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sun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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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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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단절시키고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으로 제사 의식이 있다. 회사에서 잘려서 기분이 무척 상했을 때,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풍문이 들려오는데 마침 이별 통보를 받았을 때, 이번에도 시험에 불합격했을 때, 갑작스럽게 식구 중 한 명이 돌아갔을 때, 시간은 마무리되고 다른 시간이 열리게 촉진시키는 인류의 지혜가 제사의식이다. 


제사는 조상에 대한 의식뿐만 아니라 혼자서도 간단하게 치를 수 있다. 뒷마당에 나가 깡통 안에 그녀가 보내준 선물과 편지를 성냥불로 태우고 소주를 반 병 마시고 그 불꽃 위에 휘휘 던진다. 


시험에 떨어진 다음 날 시외버스를 타거나 차를 렌트해서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휘 떠나서 출렁거리는 밤바다 식당에 앉아서 참치백반에 소주를 시키고 주인 아줌마의 인생이야기를 들어준다. 


산에 올라가 보이는 절에 들어가서 템플 스테이를 며칠 하다가 노가다 품을 팔고 며칠 더 머물다가 내려온다. 


제사는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서 입맛에 맞는 음식과 술을 마시고 허공에 버리면서 그렇게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죽치는 것이다. 


의식을 충분히 치르고 나면 다시 숨통이 트이고, ‘그래 그 회사 없어도’ ‘당신 없어도 나는 잘 살아낼 수 있어’라는 다짐을 얻게 된다. 이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은 일직선이 아니라 핸드폰을 교체하듯이 교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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