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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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42)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스카못지아는 그의 주머니에서 타자로 친 편지를 꺼내어 주며 말했다. “이것이 답장입니다.” 


돈 까밀로는 그 편지를 앞뒤로 훑어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내게 아무 의미도 없는데. 난 러시아어를 모른다네.”


“여기에 나디아가 이태리말로 번역해 놓은 게 있습니다.” 스카못지아는 그에게 또 한 장의 종이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편지는 짤막했다. 소비에트의 기계화 부대가 적의 전선 근처에 있는 이스바에서 이태리군의 코트를 입고 있는 그 소녀를 발견하고 이태리 군대가 K마을을 철수한 다음에 억지로 그 소녀를 그곳으로 끌고 왔지만, 그 소녀는 그곳에서 마침내 도주했다고, 조사한 친구는 주장했다. 


결국 그 소녀는 다시 K마을로 잡혀와서 그 마을 지도자들에게 넘겨졌으며, 적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현장에서 처형되었다는 얘기였다.


“난 지뱃티에게 이 사실을 얘기해 줄 수가 없어요.” 스카못지아가 결론짓듯이 말했다.


“만약 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시거든 당장 가서 그에게 말씀하십시오. 만일 안 그러신다면, 그 사람은 그 여자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여기 그대로 남아서 죽치고 있을 것이란 걸 알아야 합니다. 이건 내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에요. 난 이 문제에서 그만 손을 떼겠습니다.”


그리고는 돈 까밀로만 남겨둔 채 방에서 나가 버렸다. 소비에트 연방의 마귀들은 분배 받은 것 이상의 몫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중의 한 마귀가 돈 까밀로의 사제복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사제복은 그가 변장한 옷 밑에 고이 입혀져 있었다. 마귀가 그에게 속삭였다.


“어서 가보게, 돈 까밀로! 지뱃티를 파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눈 앞에 있잖소!”


그러나 돈 까밀로는 그 마귀를 힘껏 걷어찼다. 잠시 후에 빼뽀네가 문으로 들어오자 돈 까밀로는 그의 팔을 꽉 잡았다.


“결국 당신이 나보다 서열이 더 위요. 난 이 작은 사건을 바로 당신 손에 맡기겠소.”


그는 그 서류를 빼뽀네의 손에 구겨 던져주면서 말했다. 그 서류 만으로는 내용을 알리기가 충분치 않았으므로, 돈 까밀로는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빼뽀네는 돌아서서 문을 잠가 버리고는 그의 감정을 폭발시켜 버렸다.


“그 엘리트마저!” 그는 소리를 질렀다.


“엄선된 열 사람이라! 그런데 우린 무얼 보고 있지요? 론델라는 애초부터 말썽을 일으켜서 집으로 보내야만 했어요. 스카못지아는 주머니에다 향수병인가 뭔가 넣어 갖고 와서는 돈환처럼 놀아날 생각만 하고 있지요. 그리고 카피체는 그 사람의 연적으로 나서서 미쳐 돌아가고 있어요. 바치까가 여기 온 목적은 암시장에서 거래하는 일이요. 타반은 동생 무덤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질 않나. 페랏토는 또 어떻고요. 당의 기관지에 필요한 사진을 찍어서 오히려 자본주의 기관지에 다른 사진들을 팔아 넘기려고 했다 나요? 그 자는 나 때문에 그 짓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그 자의 꿍꿍이 속은 아주 환히 알고 있다고요. 자, 이제 지금껏 비난 받을 일이 없던 지뱃티까지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군요. 소비에트 연방을 제대로 보러 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모두가 하나같이 어떤 개인적인 목적만을 소맷자락 안에 쑤셔 넣어 갖고 들어왔군요?”


“자넨 그 사람들한테 좀 지나치군, 동무. 꾸룰루와 프리디는 눈같이 깨끗하다네.” 돈 까밀로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둘 다 멍청이지요. 그 자들은 체면 깎이는 게 두려워서 말 한 마디도 안하고 있는 것뿐이라고요.”


“그렇다면 자네는 타롯치 동무를 잊으셨군.”


“타롯치?”


빼뽀네가 중얼거렸다. “그게 누구더라?”


그리고 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라고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돈 까밀로의 코 앞에 엄지 손가락을 내밀며 흔들어댔다. “당신 말씀이지요!”


그는 소리 지르며 말했다.


“만약에 조심하지 않는다면, 심장마비에 걸린 나를 업고 집에 가게 될 줄 아슈!”


그리고는 녹초가 된 듯이 침대 위로 몸을 내던졌다. 그의 천부적인 공격성도 수그러지고 말할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당신이야말로 강탈자요! 동무는 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소. 만약 그 사실이 알려지면 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로마의 큰 길거리에서 동무와 맞닥친 그 다음부터 내 인생은 지옥길이였소. 신부님이 입을 열 때마다 내 심장은 고동을 멈추고 위장은 뒤틀립디다.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리다 일어나면 내 뼈마디가 모두 으스러져 나간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내고 또 말했다.


“신부님이 나를 기 죽이고 싶어하셨다면, 지금 행복해지실 수 있습니다. 나는 완전히 자포자기 상태니까요.”


돈 까밀로는 빼뽀네가 그런 절망 상태에까지 이른 것을 본 적도 없었고, 그렇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온통 탈진한 상태가 되리란 것을 상상도 못해 보았다. 그는 이상하게도 그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네에게 해를 끼치려고 했던 게 아니라는 건 하느님이 증명해 주실 걸세.” 


돈 까밀로가 간곡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신부님은 왜 나를 이따위 연극에 몰아 넣으십니까? 신부님도 보셨지요? 세계 각처에서 온 사람들이 여행하며 다니는 모습들을요. 신부님도 평상복을 입고 자기 발로 여기 올 수 있으시다고요. 내가 여비까지 다 지불했습니다. 그렇다고 신부님이 내 비용을 축낸 건 아니지만, 내게 그 빌어먹을 고통을 안겨 주었단 말입니다. 그리고도 그 고통은 아직도 끝이 나질 않았어요. 아마도 소비에트 연방의 돈으로 여행하시는 게 신부님에겐 즐거운 일이었겠지요.”


돈 까밀로는 머리를 저었다.


“난 여행자로서 소비에트 연방을 보고 싶진 않았소. 당신의 눈을 통해서 소비에트를 보고 싶었소. 관객석에서 연극을 보는 것하고 엑스트라로 무대 뒤에 남아있는 것하고는 완전히 다르오. 공산당이 자네 머리를 아주 바보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자넨 내가 신뢰할 만한 수준이란 것도 알아야 하오.”


빼뽀네는 일어서더니 그의 서류 가방께로 걸어갔다. 그는 가방을 반쯤 열다가 멈추었다.


“내 브랜디 병까지 가져 가셨군요!” 그가 소리 지르며 말했다.


“그 브랜디를 오리고프 동무에게 상납하려고 했던 의도는 무슨 뜻이었죠? 알고 싶군요.”


“아무것도 아닐세.”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건 결국 자네의 손실이기도 하고 내 손실이 되기도 했네. 왜냐하면 난 지금 자네에게 내 브랜디를 주어야만 하니까.”


그는 자기의 술병을 내놓았다. 빼뽀네는 그 술을 한 잔 들이킨 다음에야, 다시 한번 상황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러면”


돈 까밀로는 그에게 서류 두 장을 다시 내보이면서 말했다. “어떤 쪽 일을 해보겠소?”


“신부님이 알아서 하세요.” 빼뽀네가 말했다.


“난 그 일에 관해서 아무것도 듣고 싶질 않습니다.”


돈 까밀로는 곧장 지뱃티의 방으로 갔다. 그 방에서 그는 지체하지 않고 그 고통스런 문제를 해결했다.


“스카못지아 동무가 좋지 않은 소식을 가져왔소. 그러나 그 사람은 동무에게 직접 말할 수가 없다고 해서, 내가 말해주려고 왔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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