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kang39
캐나다 加人 강신봉
전 캐나다한인총연합회장, 전 토론토한인회장, 요크한국인학교 설립교장, 김치캐나다사장, 전 스코필드박사동상건립위원장,전 무궁화사랑모임창립회장, 토론토흥사단창립지부장, 대한민국국민훈장목련장, 역사문화원장

캐나다 문협회원.현 GTA한카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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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집 아줌마
samkang39

<짜장면집 아줌마>

 

해가 질 무렵날씨가 쌀쌀한 어느 날짜장면집 미닫이 문이 스르르 열렸다아홉살일곱살그리고 댓살 쯤 되여 보이는 세 아이들이 쪼르르 들어 왔다문간에 서서 어데에 앉을가를 살피던 큰 아이가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며 주방 까까이 있는 자리로 동생들을 안내하였다자신들의 모습이 좀 초라하고 지저분하다는 것을 알아 차렸는지 아이들은 다소 주뭇주뭇 하면서 주방옆 구석 자리를 택한 것이다.

 

웨이트레스로 일을 하는 복순 아줌마가 닥아 가서 이야기를 부첬다.

 애기들은 식사를 할 것인가요?”

 

 “네그런데 두 그릇만 주문을 해도 되나요저는 낮에 먹은 것이 체했는지 속이 좀 불편해서요

상관 없어요그런데 이 남동생은 몸이 좀 불편하군요.”

“네소아마비로 말도 잘 못해요오늘이 우리 동생 철수의 생일날이예요.”

 

 

 

 

 

아 그래요축하 해요엄마 아빠는 않계셔요?”

우리 세 남매가 그냥 살고 있어요엄마는 돌아 가셨고요아빠는 술을 많이드셨는데 집을 나가셨어요.”

참으로 착한 누나이네요동생의 생일날이라 저녘식사를 사 줄려고 여기 왔나요?

 

 이름이 뭐예요?

저는 인숙이고요 이 남동생은 철수그리고 저 꼬맹이 여동생은 애자예요.”

 

무엇을 들겠냐고 복순 아줌마가 물으니 난 짜장면” 하고 철수가 불편한 입으로 얼른 대답을 하였다세째는 물어 보기도 전에 나두짜장면” 하면서 벌써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인숙이가 아줌마짜장면 둘 만 주문해도 되겠죠저는 속이 아퍼서 않먹어도 돼요

그렇지만 동생들과 같이 들어야죠내가 한 그릇을 대접할 터이니 같이 들어요” 고맙습니다.”

 

얼른 일어나서 복순 아줌마에게 허리를 굽히고 감사를 표시하는 인숙이돈이 모자라서 두 그릇만 시키겠다는 인숙이의 얼굴을 처다 본 복순 아줌마는 눈치로 그 아이의 그 착한 마음씨의 모습을 읽고 있었다.

 

   이 때에 그 짜장면 집 주인 아줌마도 그들의 대화를 주방 안에서 듣고 있었다딸 아이 하나를 키우다가 불행하게도 자동차 사고로 잃어 버리고나이가 들어 감에 자식이 없는 주인 아줌마는 그 아이들의 그 서글픈 인생살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연민의 정이 가슴속에서 울컥하고 솓구처 올라 왔다.

 

세 식구의 열살짜리 가장 인숙이?  그 이름도 자기의 잃어버린 딸의 이름이 아닌가아무래도 자기의 딸이 죽어 다시 환생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때에 엄마 아빠와 같이 와서 짜장면을 먹으며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저 쪽편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처다 보며선망의 눈망울을 굴리던  망내가 입을 열었다.

 

 언니 언니저기 저 사람들은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네.”

 그래우리도 아빠가 곧 돌아 올거야그 쪽 자꾸 처다 보지 말어.”

 

엄마 아빠랑 저녘식사를 하고 있는 제 또래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생에게 인숙은 엄격하게 처다 보지도 말라는 금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운 엄마 아빠이던가!

 

 잠시 후에 음식이 나왔다상상외로 다양한 음식이었다주문을 하지도 않은 탕수육과 볶음만두까지 나왔다생각지도 않은 그렇게 많은 음식을 내 놓고 돈을 더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하여야 하나 하고 인숙이는 은근히 겁이 났다바로 그 때에 주인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나와서 인숙이에게 닥아 와 인숙이의 얼굴을 한 참이나 처다 보드니

 

너의 이름이 인숙이냐?”

헌데 저의 이름을 어떻게 아시나요?”

너 나의 얼굴이 기억 나지 않냐내가 너의 엄마 친구 재룡이 엄마야.”

재룡이요재룡이가 누군가요생각이 잘 않나는데요

 

그렇겠지네가 어렸을 때에 내가 너의 엄마와 헤여젔으니까!.... 어서 이거 많이 먹어라음식이 식으면 맛이 없어  내가 너의 엄마와 헤어질 때에 이 동생은 아주 갓난 애기였으니까 어찌 너희들이 나를 알아 보겠냐이야기는 나종에 하고 어서 식사들을 하여라.”

 

식당 주인 아줌마는비록 깨끗하지는 못하였지만오목 조목 귀엽게 생긴 어린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 만지면서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 보았다그리고그들의 이모나 되는 듯이엄마 친구로서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실컷 먹어라내 오늘은 너희들에게 돈은 아니 받을 것이니 많이 먹고 가라.”

아녜요.  돈을 받으세요우리 엄마와 친구분이라시니 저희들도 한없이 기뻐요.”

 

오늘은 손님이 저렇게 많이 들어 오셔서 너무 바쁘니 이야기 할 시간이 없구나. 이거 다 먹고 내가 만두를 더 싸 줄 터이니 집에 가지고 가거라그리고 잊지말고 다음 주일에 또 와그 때는 오늘 않쓴 돈으로 사서 먹어라 꼭 와야 해알었지?”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식당문을 나갈 때에 주인 아줌마는 총총히 어둠속에 사라지는 아이들에게 어서 돌아 가라고 손사례를 치고 있었다.

 

주방안으로 돌아온 마나님에게 남편 주방장이 물었다.

누구네 집 애들이지나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실은 나도 모르는 애들이이예요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라서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잖아요.그래서 엄마의 친구라고 하면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편하겠어요그래야 아이들이 또 올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랬군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복순 아줌마와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어요주방 바로 앞이라 잘 들리더군요.”

이름까지 알고 있어서 나는 진짜로 아는 줄 알았지.”

 

오늘이 그 소아마비를 앓은 남동생의 생일날이었나봐요자기가 먹고 싶어도, 돈이 모자라니까 자기는 속이 불편하여 못먹는 체를 하고참으면서 그 동생의 생일 짜장면을 사 주는 그 아이인숙이를 생각하니 제 가슴이 미여 올라 왔어요.

 

그 큰 애의 이름이 인숙이래요우리가 우리의 인숙이를 잃은지 벌써 십년이 흘렀네요내가 저 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너무도 귀엽게 생긴 아이였어요여보우리 딸이 환생을 하여 다시 찾아 온 것 아닌가요?”

 

  주방에서 남편과 이야기하는 아줌마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하염없이 천정을 바라보며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편이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여보그 아이들이 다시 오면 우리 그 아이들을 양자로 들입시다.”

   그게 정말예요당신너무 고마워요.”

 

  식당에서는 많은 손님들이 들어와 바글바글 한데두 부부는 음식 장만할 생각도 잊은채,  주방안에서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