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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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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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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데리고 있는 조카딸은 전쟁에 희생당한 장교의 고아였어요. 수녀원에서 교육을 받다가 그 신성한 보호시설에서 숙모의 감시 겸 보호 아래로 옮겨왔어요. 큰 그늘이 되고 있는 숙모의 보호 아래 소녀는 성 안에 숨겨진 채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었지 뭐에요. 마치 가시덤불 아래 꽃을 피우고 있는 장미꽃처럼 말이에요.

막 피어나는 그녀의 신선하고 아침 해 같이 아름다운 모습은 그렇게 갇혀 지내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말지요. 안달루시아 사람들은 그들의 시적인 기질을 발휘하여 그 소녀를 “알함브라의 장미꽃”이라 불렀답니다.

경계심이 많은 숙모는 왕실 가족이 그라나다에 머무는 동안 매력이 넘치는 조카딸을 철저하게 계속 감시했으며, 자신의 감시망이 철저한 것에 만족하고 있군요. 사실이지 그 훌륭한 숙녀도 달빛이 고요한 밤에 탑 저편에서 기타 퉁기는 소리와 사랑의 노래 소리에 마음이 산란해지긴 했지만, 그때마다 조카딸에게 하는 말이 “저런 가치조차 없는 음유시인의 노래엔 귀를 닫아버리라”고 훈계하는군요.

순진한 처녀들을 유혹해서 파멸시키는 기술의 하나라고 가르쳤고요. 아, 슬프도다. 아무리 무미건조한 교훈이라 한들 순진한 소녀의 마음으로부터 달밤의 세레나데를 그 따위 훈계로 막아낼 수 있을까요?

 

 

마침내 필립페 왕이 그라나다에서 얼마동안 머문 다음 갑작스럽게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떠나게 되었어요. 경계심이 많은 프레데곤다는 왕의 행차가 ‘정의의 문’을 지나 도시로 이어지는 큰 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마지막 깃발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이젠 모든 근심이 다 물러갔다고 기뻐하며 탑으로 돌아온 순간, 날렵한 아라비아의 준마가 정원 쪽문 앞에서 발굽으로 바닥을 구르고 있는 모습에 기절할 지경으로 놀랐어요.

게다가 장미 덤불 사이로 화려하게 수 놓은 옷을 입은 젊은이가 조카딸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는 광경엔 더욱 기절초풍 할 일이었어요. 그녀의 발 소리가 들리자 기사는 부드럽게 작별인사를 하고 갈대와 배롱나무 담장을 살짝 뛰어넘어 말에 올라 타더니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진거에요.

마음 여린 하신타는 슬픔으로 고통에 못 이겨 숙모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숙모의 팔에 몸을 던지고 흐느끼며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아, 나의 사랑! 그가 가버렸어요! 떠나 버렸다고요! 이제 다신 그이를 볼 수 없게 되었어요!”

“떠나다니? 누가 떠났단 말이냐? 네 앞에 무릎 꿇고 있던 그 젊은이는 대체 누군고?"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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