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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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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33)-아름다운 세 공주 이야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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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Nasid 건축양식으로 지은 왕녀의 탑

 

 

이때부터 기사들은 거의 매일같이 그 골짜기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마음씨 좋은 후세인 바바는 점점 더 관대해지고, 일터에서 곯아 떨어지기가 일수였지요. 한동안 민요와 낭만적인 노래들로 애매하게 주고 받던 그들의 교제가 점점 무르익어 갔어요.

감시병이 보이지 않을 때면, 조금씩 공주들이 그들의 자태를 발코니에 드러내기도 하고요. 의미가 담긴 상징적인 꽃을 주고 받으며 기사들과 대화를 나누게끔 된 거에요.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매력을 더해주고, 그들이 남다르게 품고 있는 열정에 부채질 해주었고요. 사랑은 역경과 투쟁 속에서 더 기쁨을 느끼고, 옹색한 대지에서 더 끈질기게 자란다니까요.

 이 은밀한 교제가 공주들의 겉모습과 마음에 변화를 가져오자, 제일 놀란 것은 왼손잡이 부왕이었고, 제일 흐뭇해 하는 이는 자신의 음모를 성공시킨 똑 소리 나는 카디가 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답니다.

 아뿔싸, 이 신호로 주고받는 교제가 이제 막을 내렸네요. 그 기사님들이 요 며칠 동안 계곡에 모습을 나타내질 않은 거에요. 공주님들은 하염없이 탑 밖을 내다보기만 했고요. 백조 같은 흰 목을 발코니 밖으로 내밀어 봐도 헛일, 새장에 갇힌 나이팅게일처럼 노래를 불러 보아도 헛일이었어요.

사랑하는 기독교인 기병들은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았고, 숲에서 한 곡조의 노래도 들려오질 않았어요. 똑 소리 나는 카디가는 사태를 알아보려 나섰다가 곧 되돌아 와서 소리 치네요.

 “아이구, 우리 공주님들! 작은 아씨들이 그렇게 고집 부릴 때, 난 이렇게 될 줄 이미 알았다니까요. 이제 그 류트랑은 버드나무 위에 걸어 놔두셔도 되요. 그 히스파냐 기사들은 그들의 가문에서 몸값을 지불해서 그라나다로 내려가 귀향할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아름다운 세 공주님들은 그 소식에 절망에 빠져버렸어요. 자이다는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일에 모욕을 느끼며 화를 냈어요. 조라이다는 손을 비틀며 울다가 눈물진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지우다 다시 울다 했어요. 침착한 조라하이다는 발코니에 기대어 소리없이 울었어요. 그녀의 눈물은 그 신의도 없는 기사들이 자주 앉아 있던 꽃밭 위로 방울방울 떨어졌고요.

 똑 소리 나는 카디가는 오직 세 공주님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어요.

 “진정하세요, 아가씨들. 이것도 익숙해지면 별일 아니랍니다. 세상이 다 그런걸요. 아, 공주님들이 제 나이쯤 되어보세요, 남자들을 제대로 알아보실 거에요. 장담컨대 이 기사들은 코르도바나 세비야에 사는 히스파냐 미인들을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될 거라고요. 곧장 그 여인들의 발코니 아래로 달려가 세레나데를 부를 거고요. 그렇게 되면 알함브라에 사는 무어인 공주들은 생각도 안 나겠지요. 그러니 공주님들, 마음 편히 가지시고, 제발 그 사람들 일이랑 잊어버리세요.”

 똑 소리 나는 카디가의 위로의 말은 세 공주님의 슬픔을 몇 배로 더 부풀려 놓아 이틀 동안 아무런 위로가 되질 못했어요. 사흘째가 되던 날 아침, 선량한 그 노부인이 숨이 턱에 차서 뛰어들어왔어요.

 “세상에 이런 무엄한 일이 있다니요! 제가 공주님들의 훌륭하신 아버님을 속이는 일에 눈 감아 주었으니 이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지요. 다시는 저한테 그 히스파냐 기사 얘길랑 하지 말아주세요.”하고 야단이네요.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착한 카디가?” 불안해진 공주님들이 숨도 못 쉬고 겁이나 소리쳤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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