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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든 여인' (Girl with a Suitcase) (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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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곡의 주옥같은 노래로 1960년대의

향수(鄕愁)를 불러 일으키는

'가방을 든 여인' (Girl with a Suitcase) (4.끝)

 

 

(지난 호에 이어)

 리치오네 기차역. 파르마 행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소년의 마음은, 그녀가 같이 있어달라고 먼저 말해줄 것을 기대하지만, 아이다는 오히려 "잘 가요. 로렌조!"라고 말하며 로렌조의 장래를 위하여 그를 타일러 보내려고 한다.

 

 로렌조는 작별의 인사 대신 봉투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말로는 다 할 수 없어 글로 썼다."고 말한다. 사연이 많아서였는지 봉투가 상당히 두툼해 보인다. 아이다가 찢어버리라고 하자 그럴 수는 없다며 건네는데, 기차가 출발한다는 어나운스가 나온다. 로렌조가 마지막으로 아이다의 팔을 쓰다듬는 장면이 클로스업되고 기차는 떠난다.

 

 애써 외면했지만 눈에 이슬이 맺히는 아이다. 그런데 두툼한 봉투를 뜯어보니 그 안에는 큰 돈이 들어 있다. 이미 기차는 기적소리를 뿌리며 먼 손수건처럼 떠나고 기차역 시계가 새벽 2시 5분 전을 가리킨다. 천천히 기차역을 걸어나오는 아이다의 구둣소리만 밤의 정적을 깨우는데….

 

 사랑이냐 돈이냐? 아니면 둘 다일까?… 어쩌면 로렌조의 형에게 당한 부당한 손해에 대한 보상금일까?…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기고 막을 내린다.

▲ 해변가 모래사장에 마주한 아이다와 로렌조.

 이 영화에서 로렌조는 아이다를 사랑하기엔 어리지만 그의 신사다운 용기와 처신이 사랑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이상적인 여성의 보호천사 같은 사춘기 소년의 망상 내지 강박관념을 다룬 점에서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말레나(2000)'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주르리니 감독은 아이다와 로렌조의 사회적 성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따라서 그 결과에 따른 희생물이 되지 않는 선에서의 이성관계(異性關係) 정립을 통해 책임있는 개인의 행동을 강조하려 했던 것 같다. 자크 페랑 (Jacques Perrin·75)은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1988)'에서 어렸을 때의 토토가 어른이 된 영화감독 살바토레 역으로 우리와 안면을 튼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당시 19세의 청순하고 순진한 소년티가 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에릭 발리 감독의 '히말라야(1999)' 등의 제작자로도 활동한 프랑스 유명배우이다.

▲ 아이다가 아프냐고 묻자 "정작 아픈 것은 당신이 한 말이었다."고 어른스럽게 대답하는 로렌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Claudia Cardinale·78)는 시칠리아 출신 부모 사이에서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태어났다. 1956년 18세 때 "튀니지 출신 이탈리아인 미인대회"에서 1등을 하여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행운과 함께 영화 출연 자격까지 받게 된다. 이때 유명한 이탈리아 영화 제작자 프랑코 크리스탈디의 눈에 띄어 영화에 데뷔하였고 둘은 1966년 결혼하여 9년 뒤인 1975년 이혼했다.

 

 그녀가 첫 데뷔한 작품은 오마 샤리프와 공연한 '고하(Goha·1958)'였다. 오마 샤리프와 그 후 '나의 어머니(Mayrig·1991)'에서 다시 공연한 바 있는 카르디날레는 1960년대가 그녀의 전성기였다.

▲ 바닷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로렌조의 얼굴을 닦아주는 사이 로렌조가 용감한 왕자로 비치면서 그의 순정을 받아들이는 연상의 여인 아이다.

 

 

 특히 1963년 한해에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들고양이(The Leopard)',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½', 루이지 코멘치니 감독의 '부베의 연인' 등에 연거푸 출연하여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같은 해 헐리우드 영화계에 진출하여 '핑크 팬더'에서 데이빗 니븐의 상대역으로 열연하여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어서 '블라인드폴드(1965)', 알랭 들롱, 앤서니 퀸과 공연한 '로스트 코맨드(1966)', '프로페셔날(1966)',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 등에서 괄목할 만한 연기와 풍만한 육체미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 영화의 출연진은 거의 다 생존해 있지만 발레리오 주르리니(Valerio Zurlini, 1926~1982) 감독은 1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56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76년 자크 페랑, 비토리오 가스만 주연의 '타타르의 사막(The Desert of the Tartars)'이 마지막 작품이었다.

▲ 이윽고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서로는 포옹하고 키스를 한다.

 

 그는 '가방을 든 여인'을 통해 뇌쇄적 글래머 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를 스타덤에 올렸으며, 특히 자크 페랑을 단골로 캐스팅했고, 나중에는 서로 제작에 공동참여하기도 했다.

 

 음악감독 마리오 나심베네(Mario Nascimbene, 1913~2002)는 6세기에 걸쳐 150여 곡의 영화음악을 만든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거장 작곡가이다. 특히 Jew's Harp 또는 하모니카, 심지어 일상의 소음, 예컨대 시계 똑딱거리는 소리, 자전거 벨소리, 타자기 치는 소리 등을 오케스트라와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당시 '혁명적인 혁신' 음악을 창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헐리우드에 진출하여 조셉 L. 맨키비츠 감독의 '맨발의 백작부인(1954)', 로버트 로센 감독의 '알렉산더 대왕(1956)',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의 '바이킹(1958)' 및 '바라바(1961)', 킹 비더 감독의 '솔로몬과 시바(1959)' 등의 OST 음악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은 모두 이탈리아 저명 음악가인 프랑코 페라라(1911~1985)가 직접 지휘했다.

 

 여담이지만 아드리아노 첼렌타노(Adriano Celentano·79)는 1억5천만 장의 앨범을 판매한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작곡가이다. 또한 '세라피노(Serafino·1968)' 등 40편의 영화에 출연하였고, 특히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에서 사탄 역을 맡아 우리에게도 알려진 배우이다.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는 스카라 극장에서 개봉된 이탈리아 영화로 원제는 '이스키아 섬의 밀회(Appuntamento a Ischia·1960)'이다. 귀엽고 깜찍한 어린 딸 레티치아가 독신인 아버지와 미모의 여성을 맺게하는 내용인데, '미나' 는 영화속에서 그 자신 그대로 유명한 가수 '미나'로 출연, 1960년 발표한 자신의 히트곡 "행복은 가득히(ll cielo in Una Stanza)"를 불러 영화보다 더 인기를 끌었다.

 

 '미나'의 본명은 안나 마리아 마치니(Anna Maria Mazzini·77)로 우리나라에도 개봉되었던 1962년 영화 '태양은 외로워(Eclipse)'의 주제곡을 당시 한창 유행하던 트위스트 리듬의 액센트로 불러 인기를 모았다.

▲ 로렌조와의 작별을 애써 외면했지만 아이다의 표정이 슬프다. 그녀가 로렌조에게로 돌아갈지 안 갈지 긴 여운을 남겨둔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1970년대 초까지 스타로서의 매력과 재능을 보여주며 큰 인기를 누리던 미나는, 당시 '눈물 속에 핀 꽃(L'immensita)'과 트윈폴리오가 번안하여 부르기도 했던 '축제의 노래(Aria di Festa)'라는 칸초네 곡의 원곡 가수로, 1972년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보리밭'을 불러 잘 알려진 밀바(Milva·78), '나이도 어린데(Non Ho L'Eta)'로 유명한 질리오라 칭케티(Gigliola Cinquetti·70) 등과 함께 이탈리아의 대중음악계를 주도한 칸초네 가수이다.

 

 새로운 봄날에 홍원표 전 MBC관현악단장의 멋진 섹소폰 연주로 '가방을 든 여인'을 주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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