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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행로(行路)"(Random Harvest)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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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상실된 기억을 되돌리려는 한 여인의 순애보!

 

 

 머빈 르로이 감독의 애수(哀愁•Waterloo Bridge•1940)에 이어 그의 또 다른 멜로드라마의 걸작을 꼽으라면 단연 마음의 행로이다. 두 작품 모두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남자주인공은 군인, 여자주인공은 무용수로 등장시켜 전쟁의 참화 속에서 피어나는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소재로 제2차 세계대전을 우회적으로 비판하였고, 마스코트와 열쇠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공통점이다. 다만 애수는 비극적 결말이지만 마음의 행로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점이 다르다. 


 1942년 MGM사 배급 흑백 영화. 출연 로널드 콜맨, 그리어 가슨, 필립 돈, 수전 피터스. 음악감독은 애수의  허버트 스토다트. 러닝타임 125분. 원작은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1933), 굿바이 미스터 칩스(Goodbye, Mr. Chips•1934) 등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턴의 동명소설 Random Harvest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뜻밖의 수확" 쯤 되겠지만 우리말 타이틀을 마음의 행로(行路)로 붙인 것은 칭찬할 만하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영국군 장교 존 스미스(로널드 콜맨)는 참호 속에서 포격쇼크를 받아 기억상실증과 언어장애까지 겪게 되어 멜브리지 수용소에 몇 달째 살고 있다. 1918년 11월11일 종전을 축하하는 파티가 가까운 멜브리지에서 열려 정문보초마저 축하연에 참석하고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자 스미스는 발 닿는대로 안개 낀 수용소를 빠져 나와 시끌벅적한 멜브리지 거리를 걷는다. 


 그는 담뱃가게에 들렀다가 폴라 릿지웨이(그리어 가슨)라는 아름답고 친절한 여자를 만난다. 그의 어눌한 말씨와 이상한 행동에 처음에는 의아해 하지만 바로 그에게 묘한 연민의 정을 느끼고 수용소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그를 도와주기 위해 그녀는 친구 비퍼(레지널드 오웬)가 운영하는 조그만 바로 데려간다. 폴라는 가수 겸 무용수였는데 그녀의 공연에 그를 초청하고 조심스럽게 위층에 데리고 가 혼자 관람토록 주선한다. 폴라가 그를 애칭으로 스미디(Smithy)라고 부르는데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니 독감에 걸린 스미디가 쓰러져 있다. 폴라는 비퍼와 함께 극진하게 간호하여 그가 회복되자 그녀가 소속돼 있는 유랑극단에 일자리를 알선하려 한다. 


 하지만 수용소에서 스미디의 행방을 계속 찾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폴라는 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직업을 버리고 스미디와 함께 도망치러 짐을 꾸린다. 한데 집을 나서다가 스미디가 그를 제지하는 쇼단장 샘을 밀쳐 기절해 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시간이 촉박해 쓰러진 샘을 그대로 두고 둘은 디본에 있는 작은 마을로 도피한다. 그들이 작은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폴라는 비퍼에게 전화를 하여 샘의 안전 여부를 묻는다. 다행히 경미한 사고여서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한다. 


 둘은 여관에 머물면서 폴라는 타이피스트 일을 구하고 스미디는 문학적 재능이 있어 생계유지를 위해 글을 쓴다. 스미디의 첫 작품이 리버풀의 머큐리 신문사에 팔리게 되자 그는 폴라에게 청혼한다. 둘은 결혼하여 작지만 그림 같이 아담하고 예쁜 집에 신혼살림을 차린다. 1920년 11월6일 폴라가 드디어 사내아이를 낳자 스미디는 구슬목걸이를 선물한다. 둘은 더 바랄 것 없이 마냥 행복해 보이기만 한다. 이전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 그녀는 유일한 행복한 존재이자 자신의 삶의 목표이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이들에게 가혹한 시련을 가져다준다. 일주일 후인 11월13일 스미디는 머큐리 신문사로부터 내일 오전 10시에 정규직 채용 면접을 보러오라는 전보를 받는다. 폴라가 난산 후 몸조리 때문에 그는 처음으로 폴라와 떨어져 혼자서 리버풀로 1박2일 출장을 간다. 그런데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 투숙한 후 스미디가 신문사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에 들이받쳐 의식을 잃고 만다. 근처 약국에서 그가 깨어났을 때 다행히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지만 폴라와 함께 한 지난 3년의 기억은 사라지고 만다. 스미디의 본명은 찰스 레이니어로 서레이 카운티의 랜덤 홀 시에 있는 부유한 명문가의 아들이었다. 혼란스럽지만 찰스가 고향에 도착했을 때 그 날이 아버지의 장례식이었다. 전사했다고 포기한지 오래된 가족•친척들의 놀라움은 컸다. 거기서 누이동생의 새 남편의 의붓딸인 15살 된 키티(수전 피터스)가 외삼촌뻘인 찰스에 반한다. 


 찰스는 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하지만 쓰러져 가는 가족 사업을 경영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생각을 접고 많은 고용자들의 고용보장을 끌어안고 사업을 회복시킨다. 그러나 찰스는 교통사고 후, 왜 리버풀에 갔는지 그리고 그의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열쇠가 어떻게 1917년 프랑스 전선에서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뭔가 소중한 걸 잃어버리고 산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 한구석은 항상 허전하기만 하다.  


 몇 년이 지나자 신문들은 그를 "영국 산업의 왕자"로 대서특필한다. 한편 폴라는 어린 아들이 죽은 후 어느 직장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다가 신문에 난 찰스의 사진을 보고 그의 회사에 마거릿 핸슨(폴라 릿지웨이는 무대 예명이었다)이라는 본명으로 찰스의 개인비서직으로 채용돼 일하면서 혹시나 그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기대를 걸고 있다. 어느 날 마거릿이 찰스에게 새로 합병•인수 하는 멜브리지 케이블 회사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찰스에게는 그냥 사진일 뿐 그의 기억을 되돌릴 아무런 단서가 되지 못한다.


 찰스가 개인 비서 마거릿 핸슨과 일한지도 2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녀가 폴라라는 사실을 모른다. 어느 날 찰스가 키티와 런던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멜브리지 수용소에서 심리치료사로 일했던 조나단 베네트 박사(필립 돈)였다. 그러나 찰스는 잠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가 싶더니 늘 그렇듯이 그 기억은 붙잡기 전에 날아가 버리고 만다. 


 사무실로 돌아온 찰스가 키티와 결혼할 예정이라고 마거릿에게 선언하듯 말한다. 키티가 성년이 될 때까지 3년간 찰스에게 계속 연애편지를 보낸 것이 주효하여 둘은 약혼을 했던 것이다. 마거릿은 냉정을 되찾으려고 애쓰면서 그날 밤 좋은 친구로 지내던 베네트 박사에게 찰스에게 모든 걸 털어놓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베네트 박사는 찰스는 그 스스로 스미디를 찾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기억이 되돌아오기는커녕 이제 키티와 결혼까지 한다니… 마거릿은 남편 스미디가 떠난 후 7년이나 되었기에 법원에 법적인 사망신고를 하여 결혼을 무효화시킨다.


 키티와 찰스가 교회에서 그들의 결혼식 때 사용할 음악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한 음악의 멜로디가 찰스가 어디서 들었던 적이 있는 것 같아 ― 사실은 폴라와의 결혼식 때 사용했던 "오 완전한 그 사랑"이라는 곡이었다 ― 희미한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그때 순간적으로 키티를 쳐다보는 눈이 마치 낯선 사람 대하듯 싸늘하자 키티가 울음을 터트리는 바람에 찰스는 또 현재로 돌아와 버린다. 그러나 이 일로 해서 키티는 찰스가 과거에 사랑한 사람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평생을 함께 할 수 없다며 파혼을 선언한다.


  어느 날 찰스가 과거의 단서를 찾기 위해 말없이 리버풀로 떠난 후, 마거릿은 자유당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그가 지명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리버풀로 찾아간다. 리버풀에 있는 동안 그녀는 그에게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실마리를 유도하기 위해 찰스가 묵었던 그레이트 노던 호텔로 함께 간다. 하지만 거기서 찾은 존 스미디의 가방을 보고도 그의 기억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 


 찰스는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그는 선거캠페인에 헌신적으로 도와준 마거릿에게 감사하고 또한 새로운 역할에 맞는 내조자가 필요함을 느끼고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그리고 마거릿에게 그가 종종 옛날부터 그녀를 알았던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종의 사업상의 합병(merger) 같은 것으로 단지 성실한 우정을 유지하기 위한 청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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