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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캐나다의 칼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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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사랑한 남자(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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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할리데이빗슨 모터사이클이 좁은 산길을 따라 달려와 암자의 마당 한가운데에 멈추어 섰다. 모터사이클의 엔진소리는 나뭇잎마저도 떨게 할 만큼 시끄러운 소리를 냈지만 법당 안에 앉아있는 노인은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정좌한 자세 그대로 눈을 감은 채 명상에 잠겨있다.


 시동을 끄자 암자는 다시 적막에 잠겼다. 모터사이클에서 내린 사나이는 암자 주위를 매서운 눈초리로 구석구석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그는 검은 가죽 재킷을 입었지만 한눈에 보아도 체격이 아주 건장해 보였다. 


 법당 앞으로 다가온 그는 안에 앉아있는 노인을 발견하였다. 노인의 뒷모습으로 보아 도포를 걸쳤지만 중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는 하얀 머리를 길게 길렀기 때문이다.


 "이봐 노인장!" 가죽 재킷의 사나이가 불렀다.


 노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봐 노인네, 내말이 안 들려?" 더 큰 소리로 부르자 노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작고 왜소한 체격의 노인은 건장한 사나이에 비해 어린아이처럼 작아 보였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 조용한 곳을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고? 그리고 말버릇을 보아하니 대체 예의가 없는 무식한 놈이로고" 사나이를 올려 보며 엄한 표정으로 일갈을 내질렀다.


 사나이는 어이가 없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멱살이라도 움켜쥐고 흔들어 주고 싶지만 상대는 노인이다. 더구나 중이다. 아니 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암자를 지키는 노인으로 생각되어 그냥 참았다. 그리고 지금은 빨리 김 후보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


 사나이는 바로 김 후보의 경호원인 고 사범이다. 그는 줄리아가 알려준 핸폰으로 통신회사를 통해 위치를 추적해서 여기까지 찾아 온 것이다.


 "오늘 여기 찾아 온 사람이 있지,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나?" 다급하게 추궁하자 노인은 싸늘하게 대꾸했다.
 "보아하니 바람난 마누라 꽁무니나 캐고 다니는 흥신소 직원 같은데 싸가지가 개 발바닥보다도 못하구나, 그대는 혼 좀 나야 정신 차리겠구나"


 고 사범은 피식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키가 자기 가슴팍에도 못 미치는 조그만 노인네가 도사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데다 자기를 혼내 주겠다고 하니 기가 막힌 일이다. 태권도가 8단이고 검도 4단의 무술로 단련된 고 사범이고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해병대 출신인 그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용감한 사나이다. 주먹 한방이면 황천길로 보낼 수 있다.


 고 사범은 애써 화를 가라앉히면서 말했다. "이봐 노인장 이건 아주 중요한 일.." 


 "철석!" 고 사범이 말을 다하기 전에 번쩍 눈에서 불이 튀었다. 노인이 고사범의 뺨을 갈긴 것이다. 그런데 고 사범은 언제 노인이 손을 휘둘렀는지 보지 못했다. 노인의 팔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어르신을 대하는 말투가 고약하도다"


 "이 노인이 미쳤" 


 "철썩" 이번에는 반대쪽 뺨이 얼얼했다. 전광석화 같이 빠른 손놀림이었다. 눈에 불이 번쩍 나더니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대는 어이하여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가?" 노인이 빈정거렸다. 운동으로 단련 된 고 사범이다. 누구한테 맞아 본적이 없었던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즉시 주먹을 노인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주먹 한방이면 충분히 기절 시킬수 있다. 대자로 누워버릴 노인이 불쌍했지만 감히 고 사범을 건드리다니 생각의 여지가 없었다.


 노인은 그대로 나뒹굴어 질줄 알았다. 이상한 일이다. 노인은 쓰러지기는커녕 오히려 고 사범 코앞으로 한 발짝 다가서서 노인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고 사범은 갑자기 왼쪽 어깨에 아픔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노인이 오른손을 뻗어 고사범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다. 어깨를 빼려고 몸을 움직이려 하였으나 꼼짝할 수 없었다. 마치 팔이 어깨에서 빠져버린 것처럼 통증을 느끼며 마비되어 왔다.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온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을 듯 비틀거렸다.
혈맥을 잡혔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동시에 보통 노인이 아님을 직감했다.
아픔을 참으며 노인에게 용서를 구했다.


 "제가 몰라 뵈었습니다. 무례를 용서 하십시오"


 노인이 손을 거두자 어깨는 아무렇지 않은 듯 통증이 사라졌다. 고 사범은 이리저리 팔을 휘둘러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다. 만약에 주위에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무술인 이라는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한판 결투를 벌였을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암자라서 고 사범에게는 체면 불구하고 한발 물러설 수 있었다.


 고 사범은 노인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대사님을 제가 미쳐 알아뵙지 못하였습니다. 사실 김 후보님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노인의 손이 다시 올라가자 고 사범은 펄쩍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섰다. 노인은 고사범의 어깨를 잡는 것이 아니라 공손히 손을 올려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젊잖게 말을 했다.


 "보살님이 찾으시는 분은 아무일 없이 지금쯤 서울로 가시고 있는 중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저 시끄러운 물건은 산 밑에 두고 오십시오, 뒷산에 사는 너구리가 지금 새끼를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고 사범은 어정쩡한 자세로 함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노인의 팔에서 떠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어른신 아니 대사님" 고 사범은 바로 뒤로 돌아 할리 데이빗슨 모터사이클을 끌고 서둘러 산을 내려갔다. 평생 처음으로 패배 당한 수모에 얼굴이 붉어졌고 속에서 불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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