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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탄력성이 주는 의미
leed2017

 

 아빠는 술 중독자요 마약중독자, 엄마는 상습도박꾼, 형은 청소년 범죄자, 삼촌은 백수건달. 이처럼 풍비박산이 된 집 안에서 자라는 아이를 상상해보자. 이 아이가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사내아이인 경우 깡패나 술주정뱅이, 여자아이인 경우는 창녀나 좀도둑, 아니면 마약중독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많지마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즉, 이처럼 나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 가운데는 바위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끈질긴 풀포기처럼 온갖 역경을 딛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영어로는 resilience, 우리말로는 적당한 말이 없어서 우선 적응 탄력성이라고 해둔다. 이 적응 탄력성 현상이 있기 때문에 인생행로는 수학 공식 같은 궤도에 맞출 수 없는, 삶에는 박진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것이 된다. 그러면 적응 탄력성이 높은 어린이들은 어떤 특성이 있는가?


 첫째, 적응 탄력성이 높은 어린이들은 어릴 적부터 뛰어난 대인관계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어떻게 해서 이 어린이들이 뛰어난 대인 감각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아마도 비교적 높은 지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탄력성이 높은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성격이 적극적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이 밝은 성격에 가족이나 낯선 사람들로부터 좋은 감정을 유발하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비록 짜증스럽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대해도 그 상황을 보통 건설적이고 희망적으로 해석한다.


 둘째, 적응 탄력성이 높은 어린이들 주위에는 인생 초기에 자기에게 많은 시간과 배려를 아끼지 않고 끈끈한 정을 맺어온 보호자가 있다. 부모가 부모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할 때는 그들을 대신해서 보호해 주고 감싸주고 격려해주는 사람, 이를테면 외삼촌이나 외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직계 가족이나 친척의 도움이 없는 경우에는 좁게는 그 어린이가 살고 있는 동네, 넓게는 사회에서 그 어린이에게 온갖 정서적 지지와 관심을 베풀어준다.


 셋째, 적응 탄력성이 높은 어린이들은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갈 것"이라는 인생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지는 특성이 있다. 이것은 아마도 그들 주위에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그들의 생활에 삶의 의미를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지연과 혈통으로 이어진 농경 사회에 살아왔기 때문에 사회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집단주의 사회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혈통윤리가 우세한 반면 시민 윤리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우리도 이제는 너무 '우리 식구' '우리 집' '우리 동네'만 찾지 말고 좀 더 넓은 시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좋은 사회란 사회구성원들끼리 모두가 서로 보살펴 주고 격려해주는 사회가 아닌가.


 우리는 가끔 우리가 남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깜깜 잊어버리고 지날 때가 많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지만 은촛대를 훔쳤다가 뜻밖의 관대한 행동을 베풀어준 신부의 행동에 감화를 입어 과거의 잘못된 인생행로를 바꾸게 된 장발쟌(Jean Valjean)은 이 적응 탄력성의 어른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실의에 젖어있는 학생에게 무심코 던져준 한마디 격려의 말, 불우한 아동에게 보낸 몇 푼의 성금이 그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가는데 잊을 수 없는 힘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응 탄력성 개념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이 된다.


 적응 탄력성 개념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 사회의 어른 구성원 모두가 자기 가족이 아닌 다른 집 어린이 하나를 맡아서 격려와 배려를 해준다면 20년 후 거리를 방황하고, 밤중에 남의 집 담을 뛰어넘고, 윤락행위로 생계를 이어가는 인생 낙오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막연한 생각이다.


 아무튼 물고기나 개구리, 혹은 참새 같은 동물세계에서는 남을 돕는 행동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진화발달상 맨 윗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다. 제 새끼 돌보는 것은 동물도 얼마든지 잘하는 일, 남을 돌보는 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20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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