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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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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공부를 잘하면 유능한 것으로 간주한다. 공부 잘하면 좋은 학교를 나올 수 있고,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다. 그러면 돈도 많이 벌게 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능한지를 알아보려면 공부 잘하는 사람인지를 보면 된다. 


살아보니 이런 단순한 명제도 없다. 김씨는 41세로 노숙생활 6년 차이다. SKY 대를 나오고 4학년 때 대기업 10곳에 이력서를 냈으나 한 곳도 합격을 못했다. 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고 지내다가 서른 중반에 부모가 이혼을 하고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가정을 차려서 떠난 후로는 혼자 힘으로 살기 힘들어 노숙을 시작했다.

그는 중소기업 취업은 알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명문대가 아깝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김씨를 무능한 사람으로 본다.   유씨는 서울대를 나오고 학생운동을 하다가 수감되어 2년의 옥고를 치르고 학원강사로 일하다가 독일로 유학을 가서 경제학을 공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나이 40세에 귀국을 했다. 정계에 입문해서 국회의원을 하고, 나중에 새 정부에 입각해서 장관직을 수행했다. 지금은 작가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가 저술한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사람들은 유씨를 유능한 사람으로 본다. 


공부 잘하는 것만으로 유능함을 판단하는 것은 부족하다. 1998년 전산업계에서는 2000년이 되면 1900년대를 기반으로 하여 연도표기를 했던 방식이 변경되어서 전산시스템에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대대적인 전산인력채용이 있었다. 


당시, IBM main frame 이나 AS/400라는 중형컴퓨터를 기업체에서 사용하였는데, 전산을 대학에서 전공하지 않은 황씨는 캐나다로 이민 와서 3개월 속성 AS/400 RPG 언어를 배우고 바로 취업을 했다.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닌 가정주부였던 황씨가 단기간 공부해서 캐나다 전산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두고, 주변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유사한 과정을 밟았다. 


평범한 주부가 쉽게 전산 취업할 정도이므로 자신도 하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 사람도 취업에 이르지 못했다. 전산은 아무나 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사실 당사자들에게는 쉽지 않았다. 공부만 잘하면 취업도 잘되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것은 맞지 않았다. 유능함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으로 검증되지 않고, 결국 취업을 했느냐, 그리고 직장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근속했느냐로 판정할 수 있었다. 


당시 황씨 같은 과정을 수료한 이씨도 있었는데 그는 한국서 전산을 전공하고 직장생활도 하고 왔음에도 정작 캐나다서 전산직 취업에 실패했다. 


면접을 통과할 수 있고, 직장에서 인정받아야 유능함이 더 선명해진다. 직장에서 유능하다는 것은 인사고과를 잘 받고 상사와 동료로부터 신임을 얻는 것이다. 같은 대학을 졸업했어도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유능함을 따지려면 직장에서 인정받는 행동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낙하산 인사가 아닌 다음에야 승진은 유능한 사람들의 몫이다. 어떤 것이 유능한 직장인인지를 알려면 승진한 상사들을 관찰하면 된다. 엄밀히 말하면 어떤 직장이냐에 따라서 직장의 상사가 가지는 관점에 따라서 유능함이 달라진다. 

 

직장에서만 유능하면 전부인가?


50세를 넘기면서 지병이 생겨서 회사도 관둬야 했던 사람이 있다. 그는 췌장암을 겪으면서 소변기를 달고 지낸다. 건강이라는 자원을 잘 관리해서 일과 휴식의 균형을 이루는 것도 유능함의 한 요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부갈등을 잘 관리하고, 자녀를 잘 키워서 집안이 평안한 것도 유능함이다. 한가지만 잘하면 유능한 것이 아니다. 

 

작가와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유씨는 유능한가?


사회적 명망으로만 보면 그는 매우 유능하다. 그러면 동네사람들 이외는 명망이 없고, 유씨보다 더 건강하고, 부부금슬도 좋고, 자녀들도 모두 사회적으로 잘 자리잡고 시집 장가 보낸 권씨는 유씨보다 덜 유능한 것일까? 아는 것 많고 수입이 더 많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정작 부러운 것은 건강하고, 가정이 화목하고 노후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의 재산을 가진 것이다. 


정말 유능한 것은 인생의 황혼에 주변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는 것이다. 유능함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주워진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그 문제란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자기 역할을 잘해내는 문제, 부부갈등을 원만하게 처리하는 능력, 자녀와 부모 사이의 관계를 잘 푸는 능력, 건강을 잘 챙기는 능력 등의 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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