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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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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하면 무능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한국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좋은 대학을 다닌다는 것은 공부를 잘한다는 뜻이고, 회사는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은 영특해서 일도 잘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선발한다. 따라서 이름없는 대학을 나온 것은 공부 못하는 사람이라는 증거이고, 무능한 사람에 가깝다고 여긴다. 


무명대학을 나온 사람들의 한숨은 자신의 학습능력부족이 학벌로 드러난다는데 있다. 한번 공부를 못하면 영원히 후진 대학의 간판을 달고 살아야 하고, 구직할 때 면접관은 학교를 보고 유능하지 못하다는 판정을 한다. 


이런 단순한 주문에 최면 걸려서 남은 인생을 무능한 사람이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사는 것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동화책 속에서 마법사들이 걸은 주문에 사로 잡혀서 뾰쪽한 것에 찔리면 자신은 죽는다는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아이가 태어나면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말도 어버버 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면서 급성장하고 엄청 똑똑한 사회인이 된다. 그 성장은 20세에 멈출까? 아니다. 내가 살아본 바로는 인간의 내적 성장은 20대를 넘으면서 완만하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거의 일직선으로 혹은 가파르게 늘어난다.


19세 고3때 공부를 못하면 24세 때도 여전히 못할까? 부모 잘 만난 내 동창은 고등학교 때 학교공부를 소홀히 하고 지냈지만, 부모의 지원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 받고, 지금은 한국서 교수를 하고 있다. 


학습능력하나만 볼 때, 한국교육의 경험으로 자신을 미리 단정해버리고,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자기최면을 걸어버리면 정말 머리 나쁜 사람처럼 대학교육과정을 거치게 된다. 


무명대학을 나왔다는 기억 때문에 서른이 넘어서 새로운 이론을 배울 때, 조금 공부하다가 진도가 잘 안 나가자, 자신은 원래 공부하는 머리가 없다느니, 적성에 안 맞는다느니 불평하기 시작하면, 3개월 지나서 정말로 그 과정을 포기하게 된다. 사람의 머리는 기본적으로 진화론적으로 매우 영리해서 얼마든지 개발하면 발달할 수 있다. 


유학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가지는 것으로 마치 새로운 출발선에 선 기분을 준다. 한국서 공부도 잘못하고, 대학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유학이라는 것이 설레는 이유는 그 과정이 인생역전의 기회를 제공할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에 못지않게 며칠 생각해보고 나서 자신감을 상실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이 도전에 실패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무능하다는 말은 주워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숙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신을 원망한다. 하고 싶은데 답을 못 찾으면 결국 그 과정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선다. 이것은 비단 교육과정만 한정되지 않는다.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주워진 일을 감당 못하여 밀려나는 것이나, 결혼해서 부부관계악화로 포기하는 것이나, 자녀문제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나, 모두 살아내지 못한 행위는 그 사람의 무능에 기록된다. 


한가지 구분할 것은 있다. 칼자루가 나보다 상대에게 더 있는 상황에서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지 못한 것은 나의 무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 투자한 회사가 경영부실로 주가하락을 가져온 것이 그 회사주식을 구입한 자신의 무능력 탓이라고 할 수 없다. 


하고 싶은데 능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모든 일에 능한 사람은 없기 마련이므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일을 찾지 못한 것을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다양한 능력이 IQ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원래 조금 모자라는 지능을 가진 사람과 어릴 적부터 영리한 사람은 있다. 무능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능력이 있지만, 하지 못하거나 안 하려는 사람도 무능력의 범주에 들어간다. 


명문대를 나오고 일년간 대기업 열 군데에 이력서를 보내고 실패하자 구직활동을 6년간 멈추어버린 청년이 중소기업을 두드리지 않은 것은 중소기업 구인광고가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이 중소기업갈 정도는 아니라고 선을 그어버렸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과정에서 무능한 사람과 유능한 사람의 큰 차이 중에 하나가 상황을 어느 정도나 선별하느냐이다. 


영업직은 사람과 부닥치는 일이라서 싫고, 경리직은 숫자를 싫어해서 싫고, 요리사는 육체적으로 피곤해서 싫고, 공무원은 지루해서 싫다고 하면, 그 사람은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적은 것이며, 한편으로는 주워진 상황에서 생계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가장 자기다운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현실에 적응해서 유연하게 자신을 변경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며, 생각지 못한 직업을 가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맥가이버가 유능한 사람이다. 상황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도구셋트가 없기 때문에, 추워서, 지금은 피곤해서 문제해결을 기피하는 것이 무능한 사람이다. 


흔히 말해서 사막에 떨어져도 살아갈 사람은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는다.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까탈스럽게 보는 사람은 그 이유가 두려움이든 개인의 욕망이든 문제해결을 못한다는 면에서 무능한 사람이다.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 아니면 취업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6년을 버틴 청년은 명문대를 나왔음에도 무능한 사람이다. 반면, 무명대를 나왔지만, 접시 닦기, 막노동을 해서라도 남에게 신세지지 않고 독립해서, 다시 공부해서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하는 사람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문제해결을 했다는 점에서 유능한 사람이다.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아서 실직자로 있다면 그 머리 좋다는 해석이 말해주는 바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사람이 무능력해서 실직자로 있을 뿐이다. 강남에서 교육받고, 부모의 지원으로 미국 가서 명문요리학과를 나온 사람이 귀국해서 제빵회사에 취업해서 하루 종일 계란의 노른자 흰자를 분리하는 일을 할 때, 흔히 배운 것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인다. 


제빵회사는 자신이 인정받을 수 없는 회사라고 판단하고, 때려치우고 나오면, 그 다음 선택에 따라서 무능할 수도 유능할 수도 있다. 유명호텔에 입사해서 손에 물을 안 묻히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실직상태에서 구직활동만 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김밥가게를 차려서 도시락 김밥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는 사업을 선택할 수 도 있다. 어느 것이 무능이고, 유능일까?


삶은 끊임없이 과제를 풀어가는 활동이다. 매 순간 닥치는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 새, 성공한 인생이 되고, 문제에 발목 잡혀서 허우적대다 보면 실패한 인생이 된다. 


지금도 자신의 적성을 모르겠다거나, 자신의 원하는 회사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청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인생을 무능하게 사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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