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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언어 속에 기분 좋은 말
leehyungin

 
 
"숨통이 트이다"라는 글 속에 한 토막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장터에서 나이 지긋한 백정 박상길이란 사람이 푸줏간을 열고 있었다. 점잖은 척 티내는 두 양반이 고기를 사러 갔다. 그 중 한 양반이 백정에게 퉁명스럽게 "야 상길아, 고기 한근 다오.”


"그러지요" 박상길은 솜씨있게 고기를 베어 주었다. 곁에 있는 양반은 상대가 비록 백정으로 천민 신분이라지만, 지긋하게 나이든 사람이었기에 말을 함부로 하기가 멋쩍었다.


박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게나" 


 “아 예 고맙습니다.” 기분좋게 대답한 박상길은 선뜻 고기를 잘라줬다. 처음에 산 양반이 보니 자기가 산 고기보다 갑절은 더 양이 많은게 아닌가! 은근히 화가 치민 그 양반 눈을 치켜 뜨고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째서 이 양반 것이 더 많은가?”


상길이가 입가에 지긋이 미소를 머금고, “상길이가 자른 고기는 정확한 한 근인데 박서방이 듬뿍 덤을 더 넣게 한 겁니다” 위트와 재치 있는 말의 힘이 세상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한다.


말 한마디로 품위와 품격이 달라진다. 세상 살아가다 보면 벼라별 해괴한 일들이 넘쳐나고 우리 삶들을 스쳐 지나간다. 괴롭고 힘든 세상살이지만 평범하게 거짓없이 순수함과 품위있게 겪어 가노라면 분명 세상살이는 아름답게 살만한 곳이다.


스스로가 좋은 일로 값진 삶을 살리라고 다짐하다 보면 어찌 비바람만 몰아칠 것인가! 사계절의 온갖 변화에 적응하며 희로애락에 여러가지 옷가지를 맞춰 입고 살아야 하듯이 우리의 일상은 분명 축복 속에 희망이 넘쳐나는 세상이기도 하다.


팀호튼 드라이브스루에서 앞사람이 뒷사람들의 커피값을 페이하는 일들도, 문을 열어주어 다른 사람을 먼저 들여보내는 따스하고 정겨운 일들도, 하찮은 것 같지만 인간들의 세상이기에 맛보는 후한 인심이요, 살아있기에 접해보는 인생살이의 향기로움인 것이다.


사람이기에 병원이나 전문의사들 수도 없이 많은 의료기관들 들락거리며 산다. 환자들은 환자들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다. 그들을 접견하고 치유하는 프론트 데스크에서부터 전문의사들까지 이 사람들과 눈을 맞춰가며 대화해야 한다. 아쉬워서 찾은 곳이다. 꼭 그들이 나를 반겨줄 수 없다. 온갖 짜증과 불편을 견디며 그들은 직업에 충실하려고 환자들의 사연을 듣고 처방하거나 적절한 치유방법으로 소통을 이어주는 것이다.


프론트데스크 안내인들과 친절하게 사귀자. 소통의 지혜가 친절에서부터라면 친절했기에 돌아오는 것은 미소 속에 열매다. 미소 속엔 기다림의 짜증도 증발해 버린다.


온타리오 정부 의료정책에 힘입어 환자들 상태를 절대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것이라지만, 그들도 의사이기 전에 한 인간이다. 프론트데스크는 밀려드는 환자들의 안내가 직업이다.


그들을 온갖 스트레스에서 피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약이 아니다, 오직 미소요, 친절이다. 날씨이야기부터 가족들 취미활동, 심지어는 맛깔스런 쵸코바나 특별한 쿠키 하나라도 그들의 상투적인 업무처리에 몸에 배인 불친절한 순간들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버릴 수 있는 방법이다. 


요즈음 화투짝만한 깜찍하게 눈에 띄는 카드들이 바로 그럴 때 매우 유용하다. 기분전환의 유인책이 바로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다. 사귐이 있는 곳에 기쁨이 있다. 


 미소와 함께 하는 사귐 속엔 기다림의 초조함도 무료함도 상대편의 불친절 정도는 슬슬 녹여 버린다. 박서방과 상길이의 고기 근의 무게처럼 덤으로 주어지는 마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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