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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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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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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순례자, 아하메드 알 카멜왕자 

(워싱턴 어빙 지음/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그들은 아마도 ‘심판의 날’까지 마술에 묶여 그곳에 남아있겠지요. 아니면 마술의 손이 운명의 열쇠를 손에 넣을 때까지.

 

해마다 성 요한의 밤이 오면, 고딕 공주는 마술의 동굴에서 풀려 나온다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공주는 외출이 허락된 그날 밤엔 보압딜의 맹렬한 군대의 손아귀에서 그리스도인들을 구출해낸다는 거에요.

 

자, 이제 두 번째 ‘사랑의 순례자, 아메드 알 카멜 왕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겠어요?

 


▲사랑의 순례자, 아하메드 알 카멜왕자가 살았던 헤네랄리페 궁의 정원

 

사시사철 흰 눈이 덮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성은, 물에 갈증난 이슬람 왕국(731~1492)에 천혜의 오아시스였다. 그들은 이곳에 궁성을 짓기 전에 자연석을 파내고 거대한 물탱크를 묻고, 플라사데 로스 알히베스(수조광장)라고 불렀다.

 

네바다 산맥의 흰 눈이 끊임 없이 이곳에 녹아 내리고, 그 옆에 파놓은 깊은 샘에선 언제나 깨끗하고 차가운 물이 고여 알함브라궁 안 곳곳으로 수로를 통해 풍부한 물을 보내준다.

 

연못들과 홀 안의 욕실로, 대리석 포장을 한 수로를 따라 사자궁의 열두 사자의 입으로 뿜어낸 물줄기가 성 안을 다 돈 다음엔 도시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졸졸 흘러가며 제일 높은 언덕으로부터 온 숲을 계속 흘러가게 만들었다.

 

울창한 숲엔 올리브 나무와 오렌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태양의 언덕’엔 헤네랄리페궁의 여름별장이 마술사가 그려낸 한 장면처럼 갑자기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하늘의 기쁨을 닮은 지상의 모습인양 가지각색 꽃 향기가 분수의 하얀 물줄기와 어울려 뿜어내는 향기에 취해 어지러운 발걸음을 풀밭에 앉아 쉬어가야만 했다.

 

하얀 십자가 대리석 위로 헤네랄리페궁 정원의 분수가 마주치며 뿜어내는 소리가 마치 우리의 영혼을 깨우는 스페인의 성녀 데레사의 ‘영혼의 성’ 안에 있는 제1궁실 같았다. 성녀 데레사가 쓴 ‘영혼의 성’엔(예수의 데레사 지음, 최민순 신부 옮김, 바오로딸 출간) 일곱 개의 궁실이 있는데, 우리 부부는 이 알함브라궁을 산책하면서, 이 헤네랄리페 정원이 마치 ‘영혼의성’의 제1궁실과 제3궁실 같이 느껴졌다.

 

묵상으로 이어지는 적극적인 기도와 명상이 마치 이 수원지의 물을 물통에 끌어드리는 힘겨운 과정 같다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 궁성의 한 탑 속에 갇혀 살았던 아하메드 알 카멜 왕자가 사랑의 순례를 떠나게 된 이야기를 떠올렸다.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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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알함브라성 꼭대기 산 중턱에 웅장하게 쌓아올린 축대에 가려진 채 우뚝 솟아있는 탑들과 헤네랄리페궁이 하얀 돌담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과일들, 가지각색의 꽃들과 향기, 초록빛 수목들과 관목 울타리들이 남쪽나라 궁전과 뜰의 풍성함을 보여주는 듯. 이제 이런 꿈결같은 환상적인 소재로 엮은 이야기를 들어보셔요.

 

이 그라나다 왕국에 한 무어왕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하메드라는 외아들이 있었답니다. 조정의 신하들은 왕자가 큰 인물이 되리라는 확실한 징조를 아기 때부터 보아 알고는 왕자에게 완벽한 사람을 의미하는, 알 카멜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어요. 점성술사들도 왕자가 장차 번창하는 국가의 군주가 될 길조를 모두 갖추었음을 예언 함으로서 신하들의 예측을 확인해주었답니다.

 

한가지 운명의 액운이 드리워있다면 왕자의 장미 빛 특성이었어요. 사랑에 빠지기 쉬운 기질을 타고난 왕자의 열정 때문에 그 부드러운 감성이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거에요.

 

하지만 왕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사랑의 유혹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그 위험한 일들을 피할 수 있을뿐더러, 그렇게 되면 그 이후로 왕자의 장래는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거에요.

 

이런 모든 위험을 미리 막기 위해서 왕은 그의 왕자가 여자를 볼 수도 없고, 사랑이라는 낱말 조차 들을 데가 없는 곳에 숨겨두는 현명한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그러기 위해 알함브라성 언덕 꼭대기에 아름다운 궁전을 지었어요. 황홀하게 아름다운 꽃밭이 있는 연못 주위로 사방에 높은 담벽을 둘러치고요…이 정원이 바로 우리가 보는 헤네랄리페궁 안에 있답니다.

 

어린 왕자는 이 궁성 안에 갇혀서 아랍의 현자 이벤 보나벤의 보호와 감시 아래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 현자는 단 하나-사랑이라는 주제에 관해서만 빼고는 모든 지식을 왕자에게 전수하도록 명령을 받았어요.

 

왕은 “그대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조치를 취하시오. 하지만 이벤 보나벤, 이것만은 알아두시오. 내 아들이 그대의 보호 아래 있는 동안, 금지된 그 지식을 알게 되는 날엔 그대의 머리를 대신 내 놓아야 할 것이오.”

 

이 위협에 현명한 보나벤은 까칠한 얼굴 위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말했어요.

“폐하, 아드님에 대해선 제 머리통을 제가 염려하는 것만큼 염려를 놓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런 하찮은 열정을 가르칠 사람으로 보이시나이까?”

 

왕자는 격리된 정원 안에서 그 철학자의 엄격한 보호아래 성장했어요. 보나벤은 이집트의 심오한 지식을 왕자에게 전수하려 애썼지만, 왕자는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고, 오히려 철학적인 성향이 없다는 게 밝혀졌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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