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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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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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 윤경남 옮김

 

 

(지난 호에 이어)


“나도 처음부터 그걸 알고 있었어요.”


“충성스러운 당원이라면, 그런 것은 아는 체 안 할 수도 있겠건만.”


“나를 충성스런 당원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나는 또한 전문적인 부두 노동자임을 아셔야 할 겁니다.” 바치까가 대꾸했다. 


“그게 무슨 뜻인가?”


“물이면 다 물인가요?” 바치까가 말했다.


“바다와 강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답니다. 나는 ‘크리스토포로 콜롬보’를 그저 강물에 떠있는 거룻배인양, 아무런 감정도 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단 말입니다.”


“유명한 순양함, ‘포템킨’의 선원들은 당신과 같은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소.” 빼뽀네가 비꼬아서 말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제노아 사람이 아니었겠죠.” 바치까가 말했다.


11시에 이태리 여행단은 그들의 머릿속에 통계 자료를 가득 집어넣고 나서야, 조선소 관광을 끝냈다. 그들이 탈 배가 떠나려면 약 1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일행 중 여렀을 데리고 시내 구경을 하러 갔고, 오리고프 동무와 빼뽀네와 돈 까밀로는 노동자 식당으로 한 잔 마시러 갔다.


오리고프 동무는 그날 일어난 활동 보고서를 작성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앞으로 다가올 항해에 대비해서 기운을 돋우고 있었다.


매운 바람과 하늘의 구름 덩어리가 폭풍우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식당은 조명이 좋지 않고 더러웠지만 고급 보드카를 마실 순 있었다. 두어 순배 돌아간 다음, 빼뽀네가 돈 까밀로에게 하소연을 했다


“배멀미 하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동무는 어떠십니까?”


“나는 조금도 걱정 없네. 사제들은 거의 2천 년 동안을 폭풍우 속에서 시달려 왔으니까. 그들은 늘 용케 살아남곤 했지.”


“어디 두고 봅시다. 파도가 높은 바다 위에서도 농담이 나올는지 말입니다.” 빼뽀네가 말했다.


이윽고 찬바람이 불어와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 일행은 재미없는 표정들을 지었다. 그 중에도 꾸룰루가 제일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모두 자리에 앉아 보드카로 목을 축이고 난 후에, 꾸룰루는 결국 울분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리가 지금 어디를 갔다 왔는지 아슈, 동무?”


그는 돈 까밀로에게 물었다. 돈 까밀로는 보고 있던 레닌 어록을 집어넣었다.


“교회에 갔다 왔다고요!” 꾸룰루가 계속해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돈 까밀로는 어깨를 풀썩 했다. 


“결혼식이 있었어요!” 꾸룰루가 흥분한 채 말했다.


“성직자들하고 그 밖에 시시한 것들은 모두 없어져야 해요.” 그는 스카못지아를 바라보면서 덧붙여 말했다.


“동무도 생각해 봐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더럽히는 사제들 꼴을 안 보게 되었다는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에요. 동무도 그 신부를 보았어야 했는데, 그 자는 말주변 좋고 영양 상태도 좋더군요. 우리보다 더 멋진 옷을 입고 있었지요. 신랑과 신부는 말할 것도 없었소. 그들은 구역질 나게도 정장을 하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데 얼굴엔 천사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오! 동무들이 보았어도 속이 뒤틀릴 만한 일이었소.”


“소비에트 연방에서 보는 것치고는 구역질이 날 만한 장면이었지요.” 프리디가 맞장구 쳤다.


“동무가 만일 그걸 봤으면, 마치 우리가 시실리 섬의 한 마을에 와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요!”


모두들 돈 까밀로에게 기대에 찬 시선을 보냈기 때문에, 그는 대답해줄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동무들, 소비에트 연방의 헌법은 모든 시민이 그들 나름대로의 종교 행사를 갖는 것을 허락합니다. 그리고 성직자들이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을 그들의 가르침 때문에 타락시키지만 않는다면, 사제들도 그들의 신앙을 수련할 자유가 있습니다. 이건 그리 놀랄 일이 못됩니다. 종교적인 박해가 있다는 이야기는 바티칸의 선전일 뿐입니다.”


오리고프 동무는 귀를 곤두세우고, 페트로프나의 통역으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돈 까밀로는 오리고프를 바라보고 뭔가 시인하는 신호를 기다렸다. 그에게서 바로 응답이 왔다.


“타롯치 동무의 말씀이 옳다고 오리고프 동무가 말씀하십니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말했다.


“헌법 124조는 철저하게 준수되고 있습니다. 그리스정교 평의회와 종교 단체 평의회는 완벽하게 양심의 자유를 누리도록 유의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그들은 교회가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있지요.”


“그 조항에 아주 명백하게 나와 있지요.” 돈 까밀로가 말했다.


“사제들은 우리 고향에서처럼 그들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오직 헌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움직입니다. 전혀 처지가 다릅니다.”


“그러나 결국은 같지 뭡니까.” 프리디가 항의했다.


“성직자는 어딜 가나 성직자니까요.”


돈 까밀로는 웃음이 나왔다. “동무, 이 거대한 나라 안에 교회는 겨우 2만6천 개이며 성직자는 3만5천 명뿐이에요.”


“둘 다 너무 많은데요.” 꾸룰루가 중얼거렸다.


“이걸 기억해야 해요. 1917년엔 4만5천 개의 교회와 5만 명의 성직자가 있었고, 1945년엔 겨우 4천 개의 교회와 5천 명의 성직자뿐이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꾸룰루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오리고프를 보며 물었다. 이것을 통역한 후에, 페트로프나가 대답을 대신했다.


“이 통계는 상당히 근거가 있습니다. 오늘날 사제들과 교회는 교구 내에서만 재정 지원을 받습니다. 전쟁 중에 그리스 정교는 전쟁 목표 달성에 애국적인 지지를 보냈고, 당에서는 미신과 싸우기 위해 비폭력을 사용해서 말리는 방법을 택했지요.”


그러나 꾸룰루는 술기운을 이용해서 실망과 환멸의 감정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동무,”


그는 페트로프나에게 말했다. “만일 지나간 14년 동안에 5천 명에서 3만5천 명으로 증가했다면, 미신과의 투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페트로프나 동무는 이 질문을 오리고프에게 전달하기 전에 잠시 머뭇거렸다. 오리고프는 마치 그가 이 배신에 개인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들고 절망감에 사로잡혀서 양팔을 내밀었다, 페트로프나의 통역이 필요 없었다. 이것이 토론의 끝이었다.


오리고프 동무는 보고서 작성을 다시 하기 시작했고 방문객들은 서로 이야기들을 나눴다. 식당은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었으므로 돈 까밀로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그는 거리로 나갔다. 빼뽀네가 뒤따랐다. 바람이 잠잠해졌다. 그들은 나란히 산책을 했다. 드디어 빼뽀네가 또 소리를 쳤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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