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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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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 이야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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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인의 유산이 묻힌 칠층탑 이야기(1)

워싱턴 어빙 지음 / Yunice 윤경남 옮김 & 사진

 


▲알함브라궁 산책로입구의 무화과나무

 

 꿈의 궁전 알함브라성의 산책로를 거닐면, 양 옆으로 연 푸른빛 무화과 나무와 밤에 보는 알함브라성처럼 붉게 피어 오르기 시작한 석류나무 꽃들이 우리 부부를 환영 해주는 듯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아릿한 향기를 맡으며 우리는 수려한 왕녀들의 탑 건너편에 반달문을 가운데 두고 양 옆에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칠층 탑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산책로가 끝나는 모퉁이에 ‘야곱의 우물’ 같은 네모난 돌로 만든 옛 우물 터가 있다. 우물에서 흘러 넘친 물이 층층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옛날 사마리아 땅에서 예수님이 야곱의 우물가에서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의 신비를 알려 주셨던 생각이 난다. (요한복음4장)

 

이 알함브라궁의 브엘 세바(성읍의 우물=야곱의 우물)는 높은 언덕마루에 있어서, 지금도 헤네랄리페궁의 정원 연못으로, 사자궁으로 그리고 우리가 걸어가는 발치로 옹달샘이 되어 영원한 샘물의 노래를 초달초달 부르며 흘러 내려간다.

 

옛날엔 차갑고 시원했을 이 우물가에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물지게 꾼 페레힐은 우물가 여인들과 입담 좋게 떠들었을 것이다. 우물가에서 주어 듣는 온갖 이야기는 성내에 화살처럼 퍼져나가고. 이곳은 페레헬의 쉼터였고, 그가 병든 이교도를 만나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의 잠자는 착한 본성을 일깨워주어 수난도 겪지만, 그로 인해 꿈에도 만지고 싶던 황금덩이를 찾게 된다.

 

알함브라 성내엔 원래 크고 작은 여러 개의 탑이 있었는데 지금은 몇 개만 남아있다. 알함브라궁에서 제일 높은 탑인 코마레탑, 심판의 탑, 알카자바의 종탑, 사랑의 순례자 아하메드 알 카멜 왕자가 갇혀 있던 뾰족탑, 언덕 아래 있는 공주의 탑, 그 맞은 편 성벽 옆에 ‘무어인의 유산이 묻혀있는 7층탑’ 등.

 

알함브라궁 안의 모든 탑들은 유난히 많은 설화를 지니고 있으며, 칭얼대고 말 안 듣는 아이들의 울음을 뚝 그치게 할만한 무섭고 환상적인 도깨비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설화나 전설은 우리 마음이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이지만,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성내의 탑 속에서 이따금 캐내거나 쏟아져 나온 황금덩이 때문에 환상과 현실에 혼란과 미련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칠층탑은 다른 탑들과 아주 다르다. 위로 칠층을 오르는 게 아니라 지하로 7층을 내려간다. 물론 지금도 지하 4층 아래는 굳게 잠긴 돌문에 막혀있지만. 이 칠층탑만큼 내 마음 속 깊이 내려가면, 우리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만나 성취할 수 있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다. –옮긴이

 

이제 우리 함께 ‘무어인의 유산이 묻힌 칠층탑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옛날 옛적에 알함브라 성 안에 페레힐이라는 물지게 꾼이 살고 있었어요. 성채 안에 있는 왕궁 앞 저수지 광장을 지나 잡풀이 무성한 산책로를 한참 걸어 들어가면, 옛날 무어인들이 만든 우물이 나오지요. 이 얼음처럼 차갑고 수정같이 맑은 샘물은 그 저수지와 함께 그라나다 안에서 유명했답니다.

 

새벽부터 밤 중까지 이 가파른 숲길을 무거운 물독을 어깨에 진 사람, 물 항아리를 나귀에 싣고 오르내리는 사람, 물지게를 진 페레힐 같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밤중까지 하루 종일 오르내렸어요.

 

샘터와 우물가엔 옛 성서시대부터 뜨거운 한나절을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입방아 찧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요. 문제의 그 우물가엔 퇴역 군인들과 연세 높은 할머니들, 성채에서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는 진기한 인간들이 모여들어 마을회의가 벌어지곤 하지요.

 

그 사람들은 세금 징수원이 뜨거운 해를 가리려고 샘터 위에 펼쳐 놓은 차양아래에 만든 돌 의자에 걸터앉아, 성 안에서 일어난 온갖 일들을 가지고 입방아를 찧거나, 물지게 꾼이 성안에서부터 물 길러 오면 성내 소식을 깡그리 묻고는 그들이 듣고 본 일들에 대해 일장연설이나 비평을 늘어 놓으며 소일한답니다.

 

게다가 우물가에 어슬렁거리며 맴도는 아주머니들이나 게을러빠진 하녀들이 빈 물병을 머리에 이거나 손에 든 채 한 시간이 멀다고 나타나서, 그 수다를 다 듣고 가려고 냉큼 자리를 뜨지 못하고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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