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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I 배경 영화(IV)-'콰이 강의 다리'와 '죽음의 철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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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콰이 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는 아마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은 모르시는 분들이 없으리라. 특히 영국군 포로들이 휘파람으로 부른 '콰이강 행진곡'은 지금도 우리 귀에 그 여운이 남아 있다.

 

 '콰이 강의 다리'는 '혹성 탈출'(Planet of the Apes, 1963)의 원작자 피에르 불레(Pierre Boulle, 1912~1994)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원작 소설을 거장 데이비드 린(David Lean, 1908~1991) 감독이 연출한 전쟁 영화이다. [註: 각본은 마이클 윌슨(Michael Wilson, 1914~1978)이 썼지만 정작 오픈 크레디트에 그의 이름이 없다. 당시 매카시즘에 의한 헐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었는데 '우정 어린 설복(1956)'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등의 오리지널 필름에서도 이름이 빠졌으나 1995년에 복원되었다. 그는 또 샌드파이퍼(1965), 혹성탈출(1968), Che!(1969)의 각본가로도 유명하다.]

 

 1957년 컬럼비아사 배급. 감독 데이비드 린. 출연 알렉 기네스, 윌리엄 홀든, 잭 호킨스, 하야카와 셋슈(早川雪洲, 1886~1973), 제임스 도널드. 러닝타임 161분.

 

 시기는 제2차 대전과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3년, 무대는 버마(지금의 미얀마) 국경 근처 태국 내에 설치된 영국군 포로수용소. 영국군이 '콰이강의 행진곡'을 부르며 질서정연하게 행군한다.

 

 포로수용소장은 일본군 사이토 대령(하야카와 셋슈). 그는 영어에 능통한 인텔리 장교로 포로들을 가혹하게 다루진 않는다. 한편 포로들의 대표인 영국군 니콜슨 중령(알렉 기네스)도 사이토 소장에게 깍듯이 경례를 붙이며 적절히 예의를 지킨다. [註: 대화에선 단순히 'Colonel'이라 불러서 우리말 자막도 '대령'이라 번역하지만 엄밀히는 'Lieutenant Colonel' 즉 '중령'이다. 또 해군 출신인 쉬어즈 소령도 단순히 'Commander'라고 부르고 있으나 실은 그 앞에 'Lieutenant'를 빼고 부르기 때문에 중령이 아니다. 이와 같이 한글자막이 모두 한 계급씩 올려 번역하고 있어 고칠 일이다.]

 

 어느 날, 수용소 부근에 있는 콰이강에 수송열차가 통과할 수 있는 다리를 단시일 내에 건설하라는 명령을 받은 사이토 소장은 장교를 포함한 모든 포로들을 공사에 동원하려고 한다. 소장이 포로들에게 연설한다.

 

 "항복한 순간부터 너희들은 더 이상 군인이 아니다. 장교들은 항복함으로써 너희들을 배신했으며 너희들의 수치는 장교들의 불명예"라며 "노역자로 사는 것이 영웅으로 죽는 것보다 낫다. 장교들이 너희들을 데리고 왔다. 그러므로 장교들도 노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이토.

 

 그러나 니콜슨 중령이 '장교는 노역에서 제외된다'는 제네바 협약 27조를 상기시키며 장교 포로들에겐 육체노동을 강요할 수 없다고 강변하자 그의 뺨을 때리는 사이토. 니콜슨은 "문명 세계의 법을 무시하겠다면 우리도 복종할 의무가 없다."며 일본군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영국군의 명령에 의해 장교를 제외한 병사들만 사역장으로 보낸다. 이래야 '노예'가 아닌 '군인'으로서의 사기를 높여주게 되기 때문이란다.

 

 트럭이 한 대 연병장으로 들어온다. 차 속에는 기관총이 장치돼 있다. 사이토가 셋을 셀 동안 결정하지 않으면 발포한다고 선언한다.

 

 병상 막사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던 포로 환자들 중 '포로는 군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노예'라고 생각하는 미국 해군 소속 쉬어즈 소령(윌리엄 홀든)이 "저들은 한다면 진짜 한다"며 우려를 나타내자, 영국군 군의관 클립턴 대위(제임스 도널드)가 절체절명의 순간 뛰쳐나와 "무장 안 된 사람을 쏘는 것이 일본의 군사규약이냐?"고 따지니까 사이토는 겸연쩍은 듯 사무실로 돌아간다.

 

 이 처사에 항의하여 작열하는 뙤약볕에 정렬한 채 부동자세로 서 있는 장교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자 한 장교가 일사병으로 졸도한다. 이윽고 명령불복종죄로 장교들을 감옥에 처넣고, 니콜슨 중령만을 끌고 몽둥이를 들고 사이토 사무실로 데려가는 일본군들.

 

 해가 질 무렵 일을 끝내고 돌아온 포로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니콜슨을 부축해 나온 일본군은 그를 양철지붕의 찜통 속에 가둔다. 이때 영국군들이 일제히 노래를 불러 그를 격려하는데 '유쾌하고 좋은 친구(For He's a Jolly Good Fellow)'라는 노래다. [註: 이 노래는 오늘날 결혼식, 생일 파티, 스포츠에서 승리했을 때 많이 부르는 익숙한 노래다. 원래 이 곡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시기인 1709년 9월11일 벨기에와의 국경 근처인 프랑스 말플라케(Malplaquet)에서 일어난 영국-프러시아-오스트리아-네덜란드 연합군과 프랑스군과의 전투에서 불리한 전황을 만회하기 위해 영국군 지휘관인 말버러 공작이 죽었다는 헛소문에 유래한 프랑스 민요 "전장의 왕자 말버러(Malbrough s'en va-t-en guer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후 마리 앙트와네트(1755~1793)가 하녀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들은 후 유명하게 된 곡이라고 한다. 이 민요는 그 후 1813년 6월21일 스페인에서 일어났던 프랑스와 영국 간의 빅토리아 전투(Battle of Victoria)에서 나폴레옹의 형인 조셉 보나파르테(Joseph Banaparte, 1768~1844)를 물리친 웰링턴 공작인 아더 웰즐리(Arthur Wellesley, 1769~1852)의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 베토벤이 작곡한 "Wellington's Victory, 작품91"의 바탕이 된 곡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 삽입된 세계적인 곡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밤을 틈타 탈출을 시도하는 포로들. 그러나 영국군 제닝스 중위와 위버 하사는 사살되고 미국군 쉬어스 소령은 절벽 밑의 콰이강으로 떨어져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이 무렵 다리 건설에 동원된 포로들은 일본인 엔지니어인 미우라 중위(K. 가츠모토)의 감독하에서 일을 하지만 사보타지로 맞선다. (다음 호에 계속)

 


▲ '콰이 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1957)' 영화포스터


▲ 니콜슨 중령(알렉 기네스·맨앞)의 지휘하에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강의 행진곡'을 부르며 질서정연하게 행군하고 있다.


▲ 콰이강의 다리 건설을 위해 장교를 포함한 모든 포로들을 공사에 동원하려고 연설하는 사이토 대령(하야카와 셋슈).


▲ 환자인 미 해군 쉬어즈 소령(윌리엄 홀든)이 "저들은 한다면 한다"며 기관총 발사를 준비하는 일본군 앞에 버티고 선 니콜슨 중령의 위기를 감지하는데…


▲ 일본군이 아닌 영국군의 명령에 의해 장교를 제외한 병사들을 사역장으로 보내는 니콜슨 중령(알렉 기네스). '노예'가 아닌 '군인'으로서의 사기를 심어주기 위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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