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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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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호 일기>에 나온 강용흘의 <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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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 방문중인 우리 작은 아들 민동순이 <수필시대> 81호에 올린 나의 글 <꽃 파는 소녀>를 읽고는, “그러니까, 결론이 무어죠?”하고 반문한다. 칭찬을 기대했던 나는 얼른 실망감을 감추고, “그러니까…예술가, 특히 순수 문필가들이 터무니 없는 ‘개똥철학’을 펼치거나 야비한 ‘글 도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


그 순간 순수문학가로 알려진 미국의 초기 한국작가인 강용흘(姜龍訖, 1903~1972) 이 떠올랐다. 그의 이야기가 더 좋은 답변이 될 것 같아 오늘은 강용흘의 대표작품이며 소위 자전소설이라는 ‘초당’ 이야기와 그 시기에 영문으로 60년 동안 쓴 윤치호 일기 가운데 1931년7월9일과11일에 ‘초당’을 읽은 소감을 쓴 글을 소개한다. <꽃 파는 소녀>에 나온 ‘피그말리온 효과’를 보충 설명하는 뜻에서 <수필시대>에 다시 올렸다.


<수필시대>에 서정희 교수님이 독일의 초기 한국작가인 이미륵을 참신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통해 한국과 동양의 정신문화와 사상을 서구에 전달한 공적을 찬양하는 흥미 있는 글이었다. 


한국계 미국인 문학가인 강용흘은 1931년에 쓴 첫 미국 소설, 초당(The Grass Roof) 으로 유명하다. 강용흘 저, 장문평 역, 종합출판 범우는 2015년에 펴낸 <초당>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초당(The Grass Roof)은 강용흘 자전소설이며, ‘구겐하임 상’과 ‘북 오브 더 센추리 상’ 수상작. 옛 선비정신을 비롯한 한국인의 얼과 한일합방의 경위, 개화기 지식인의 고뇌, 3.1운동의 경위 등 격변기 한국사회의 단면을 그린 작품!”이라고 했다.


정작 1931년에 출간 된 <초당> 영어원본을 제일 먼저 읽은 독자는 서울에 있던 윤치호였다. 그 책을 읽고 나서 그의 영문일기에 쓴 독후감 일부는 다음과 같다. 

 

윤치호 일기, 1931년7월9일 목요일. 흐린 날씨


 오전 7시 34분에 자동차로 서울을 떠나 송도에 갔다. 오후 4시 48분 기차로 서울로 돌아오다. 강 Y.H.(Y.H. Kang)이라는 젊은 조선인이 최근에 <초당>(草堂, the Grass Roof)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 책은 저자의 자서전이라고 한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주목할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첫째, 저자는 8~9살 때 중국 고전을 섭렵하고 단아한 한시 짓는 법을 학습한 듯 하다. 둘째, 저자는 겨우 10살 때 16일 동안 300마일 이상 먼 길을 걸어서 서울로 가출했단다! 


셋째, 저자는 국립고등학교에서 일년 동안 공부했다. 저자는 일본인 교사들과 가까이 지냈으며, 12살 때 돈 한푼 안 들이고 일본에 갔다. 일본 학교에서 4년 동안 공부했다. 


그 후, 저자는 조선으로 돌아와 북부지역의 선교사 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1918년에 독립만세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수감되었다가 석방되었다. 저자는 시베리아를 거쳐 미국으로 가려고 시도했으나 치타 역에서 일본인 밀정에게 체포되어 서울로 이송되었다. 저자는 징역을 살았다. 그 후,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갔다. 


넷째, 저자는 하버드에서 공부했고, 당시 이 저서를 집필했다. 가장 주목할만한 훌륭한 일이다. 다섯째. 이 책은 미국과 영국의 도서 평론가로부터 최고로 따뜻한 찬사를 받았단다! 정말이지 한 개인으로서 자랑할 만한 일이며, 모든 조선인이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내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면, 詩에 미친 그의 삼촌이 조선에서 가장 훌륭한 학자 중 한 명이었다는 부분이다.

 

 1931년7월11일 토요일 화창하고 바람불어 시원한 날씨


서울 집. (<초당>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계속해서 쓴다.)


1. 조선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런 학자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 
2. 詩에 미쳤다는 저자의 삼촌은 데라우치 총독의 생명을 노리는 음모를 꾸몄다는 혐의로 투옥되어 고문을 받고 6년간의 고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그 삼촌이 수감되어 고문 받았다고 하지만, 그 데라우치 총독 살해 음모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6명을 제외하고 1913년 봄에 모두 석방되었다. 
6년 형을 선고 받은 6명은 이승훈(李昇薰), 안태국(安泰國), 옥관빈(玉觀彬), 임치정(林蚩正), 양기탁(梁起鐸)과 그리고 바로 나, 윤치호이다. 1915년 봄에 사면된 사람 중에는 姜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었을 뿐 아니라 시인도 없었다. 
3. 이 젊은 작가는, 박사(Pak-sa)라고 하는 자기 삼촌이 경회루에서 조선 국왕이 연회를 열었을 때 왕자들과 어울리곤 했다고 서술한 부분이 있다. 이런 ‘역사사실’ 중의 일부 내용은 이 책을 조선에 보급하기 보다는 다분히 해외 시장에서 판매될 것을 겨냥하여 시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창작 상의 일탈이나 파괴’ 문제인 것 같다.


저자는 또한, 조선어 또는 한자를 영어로 번역할 때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번역했다. 이렇듯 저자의 자의적인 표현은 종종 시적인 거짓말로 전락하고 있다. 


 그 사례로 다음과 같은 유명한 漢詩를 보기로 들 수 있다. 


 月落鳥 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坮上寒山寺 夜半鍾聲到客船. 


 그 뜻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달은 지고 까마귀가 우는데 하늘에는 서리가 가득 찼네. 
어느 방랑자가 서글픈 외로움 속에 잠에 빠져 있는데 
단풍나무 어우러진 강둑과 어부의 불빛이 보이네. 
한밤중에 고소대 위의 한산사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은은하게 울려 퍼지며 외로운 뱃전에 들려오네”. 


 그런데 강 군의 번역은 이렇다. 


??서리 속에서 까마귀가 운다. 단풍나무로 엮어놓은 물 위로 달이 빠졌다. 
한밤 중 어유(생선기름)의 불꽃 옆에 방랑객이 쓸쓸히 잠을 잔다. 
희미하지만, 절의 종소리가 차가운 산 사이의 회랑으로부터 땡그렁 하며 날카롭게 울린다. 길 떠나려는 여행객은 수초(su-chow)의 장벽 너머에 있다?? 

 


 도대체 생선기름과 수초는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윤치호 영문일기 1931년7월9일, 7월11일; 윤경남 옮김)

 


참고로, 강용흘의 자기소개서와 윤치호의 경력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맺는 말


강용흘 작가는 <초당>이 자전소설이라고 했지만, 함흥 영생중학교에 다닐 때, 원산과 함경도에 파송된 캐나다 선교부를 적극 지원한 윤치호와 게일선교사는 이미 신화적인 존재들로 알려져 있었다. 


같은 시기에 원산에서 활동하면서 <천로역정>을 한국어로 최초 번역한 당대의 문호, 게일과 윤치호를 자기의 겹 모델로 삼은 듯하다.


재미 한국작가로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는 강용흘은 과연 순수작가라 할 수 있을까?  <피그말리온>을 쓴 버나드 쇼의 말대로, “위대한 예술은 교훈적인 것!”이라야 하며, 예술을 빙자하여, 언젠가는 들통이 나고야 마는 남의 가면을 쓰고 행세하는 작가들에게 <초당>은 그 반면교사가 될만하다. 


강용흘 작가는 애초에 <초당>이 자전소설이 아닌 픽션(소설) 이라고 했더라면 더 좋을뻔 했다. (2019년, 수필시대 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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