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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leed2017

 

 사랑이 결혼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개인주의 사회인 서양에서 흘러들어온 생각이다. 이와 비슷하게 여성의 가슴이 단순히 유아 양육의 기능을 넘어서 성(性)적 의미에 더 치중하게 된 것 역시 서양에서 흘러들어온 생각이다.


 나는 가끔 KBS, MBC나 SBS 같은 한국의 주요 방송사 탤런트들이 아프리카나 남미, 인도네시아의 외딴곳에 가서 그곳 원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본다. [지구 탐험대] 같은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은 속으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사는구나" 하고 세계의 다른 구석에 사는 사람들의 참모습을 보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텔레비전으로 보여 주기 위하여 없던 것을 새로 만들고, 하지 않던 놀이를 마치 자기네들의 아직까지 내려오는 전통이요 관습인 것처럼 꾸며낸 하나의 연극에 불과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우리도 방송 프로그램에서 듣도 보도 못한 것을 꾸며내서 "지구 탐험대: 이것이 한국이다" 하고 보여주면(요사이 한국영화고 풍물기행이고 이런 종류가 점점 늘어 가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외국 사람들은 '한국문화의 진수'를 보았다고 흐뭇해하지 않을까. 


 이것을 볼 때 가끔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하나 있다. 즉 원주민 여인들의 가슴을 조금도 거리낌 없이, 적나라하게 노출시켜 방영하는 것이다. 북미 대륙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설사 보여준다고 해도 순간적이요 극히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장면은 그야말로 노골적이다.


 나는 이 사실, 즉 여성의 노출된 가슴을 오랜 시간 적나라하게 방영하는 것도 일종의 성희롱 내지 여성에 대한 집단적인 개념으로서 인격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본다. 이 말에 수긍이 가지 않는다면 다음을 가정해 보라. 즉, 외국 어느 방송사에서 한국 여성들의 가슴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촬영한 것을 자기 나라 전국 텔레비전망을 통해서 방영했다고 하자.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것인가? 어떻게 보면 이것을 문화적 차별의식, 즉 그네 원주민들은 '미개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그네들은 가슴을 드러내놓고 사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가슴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인데,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 그네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보여 주어야만 하는가?'는 것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그것을 방영하는 사람들의 '진지성'이랄까 진실성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문화 인류학자들이 보고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것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무슨 진기한 놀이 장면이나 되는 것처럼 극히 가벼운 코미디를 하는 마음자세로 보여주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성희롱이란 반드시 개인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여성의 가슴을 드러내놓는 것이 공공연히 허용되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그것이 텔레비전 방영에 그친다고 해도 '여자는 어디까지나 성적 대상'이라는 생각이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성희롱이니 성적 학대란 말은 내가 유학을 떠나던 1966년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말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남녀평등의 깃발이 높아지고 여권신장의 북소리가 점점 우렁차게 들리면서 성희롱이란 말도 활기를 띠었다.


 성희롱으로 고소를 당하는 사람들이 매일 신문사회면 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주로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다. 동물들도 성희롱이란 게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수놈 암놈이 둘로 갈려서 서로 밀고 당기고 으르렁대는 것은 동물 세계에서는 없는 것으로 안다. 성적 갈등이란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닐까.


 성차별이나 성에 대한 고정의식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그쳐서야 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저 남미의 파라과이, 인도네시아의 밀림, 필리핀, 중국, 어디에서나 하루 바삐 사라져야 할 일이다. 바야흐로 세계화로 향하는 세상, 성차별이니 성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의식도 나라 안에만 국한하지 말고 좀 더 넓은 시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200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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