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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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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다 트럭에 치여 사망한 토론토의 사고 현장

 

 

 

지난 금요일 저녁 색다른 추모 의식이 벌어졌다. 자전거 150여 대가 떼를 지어 토론토 거리를 질주한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에 치여 죽은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행렬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추모 의식은 흔히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경우다. 기억에도 생생한 건 지난 4월 토론토 영 스트리트에서 벌어진 밴의 돌진 사건이다. 정신 나간 자가 인도로 밴을 돌진시키는 바람에 20여 명 이상의 행인들이 죽거나 다쳤다. 조객들은 그 사고 지점에 산더미 분량의 꽃들을 바쳤다.


자전거의 경우 추모 의식이 다르다는 것을 전엔 알지 못했다. 미첼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차에 치인 것은 지난 5월 15일. 36세밖에 되지 않은 젊은 나이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6월 7일 사망했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150여 명의 조객들이 모였다. 모두 자전거를 타고 였다. 다운타운인 스파다이나 거리와 블루어 거리 교차지점에 모인 그들은 사고가 났던 지점인 하이파크 근처의 거리까지 행렬을 지어 달렸다. 어쩌면 10 Km 정도 되는 거리일 게다.


사고 지점에 도착하자 그들은 꽃을 바치는 대신 자전거를 바쳤다. 망자의 이름을 적은 하얀 색깔의 자전거다. 행인들은 주인 없는 자전거가 왜 거기 서 있나 잠시 서서 바라볼 것이다. 이 자전거를 혼령 자전거(Ghost Bicycle)라고 부르는 건 주인은 보이지 않지만 망자의 혼령이 대신 타고 있기를 바라여서인지 모른다.


자전거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은 추모도 추모지만 이 도시의 거리가 더 이상 안전치 않다는 것을 시위하기 위해서일 게다. 이들은 같은 행사를 이번 달만 네 번을 더 해야 할 처지다. 지난 월요일 3시경 한 여인을 치어 죽인 자동차 운전자는 뺑소니를 쳤다.


다음날 또 다른 여인이 트럭에 치어 숨졌다. 이처럼 추모 자전거 행진이 거듭되다 보면 당사자들만이 아니고 지역사회의 이슈로 부각되는 날이 멀지 않을 게다.


요즘은 러시아워가 따로 없는 게 토론토의 교통 사정이다. 집에서 다운타운의 병원까지 이전엔 반 시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두 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유 중의 하나는 자전거들과 거리를 나눠 써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체크하기도 바쁜데 자전거까지 감시를 하면서 운전을 하자니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특히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차를 꺾는 순간 난데없이 자전거가 지나가는 바람에 놀란 적이 여러 번이다. 다운 타운에 차를 가지고 가는 게 갈수록 겁나는 이유는 그래서다.
너구리나 다람쥐가 차에 치여 죽는 동물 로드킬(Roadkill)은 다반사가 된지 오래다. 근래 사람들이 차에 치여 죽는 인간 로드킬이 점차 그 수준에 미치고 있다.


지난 2년간 토론토의 경우 93명의 행인들과 자전거 운전자들이 거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건 캐나다 전체 총기사고로 죽은 숫자나 엇비슷하다. 로드킬을 막기 위해 고속도로의 경우는 도로 밑으로 터널을 파 야생동물의 안전이동을 도와준다.


인간 로드킬을 막으려면 그에 못지 않게 더 다각적인 대책이 요청된다. 자동차의 운행속도를 더 줄이던가 아니면 자전거와 자동차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도로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토론토 거리들이 킬링 필드가 돼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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