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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센진(朝鮮人)
yeodongwon

 

 

1937년 일제강점기에 일본동경에서 소위 조센진(朝鮮人)이란 꼬리표를 달고 태어난 나는 이 저주스러운 운명적 딱지가 그때는 죽기보다 더 싫었었다.

 

용모만으로는 일본아이들과 차별이 없는 나는 조선말 악센트만 피하면 완벽한 일본인이 될 수 있다는 걸 8살 아이가 영특하게 알아 아빠와 목욕탕에 가는 것 조차 피했었다.

 

 

아가 동동 내 새끼야 젖 먹고 자거라

네 아버지 돈 벌려고 북간도 갔단다

아리아리 알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가 동동 내 새끼야 젖 먹고 자거라

네 아버지 돈 벌려고 연락선 탔단다

아리아리 알라리요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그렇게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은 만주로 일본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었다. 그런 암울한 때(1937년)에 나는 일본동경에서 소위 조센진으로 태어났을 뿐인데도 이 조센진이란 꼬리표가 죽기로 싫었다.

 

내 나이 8살에 조국해방이 되었으니 반일감정이 뼈에 사무친 한으로 남을만한 일이 없을 것 같은데도 초등학교 2학년(해방 되던 해)때 당한 일화 한 토막이 울분으로 골수에 80살인 지금까지 박혀있다.

 

일본 도교(동경) 하라고구민각고(국민학교) 2학년 때다. 우리학교에 늑대라는 별명이 붙은 무서운 늙은 여선생이 있었는데, 우리끼리 대화 도중에 소위 식민지 조센진 아이인 내 입에서 “늙은늑대”라 했다고 한 반 아이가 고자질을 해버렸다.

 

그 늑대 여선생은 어린 내 멱살을 쥐고 운동장 구석 짝에 있는 모래씨름판으로 끌고가 밟고 때리고 죽사발을 내는 통에 8살 어린 조센진인 나는 생똥에 오줌을 싸며 반죽음이 되었는데 구경꾼만 있을 뿐 말리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소문을 듣고 달려온 6학년 내 형은 분을 참지 못했지만 할 수 있는 방도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8살 어린 조센진이었고 그 기억을 뼛속 깊이 간직한 채 해방된 조국으로 귀향하여 살다 28살에 캐나다로 이민 와 50년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과거 케케묵은 조센진 이야기 자체가 되려 구차할 수도 있다.

 

그런 내가 캐나다로 이민을 와 딸 둘을 낳고 살게 되는데, 내 머리 속에 박힌 이 조센진이란 의식이 되살아나 혹이나 우리 딸들이 이곳 아이들로부터 일본에서의 나처럼 따돌림 당하지나 않을까 염려를 했었다.

 

우리 둘째 딸이 유치원 때다. 아이들이 올 때쯤 나가보니까 십자로에서 안내를 하는 깃발을 든 할아버지께서 “얘가 당신 딸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니까, “야무진 딸 하나 두었구려” 하면서 “백인 남자아이가 너의 딸보고 ‘찡끼’라며 놀리니까 네 딸이 두 손을 양 허리에 딱 붙이고 ‘찡키? 소왓’ 이라며 대드니 사내녀석이 홍당무가 되어 달아나버리던데” 한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고 캐나다에 살고 있다.

 

그런데 3.1절만 되면 나도 모르게 핏대가 선다. 그 조센진이란 소리가 내 귀에 웅웅 거려서다. 일본, 당신들은 좀 힘깨나 서고 살만할 때면 가장 가까운 이웃 한반도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지 시도 때도 없이 바다를 건너와 살상에 도둑질을 했으면서, 그래도 사람이면 한번쯤은 잘못했노라 그들 특유인 사이게이래(큰절)를 한번쯤은 할만도 한데!

 

26년을 한국에서 산 한 일본인이 한국이 잘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썼다는 책(한국 한국인)을 당시 국무총리(김종필)가 전 공무원에게 필독을 권하며 선전해 주고 팔아줄 만큼 인기가 높아 30만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라는 소문에 호기심 많은 나도 뒤늦게 구입, 베스트셀러에 일조했다.

 

저자 이케하라씨는 사무라이 후손답게 죽음까지 각오하고 썼다는데 한국인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조센진이 아니다.

 

15살 어린 식민지 처녀아이들을 강제로 끌어다가 찌가다비 훈도시 병졸들의 성노예를 시킨 세계 유사이래로 없는 만행을 입이 10개 있으면 말해보라!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

 

너희들이 말하는 조센진이 아직도 그 조센진으로 보이느냐? 한데도, 요즘 나는 잘못일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 해방 된지 75년에 오늘의 한반도의 모습을 보면 일본인들의 비아냥적 미소가 엿보이며 우리 모습이 되려 부끄러워진다.

 

보라 한반도를, 해방된 지 74년에 우리끼리 남북으로 갈라 핵무기로 죽느냐 죽이느냐 피말리며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조센진, 조센진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께서 광화문 대로에서 피눈물을 흘리시며 우리에게 타이르신다. 아직도 일본인들이 붙여준 못난 조센진으로 살 거냐? 언제까지 남북으로 서로 죽일 원수로 갈려 살 거냐? 아니다. 이제 잠에서 깨어난 위대한 한국인 만세! 3.1절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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