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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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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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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순례자, 아하메드 알 카멜왕자

(워싱턴 어빙 지음/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왕자는 탑 속에 나선형 층계를 올라가 노련하고 신비스런 회색머리에 망막이 덮인 한쪽 눈알만 달린 유령 같은 갈가마귀를 찾아냈어요. 왕자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연구하시는 어두운 지혜를 가지신 갈가마귀님, 저는 사랑하는 이를 찾을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러 찾아온 사랑의 제물입니다.” 왕자가 공손하게 말하자,

 

“다시 말해서, 내 수상술을 시험해보겠다는 말이로군. 이리 와서 손을 보여다오. 내가 신비한 운명선을 풀어줄 테니.” 하고 갈가마귀가 말했어요.

 

“제가 찾아온 것은, 저는 사랑의 순례자이며 그 목표에 도달할 실마리를 얻고자 함입니다.” 왕자가 애원했다. “저는 잘 모르지만 뛰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이 그림의 실제 인물을 찾고 있습니다. 가장 지혜로운 갈가마귀님, 그녀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당신의 검은 마력으로 알아낼 수 있다면 저에게도 알려 주십시오.”

 

왕자가 별들이 관심을 가졌던 탄생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갈가마귀는 주의 깊게 들은 다음, 이렇게 말했어요. “코르도바로 서둘러 들어가 가장 중심인 모스크의 마당에 심은 위대한 압데라만의 야자나무를 찾아라. 그 아래에 모든 나라를 방문하고 왕비들과 공주들의 총애를 받는 위대한 여행가를 만나게 될 것이오.”

 

“소중한 것을 가르쳐 주시어 매우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가장 존경스런 마법사님.”

“잘 가시오, 사랑의 순례자여.”

왕자는 급히 세빌레 시가를 빠져 나와 빈 나무 등걸에서 졸고 앉아 있는 동행자 올빼미를 찾아 코르도바로 향했어요.

 

왕자 일행은 과달키비르의 아름다운 계곡과 공중 정원, 오린지와 시트론 숲을 지나 코르도바에 다다랐어요. 성문 앞에 이르자 올빼미는 어두운 성벽 틈 사이로 날아 앉고, 왕자는 그 위대한 압데라만이 심었다는 야자나무를 찾아 나섰어요. 그 나무는 모스크의 넓은 마당 한가운데 높이 솟아 있었어요.

 

그 야자나무 아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대단한 입담을 자랑하는 어떤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듣고 있네요. “이 사람이 바로 내게 미지의 공주 소식을 알려줄 여행가임에 틀림없어.” 왕자가 사람들 무리 속에 들어가, 그들이 모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 교만하고 벼슬을 꼿꼿하게 세우고 밝은 녹색 윗저고리를 입고 있는 앵무새임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왕자가 구경꾼 중 한 사람에게 물었어요.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한갓 지절거리는 새의 수다소리를 듣고 즐거워 할 수 있을까요?”

 

구경꾼이 말했어요. “당신은 저 새를 잘 모르시는군요. 저 앵무새는 이야기꾼으로 유명한 페르시아 앵무새의 후손 이라고요. 저 새는 여러 나라를 방문 했는데 거기서도 유식한 예언자로 대접 받았답니다. 여인네들은 시를 읊을 줄 아는 유식한 이 앵무새에 무척 감탄하기 때문에 모든 여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답니다.”

 

“그만하면 됐어요. 저 특별한 여행가와 단 둘이서 이야기 해보겠어요.” 왕자는 개인면담을 신청하여 찾아 온 목적을 설명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앵무새는 온 몸을 흔들어대며 발작적인 웃음을 터뜨려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요란하게 웃는 실례를 용서하세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이렇게 웃음이 터져 나온답니다.”

 

왕자는 서둘러 자기가 방문한 이유에 대해 말했어요. “말씀해 주세요, 언어의 달인이신 앵무새님. 신사이신 당신은 어딜 가나 미녀들이 있는 은밀한 곳도 가 보았을 테니, 여행 중에 이 초상화의 주인을 만난 적이 있는지요?”

 

앵무새는 발톱으로 그림을 채어다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가며 호기심에 찬 두 눈으로 살펴보는군요. “내 명예를 걸고 말하건대, 아주 예쁜 얼굴이에요. 아주 예뻐요. 하지만 하도 많은 미인들을 보게 되니까…그런데 잠깐…아이구머니나! 이건 알데곤다 공주잖아? 내가 좋아했던 분인데 어찌 잊을 수 있겠어요?”

 

“알데곤다 공주라고요? 그럼 어디 가면 공주를 만날 수 있을까요?” 왕자가 놀라 반문했어요.    

“쉿, 조용히 해요. 하기야 얻기보다 찾는 게 더 쉽지요. 공주는 톨레도를 지배하는 기독교왕국의 외동딸인데, 떠벌리기 좋아하는 점쟁이들의 예언인지 뭔지 때문에 공주의 열일곱 번째 생일이 될 때까지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게 되었답니다. 당신도 공주를 볼 수 없을 거에요. 어떤 남자도 볼 수 없거든요.”

 

“귀중한 앵무새야, 내가 은밀히 말하건대, 나는 한 왕국의 황태자로 언젠가는 왕위에 오를 몸이란다. 그 공주를 찾게만 해준다면 너에게 궁정에서 특별히 높은 지위를 주겠다.”

“성심껏 돕지요. 하지만 가능하면 한직으로 주십시오. 재치 있는 우리 앵무새들은 일하는걸 아주 싫어하니까요.”

 

합의가 신속히 이루어졌어요. 왕자는 들어왔던 성문에서 다시 코르도바로 빠져 나가 성벽 틈에 쉬고 있는 올빼미를 불러내어 새로운 길동무인 앵무새를 소개해준 다음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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