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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leed2017

 

 거짓말은 어떻게 정의되어 있을까요? 민중서관에서 펴낸 ‘국어대사전(우리말 큰사전이 아니고 국어대사전입니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거짓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을 믿게 하려고 사실인 것처럼 꾸미어 하는 말’.

 이렇게 정의하니 얼른 알아 듣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본인이 이것을 사실인지 아닌지를 모르고 있다면 거짓말로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본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지요.

 거짓말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인간의 지혜가 조금씩 발달하면서 맨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이 거짓말이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종교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디까지를 거짓말로 보아야 하는지 경계선을 긋는 것도  보기보다는 그리 간단하지 않아 보입니다.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최상묵에 따르면 지브라(Zebra) 같은 보호색 무늬, 여자나 남자 앞에서 부리는 교태, 남자가 자기가 얼마나 직장에서 유능한 직원인가를 자랑하는 것 같은 삥짜, 즉 허풍도 거짓말 범주에 들어가는 넓은 의미의 거짓말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쓰는 거짓말은 이보다 훨씬 좁은 의미의 거짓말 같습니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에 신중현이라는 대중가요 가수가 있었는데 ‘거짓말이야’하는 제목의 노래를 내놓았습니다. 그 노래에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모두 18번이 나왔다지요. 그 노래가 그 시대(1972년)의 불신풍조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기정되고 말았습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정직, 정직 떠들어도 사회생활을 하라면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맛있게 먹었습니다(실제로 맛이 없어서 겨우 먹었지만)”로 인사를 하지 “음식이 왜그리 싱거운지 목구녕으로 넘기는데도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따위의 인사는 사실일 경우도 있지만 그냥하는 말일 때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입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사교성 거짓말은 대단히 필요한 거짓말입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따위의 사교성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면 상대방에 불쾌감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거짓말을 해도 그리 ‘큰’ 거짓말이 아니고 비교적 ‘작은’ 거짓말에 그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아주 큰 거짓말, 예를 들면 나이, 결혼여부, 출신학교 같은 것이 포함된 큰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교수가 아니면서 자기가 교수라는 사람, 결혼을 했음에도 아직 미혼이라고 하며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거짓말을 할까요? 내 생각으로는 자존감(자기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높게 가지려는 마음)을 유지하거나 더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거짓말을 하지 싶습니다.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허물어져 내려앉은 자존심을 보존해 보겠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지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자존심이 높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거짓말을 하던 안하던 누구나 높은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의욕은 있는 것이지요.

 거짓말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거짓말 탐지기(Polygraph)로 알려진 기기(機器)가 있지요. 이 거짓말 탐지기는 문자 그대로 거짓말을 잡아내는 기기는 아닙니다. 거짓말을 하는 순간의 호흡, 맥박, 혈압, 땀 등의 신체적 반응을 측정하여 이들의 변화를 보고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를 추정하는 것에 불과하지요.

 거짓말 탐지기는 지금까지 경찰이나 국가안보에 많이 쓰였고 직원들의 회사 경비나 물건도용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쓰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신뢰도나 타당도가 없기 때문에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될 수 있는 단계에 온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실험단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상책인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 남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다는 이유로 인간사회에 설 자리도 없이 말끔히 추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 있음으로써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활기를  띄고 재미가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했을 때만 행복감을 느끼고 살아있는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도 그 말이 거짓말이니 아니니 큰소리만 치고 다닌다느니 아니니 이 얼마나 우리들의 대화가 싱그러워지고 재미있습니까. 이게 바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202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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