렌 헤이스, 게리 쿠퍼 주연의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1932) 등이 있다.


 그리스 배우 카티나 팍시누는 3대가 게릴라 집안이었다며,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조연상 시상식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인 당시 자유와 인간 존엄성을 위해 싸우는 연합군을 치하하고, 당시 그리스를 점령한 나치에게 죽었을지도 모를 아테네 왕립극장의 동료들에게 이 상을 헌정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