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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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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되는 그리움 하나 보낸다 /건드리면 눈물이 되는 /가슴 하나 보낸다 //그리 곱던 단풍 /떨어져 낙엽이 되는/ 차가운 비에 젖어 앓는/ 가을이 가는 /길목 //저 멀리 /젖은 단풍이 아리다. <“가을이 가는 길목” 일부>

 

 

 아름다운 단풍으로 오늘 나는 화려한 흔들림을 느낀다. 낙엽을 밟으며 구르몽의 타는 가을을 읊지 않아도 쓸쓸하고 외로워짐은 또 무슨 화려함인가! 


 숲속에서 쏴~하니 파도소리가 난다. 바람이 한 바퀴 휘두르고 가는 산마루엔 떨어지는 단풍으로 온통 오색꽃밭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황혼의 석양처럼 찬란하다고 믿는 오늘의 나도 아름다운 단풍이 드는 가을을 타고 있나 보다. 쓸쓸한 이 고적함의 벤치에 앉고 싶은 게다. 한껏 사치스러운 생각이 시를 만드는 요인으로 때때로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시인인 게다.


 가을은 떠나고 싶은 계절이고, 가을은 돌아오지 않아도 좋을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계절이다. 머언먼 어딘가에서 죽도록 사랑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산골에서 한 송이 들국화로 피고 싶은 계절이다. 별이 된 그리움이 총총한 계절이다.


 문득, 개울물 도란도란 흐르던 시냇가 모롱이에 호젓이 피어 하늘거리던 보랏빛 구절초 한그루 그리워진다. 시집 한권 들면 온통 내 세상이던 열아홉 단발머리소녀시절 그리워진다.


 철없이 알아가던 수줍던 사랑놀이님들도 그리워진다. 영원히 변치 말자 손가락 걸고 꽃반지 주고받던 소꿉놀이 친구들. 아, 그립다. 모두들 어디서 무엇이 되어 그리운 그날들을 그리워하는지! 이 시간 무엇이 그리 급했던지 훨훨 먼저 떠난 그 사람 한없이 그립다. 


 벌써 스무 해 하고도 사년이 지나 잊어도 좋을 날들이라 말해도, 내 가슴자락에 한 모롱이를 자리하고 있는 그 상남자 그립다. 출렁출렁 파도소리가 나는 단풍 숲에서 하루를 걷는다. 


 속초를 지나 송정의 그 푸르던 소나무 숲에서 나던 그 파도소리가 태평양을 건너 Lyen valley park seed tree 높은 가지에서 흔들흔들 쏴아~쏴아 그리움을 더한다.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고 추억의 계절이고 그래서 슬프고 아릿한 고독의 계절이다. 그리움이란 처음 그대로 돌아가고 싶은 회귀본능(回歸本能)인 것이리라. 때로는 거부하면서도 그리워지는 이유가 그것 아닐까! 그것 또한 오늘의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지는 끈이기도 하니까. 


 가을은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한 나무 생의 한 막간을 거침없이 털어내는 계절이다. 그 생을 화려하게 오색빛깔로 털어내는 모양은 새로운 봄을 꿈꾸는 활갯짓이다. 희망인 것이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인간을 위하여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자연에게서 배우며 사랑하며 가야하겠다. 세상은 이모저모로 온통 요란하고 무질서로 변화고 있지만 우리 각자가 각성하고 처음주신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리라 여겨진다.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옛 그리움보다 더 먼저 자연으로 돌아갈, 내 날에 피어날 꽃길을, 돋보기 고쳐 쓰고 환히 바라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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