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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t on fire’멀리
namsukpark

 

 간밤에 봄비가 소리도 없이 흠뻑 내렸다. 세월은 각박해도 변하고 꽃은 여기저기 피어났다. 수양버들도 연둣빛을 흐드러지게 늘어트렸다. 산천초목은 보여줄게 너무 많은데 인기척은 띄엄띄엄하니 무슨 변고(變故)를 겪는지 하나같이 입과 코를 가린 모습이 심상찮게 보였나보다. 헤아리기 힘든 마음들이 무안(無顔)해 할까봐 말을 아끼며 지켜보는 속 터질 심정을 “알랑가 몰라”하는 자연의 소리를 내 맘대로 이해하면서 굼뜬 발길을 서둘렀다.

 2021년 현재, 지구촌을 쥐락펴락 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효한 무기는 COVID-19 백신이 아닐까싶다. 여론조사 발표에서 “국정지지율 하락의 핵심 이유는 국민 대다수의 삶이 고단하고 희망도 없기 때문”이란 뉴스가 대문짝만하다. 사람들은 마르고 닳도록 감(?)떨어지길 기다리기도 하지만, 때론 등에 업은 아이를 찾아 헤맨다는 얘기도 얻어듣는다. 세상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하니 그야 물론 나 혼자만의 추론일 따름이다.

 지난해부터 우리들은 ‘뉴 노멀(new normal)’의 세상에서 헤매다가 백신접종 후 ‘백 투 노멀 (back to normal)로 돌아가려니 그때보다 더욱 긴장이 된 듯싶다. 온타리오정부의 새로운 방역지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마스크 착용이 예방이 최선책이고, 자신과 국가를 위한 책임이라고 믿어마지 않는다. 삶이란 저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보편적 가치를 양보하려들지 않는다고 어찌 강요할 순 없다. 신뢰와 정성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할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美 연방준비제도(FDR)가 증시를 비롯한 자산 시장이 과열(過熱)돼 있어 폭락위험이 있다는 이례적이고 직설적인 강한 경고를 내놨다. “부풀었던 자산 가격이 꺼지며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全般)으로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재닛·옐런 재무장관의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인상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최근 발언과 맞물려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세계경제가 펜데믹의 터널을 벗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크지만, 연준은 자산가격의 상승이 초저금리가 초래한 위험자산 투자선호 심리 및 과도한 부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美 연준(聯準) 보고서는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들의 행동을 예고해준다. 세계경제와 기축통화(基軸通貨)를 주도하는 금리정책은 지구촌경제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기준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린다면 잔뜩 거품 낀 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걱정이 끊임없다지만, 어이 쓰다 달다 할 수 있나요? 오스카 여배우조연상에 빛나는 <미나리(MINARI)>에서 돌멩이를 거머쥐고 뱀을 쫓으려는 손자를 향해 “그냥 둬라! 눈에 뵈는 게 안 보이는 것보다 낫다. 숨어 있는 게 더 위험해~” 갖은 세파를 겪으며 살아오신 외할머님의 지혜로우신 말씀이 아직도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은 불경(佛經)을 구하러 천축국(天竺國)을 가는 삼장법사를 호위하는 손오공(孫悟空)이다. 저팔계(?八戒), 사오정과 함께 요괴(妖怪)들을 물리치지만 그가 함부로 날뛸 때 삼장법사의 금제(禁制)는 욕망과 두려움 속에서 경거망동(輕擧妄動)하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실을 보고, 들은 대로 따르게 한다. 손오공만이 어리석은 게 아니다.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를 해소해보려는 몸부림이었을까? 전체로 보면 태양계(太陽系)도 은하계(銀河系)에서 보면 작은 티끌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이다.

 맥락(脈絡)에 대한 이해와 상식적 추론(推論)이 요구되는 마당에 유연하게 대처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게 마련이다. “얼굴이 안 예쁘면 목소리라도 고와야지…”하며 비아냥거린 사람들이 멋쩍어하는 경우는 차치물론(且置勿論)하고라도, 편(便)가르기 급급하고 싸워서 승리하면 정의(正義)가 된다는 몰염치(沒廉恥)는 차마 목불인견(目不忍見)이겠지요?

 맥도날드의 고정메뉴였던 Pizza는 ’90년대 말까지 판매를 이어왔지만 11분의 조리시간이 ‘패스트푸드’의 개념에 걸맞지 않다고 ‘Pant on fire’ 등급을 매겨 판매를 중단했다. ‘네 엉덩이에 불붙었어. 이 새빨간 거짓말쟁이’라는 두 개 이상의 낱말이 합하여 하나의 뜻을 나타내고 마치 하나의 낱말처럼 쓰이는 숙어(熟語)이기도 하다.

“솜씨 있고 없고 잘나고 못나고 서로 따지는데/ 술 한번 취해서 몽땅 잊음이 어떨는지/ 하늘과 땅 사이 넓고 좁음을 그대는 아시는지/ 독수리 물수리 난새 봉황새 제멋대로 나는 세상” [ 백거이(白居易),《술을 마주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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