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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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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 이야기(24)-무어인의 유산이 묻힌 칠층탑(8)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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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Yunice 윤경남 옮김 & 사진

 

(지난 호에 이어)

읍장은 눈썹을 만지작거리며 무어인에게 다시 말했어요. “거 참, 기이한 이야기로구나. 그래도 직접 내 눈으로 증거를 봐야겠다. 오늘밤 너는 내가 보는 앞에서 그 주문을 다시 외우라. 만약 그곳에 그런 보물이 정말로 있다면 우리 모두 사이 좋게 나누어 가지게 되고 더 이상 추궁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에 너희가 나를 속인다면 내게 자비를 빌어도 소용없다. 그 때까지 너희를 감금해 두겠다.”

 

물지게꾼과 무어인은 그 조건에 기꺼이 동의하고, 그 사건이 그들의 진실을 증명해주리라 생각하며 안심했어요. 자정이 가까워 읍장과 형리와 염탐꾼 이발사는 모두 중무장을 하고 길을 나섰어요. 그들은 물지게꾼과 무어인을 포로로 앞장서게 하고, 보물을 잔뜩 실어오기 위해 물지게꾼의 튼튼한 당나귀도 함께 데리고 갔어요.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그들은 칠층탑에 도착하여 당나귀를 무화과나무에 묶어놓고 지하실 4층까지 내려갔답니다.

 

두루마리가 두루루 펼쳐지고, 노란 향초에 불이 당겨진 다음 무어인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어요. 먼저번처럼 땅이 흔들리고 우레 소리가 나며 바닥이 열리고 좁은 계단이 드러났어요. 읍장과 형리와 이발사는 놀라 자빠질 지경이어서 내려가 볼 엄두도 못 내는군요.

 

무어인과 물지게꾼이 먼저 지하 동굴로 들어서고, 그들은 금화와 보석이 가득 들어있는 큰 항아리 두개를 옮겼어요. 물지게꾼이 양쪽 어깨에 지고 날랐는데, 등이 튼튼하고 짐 지는데 익숙한 페레힐 조차 그 무게로 휘청거릴 지경이었고, 당나귀 양 옆구리에 싣고 나자 더 이상 당나귀가 감당할 수 없음을 알았어요.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시죠. 우리가 발각되지 않고 실어 나를 수 있는 양이고, 부자가 될만큼 엄청난 보물이니까요.” 라고 무어인이 말하자,

“보물이 더 남아 있단 말이지?” 읍장이 캐물었어요.

“제일 값나가는 것은 진주와 희귀한 보석들이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인데, 쇠장식으로 묶여 있습지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상자를 가지고 가세.” 욕심 많은 읍장이 소리쳤어요.

 

“저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겠어요. 제정신이 있는 사람에겐 그만하면 충분하니까요.”

“짐을 더 실었다간 내 불상한 당나귀 등이 부러질 테니 나도 더 이상 가져오지 않겠습니다.” 물지게꾼도 합세해서 말했어요. 명령이나 위협이나 호소가 모두 소용없음을 알게된 읍장은 이제 두 부하에게 매달리는군요.

 

“나를 도와다오. 그 상자를 함께 들고 올라와서 그 보물을 똑같이 나누기로 하세.” 읍장이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내려가자 형리와 이발사도 마지못해 그 뒤를 따라 내려갈 수 밖에요.

 

무어인은 그들이 땅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지체없이 노란 향초의 불을 꺼버렸어요. 바닥이 우레소리와 함께 닫히고 세 사람은 동굴 속에 묻혀 버렸지요. 그런다음 단숨에 나머지 계단을 빠르게 달려 올라갔어요.

 

땅딸보 물지게꾼도 짧은 다리로 당나귀를 끌고 재빨리 그의 뒤를 따라올라간 것은 물론이구요. “당신, 무슨 짓을 한거요?” 페레힐이 숨을 몰아쉬며 웨쳤어요. “읍장이랑 세사람 모두 지하동굴에 갇혔잖나?”

 

“그건 알라의 뜻이라네!” 무어인이 신실한 어조로 말했어요.

“그럼 저들을 풀어주지 않겠단 얘기요?” 가예고가 다그치며 물었어요.

 

“알라께서 용서치 않으신다네. 그 운명의 두루마리에 적힌걸 보면, 장차 어떤 모험가들이 와서 마법을 풀어주기 전까지 계속 마법에 걸린 채 남아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네. 신의 뜻이 이루어진 거라네!” 무어인이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답했어요. 그리고는 그 무성한 골짜기의 어두운 숲속에 향초를 내던졌어요.

 

 이젠 정말 풀어줄 방법이 없군요! 무어인과 지게꾼은 값나가는 짐을 가득 실은 당나귀를 끌고 성읍을 향해 행진했어요. 착한 페레힐은 다시 찾은 귀가 긴 그의 동료 보좌관을 끌어안고 수도 없이 입을 맞추었어요. 사실이지 이 순박한 남자의 마음에 가장 큰 기쁨을 안겨준 것이 보물단지인지 당나귀인지 판가름이 안 서네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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