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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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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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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는, 살아있는 하신타와 죽은 조라하이다 공주가 만나는 이야기이다. 이 만남은 만도린 같이 생긴 은빛 류트를 켜는 조라하이다의 한을 풀어 주고, ‘알함브라 궁의 장미’인 하신타가 꿈에도 잊지 못할 연인을 만나게 해준다.

조라하이다 공주의 은빛 류트에 맞추어 조선시대 바리 공주의 서사무가를 부른다면 동서양의 여성신화가 화합하는 순간이 되리라.

길을 닦아 가실적에 오귀문을 열어서루 극락세계루 가신답니다. 그러니께 오귀문을 열어서루 바리데기를 따라 서천서역구 그 좋은 극락세계를 가시는 구나.

 옛날에 옛적아 갓날에 정아적아 오귀대왕님 좌정하여 하늘의 서기가 반공한다… 달은 떨어져서 왼어깨에 안자고 해는 떨어져서 오른 어깨 안자고 별은 떨어져서 품안에 안기고.

 이때야 오귀대왕님아, 달은아 대왕님 직신이고 해는 부인님 직성이고 별시낱은 삼신이 굽어 봤구나. ”

 이 서사무가(敍事巫歌)는 오구대왕이 일곱 번째에도 공주를 낳자 실망하여 ‘바리데기'라는 이름으로 내다버린 바리공주의 노래이다. 바리 공주가 성장하자, 오구대왕이 병에 걸려 바리공주를 찾고, 바리공주가 자기를 버린 오구대왕 내외를 위해 서천 서역국(혹은 용궁 등)에서 고된 모험을 한 후, 아버지에게 영약을 가져다 주어 회생하게 하고, 바리공주와 등장인물들은 신으로 섬겨진다는 내용이다.

바리데기, 칠공주, 오구풀이, 오구굿, 진오기굿, 씻김굿 등으로도 불리는 이 사령제(死靈祭)는 전라도와 제주도 등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굿거리의 하나이다. “만신왕이 된 바리데기는 이미 여성원형을 넘어서서, 분열되어 죽은 자아기능을 통합하여 새롭게 살려내는 인간 무의식의 근원적 신생기능인 자기 원형상이라”고 융 심리학자는 말한다. (이부영: “한국민담의 심층분석”)

지난 번의 옛날옛적 이야기, “아름다운 세 공주 이야기”에 나온 셋째 공주는 언니들처럼 사랑하는 기사를 따라 도주할 수도 있었지만, 그 동안 자기를 바리데기 취급한 아버지에 대한 연민으로, 바라던 사랑의 도주를 포기하고 아버지를 돌보아드리다가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자신처럼 ‘장미의사랑’에 빠진 하신타를 은빛 류트로 구해준다.

이제, 지난 번과 똑같은 장소인 <왕녀의 탑>에서 일어난 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 이야기, “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를 해드릴께요(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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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아름다운 무어의 세 공주가 살았던 ‘왕녀들의 탑’도 이젠 폐허가 되었어요. 황금 노을 빛 둥근 천장엔 거미줄이 얼키설키 드리우고, 자이다와 조라이다와 막내공주 조라하이다의 아름다운 자태가 보이던 방에는 박쥐와 올빼미가 둥지를 틀고 있고요. 이 탑이 이렇게 버려진 데에는 이웃사람들의 미신 탓도 있답니다. 달이 밝은 밤이면 그 탑에서 젊은 나이에 죽은 조라하이다의 영혼이 분수 옆에 앉아 있거나 성벽 위에서 흐느끼며 울고 있거나, 한 밤중에 좁은계곡을 지나가는 나그네들이 그녀가 켜는 은빛 류트 소리를 들었다는 소문이 떠돌기 때문이랍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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