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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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옛날옛적이야기-벽돌공의 모험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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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 & 사진)

 

(지난 호에 이어)

성당의 종소리가 아침기도를 알리는 순간 눈가리개를 풀었더니 그는 제닐 강둑에 앉아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제일 가까운 길로 집을 찾아갔어요. 그리고는 이틀 밤 동안 번 돈을 가족들과 함께 열네 밤이 지나기 전에 신나게 다 써 버렸지 뭐에요. 그런 다음엔 다시 옛날처럼 가난해질 수 밖에요.

 

 벽돌공은 여전히 조금씩 일하고 성실하게 기도를 올렸어요. 성인의 날과 축일도 빠지지 않았고요. 해가 갈수록 가족들은 유랑 집시들처럼 여위고 초라해졌어요.

어느 날 저녁에 그가 오두막집 문 앞에 앉아 있는데, 어떤 부자 노인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어요. 그 사람은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정머리 없이 구는 집 주인으로 유명한 수전노였어요. 그 부자노인은 잠시 걱정스럽고 지친 눈매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자넨 굉장히 가난한 자라고 내가 들었네만.”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지요, 영감님. 보시다시피요.”

“그럼, 일거리가 생기면 반갑겠구먼. 싼 값에라도 일할 테니까.”

“그럼은입죠, 영감님. 그라나다에 사는 다른 벽돌공이 받는 만큼만 주신다면요.”

 

“내 말이 그 말일세. 나한테 다 낡아 쓰러져가는 집이 한 채 있는데, 수리 해서 쓸만한 가치도 없이 돈만 든다네. 아무도 그 집에 살려고도 안 하니까 말일세. 그래서 말인데, 가능하면 돈을 적게 들여서 무너지지 않게만 고칠 생각이라네.”

 

벽돌공은 그 말을 듣고 폐허가 되어 거의 무너져가는 저택에 따라 들어갔어요. 텅 빈 마루와 침실들을 지나 안 마당으로 들어 갔어요. 벽돌공의 눈이 낡은 무어식 분수에 머물자, 그는 한 동안 숨을 멈추고 그 장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꿈결같이 떠올렸어요.

 


▲벽돌공이 사제에게 이끌려 들어온 궁정 뜰에서 본 메마르고 오래된 무어식 분수(An old Rround Fountain)

 

“제발 누가 이 집에 살았었는지 말해주시겠어요?”

 

“옘병에나 걸릴 놈이지! 아 글쎄 인색한 늙은 신부였는데, 자기 밖에 모르는 인간이었다구. 엄청난 부자인데다 친척도 없다니까, 교회에다 모든 재산을 남길 줄 알았다지 뭔가. 그 신부가 갑자기 죽자, 사제들과 수도승들은 그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몰려들었지. 한데 그 사람들이 찾은 건 가죽 돈 주머니 안에 든 금전 몇 잎이었다네. 더 재수가 없는 일은 나한테 떨어졌어. 그 신부는 죽고 나서도 집세 한푼 안 내고 내 집을 차지하고 있단 말일세. 죽은 자를 끌어 낼 방법도 없구 말야. 사람들은 그 늙은 신부가 자던 방에서 마치 그가 돈을 세고 있는 듯 금화가 짤랑거리는 소리가 밤새도록 들리질 않나, 어떤 때는 마당 둘레에서 끙끙거리며 신음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들 하지 뭔가! 그 얘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내 집 소문만 나쁘게 나서 아무도 그 집에 살려고 하질 않는다네.”

 

“됐습니다!” 하고 벽돌공이 힘차게 나서며 말했어요. “제가 그 집에 임자가 나설 때 까지만 임대료 없이 살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그 집을 고칠 뿐만 아니라 그 집을 어지럽히는 악령도 조용하게 잠 재울테니까요. 저는 성실한 그리스도인이며 가난한 사람이라서, 그런 악령쯤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 악령이 설사 커다란 돈 자루 모양을 하고 나타난다 해도 말입죠.”

 

부자 노인은 기뻐하면서 정직한 벽돌공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벽돌공은 식구들을 모두 그 집으로 데리고 와 살면서 자기가 한 약속을 충실하게 지켰지요. 수전노 노인의 집을 조금씩 옛날 모습으로 고쳤고, 고인이 된 신부님의 침실에서 밤마다 들려 오던 금화가 짤랑 거리는 소리도 이젠 더 이상 들려오지 않게 만들었어요.

 

그 대신에 낮이면, 살아 있는 벽돌공의 주머니 속에서 짤랑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지 뭐에요. 다시 말해서 벽돌공은 갑작스레 그라나다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된 거에요. 온 동네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도 하구요. 또 교회에다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따라 헌금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그 지하실의 비밀은 그가 임종할 때에야 상속자인 아들에게 알려졌군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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