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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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37)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스카못지아는 천천히 그의 입에서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어젯밤, 무의식 중에 저는 누군가의 얼굴을 때렸답니다.” 


“그래, 나도 알아요.” 돈 까밀로가 참을성 없이 말했다.


“아유, 제 말은 카피체 동무가 아닙니다. 여자를 때렸단 말입니다.”


돈 까밀로는 뒤로 넘어질 듯이 놀랐다.


“동무가 페트로프나 동무를 쳤다, 그 말인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었지요?”


스카못지아 동무는 더 설명할 말조차 없다는 듯이 양 팔만 쑥 내밀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똑똑한 여성입니다.” 


돈 까밀로가 말했다.


“모두가 보드카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걸 그 여성은 이해할 거요.”


 저는 전혀 술을 입에 대지 않았어요. 그 여성도 그걸 알고 있고요.” 스카못지아가 말했다. 


“그것이 문제란 말입니다.”


그는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비벼댔다. 돈 까밀로는 그가 그토록 의기소침해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동무, 너무 감상적일 필요는 없소.”


돈 까밀로는 말했다.


“그 여성은 귀여운 여자에요.” 


“정말입니다.”


스카못지아가 말했다.


“그 여성은 그녀의 몸무게 만한 금덩어리의 값어치가 있는 여자입니다. 그래서 난 그녀를 오다가다 만난 그런 여자로 대할 수가 없답니다. 나는 그 여성을 꾀어낼 권리가 없거든요.”


돈 까밀로의 고향마을인 바싸는 로마에서 수백 마일이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는 스카못지아 같이 약삭빠른 도시 사람의 마음 속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여성을 꾀어내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그가 물었다.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상심한 로마인이 소리를 질렀다.


“이 스카못지아가 한 소녀를 때릴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제가 재미로 여자를 꼬이는 그런 사람 정도의 남자로 보이십니까?”


“알겠소. 당신이 두려워하는 건 당신이 그 소녀에게 매우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 소녀가 알게 될까 봐서지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그 여성과 결혼하기를 원치 않아요. 그 사실을 여자에게 말하기가 두려운 겁니다.”


“바로 그거에요.”


“그렇다면 아주 간단하군요, 그 일들일랑 모두 흘려버리시오, 동무가 고향에 돌아가서 사흘만 지나보시오. 그 여성은 자기가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


“하지만 내가 잊을 수 없는걸요. 그것이 문제지요.”


돈 까밀로는 사태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뭐라 충고할 말이 없군요.”


“아닙니다. 할 수 있어요. 동무는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나는 동무를 믿고 있어요. 우리는 어젯밤에 일이 다 끝난 다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설명해줘야만 했으니까요.”


“그래야지요.”


“몇 달 안 지나서 그 여성은 관광단을 안내하는 통역관으로 로마에 온답니다. 그 때에…”


그는 잠시 머뭇거린 다음 덧붙여 말했다. “동무, 당신을 믿을 수 있겠지요?”


“당신의 고해 신부에게 고백하는 것처럼 말하십시오.”


“난 고해실 같은 데서 꼼짝없이 걸려들 위인은 못 됩니다!”


“맞는 말이오.”


돈 까밀로가 대답했다.


“고백을 폭로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 사제들이 있습니다. 내가 신부라면 그런 신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 놓고 말하시오.”


“페트로프나가 로마에 오게 되면 그녀는 저와 함께 있으려고 그곳에 남는 게 더 낫겠지요? 그렇게 하도록 여자에게 용기를 주는 게 옳은 일일까요?”


“안 됩니다.”


돈 까밀로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명예롭지 못한 일입니다. 스카못지아 동무가 그렇게 행동해선 안됩니다. 그보다 훨씬 명예롭고도 자연스러운 해결책이 있지요.”


“그게 뭔데요?”


“그 여성은 자기 일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아마 당의 총애를 받고 있을 거요. 우리가 모스크바에 가면, 그 여성은 틀림없이 당신이 여기에 머물도록 허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강한 신념과 기술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일단 동무가 이곳에 머물게 되면 나머지 일은 쉽게 풀립니다. 동무의 마음도 양심도 다 만족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는 것만이, 순수하고 사랑에 멍든 소녀가 이국 땅에서 일을 저지르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스카못지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동무, 나는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는데 동무가 내 마음을 제자리에 잡아 주었소. 동무 말씀대로, 모든 게 아주 간단하군요. 동무에게 내 마음 속을 털어놓고 나니 정말 개운합니다.”


그리고는 돈 까밀로의 손을 잡아 힘차게 흔든 다음 방을 나갔다.


“예수님,”


돈 까밀로가 말했다.


“목자 동무가 할 일은, 길 잃은 양을 당으로 다시 데려다 주는 일입니다.”


“그렇지가 않구나.”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그것은 마귀 동무가 해야 할 일이니라!”


그러나 이것은 아마도 주님의 음성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넓은 초원 위로 불며 지나가는 바람 소리였으리라. 돈 까밀로는 빼뽀네가 어느 새 옆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 문제는 미결 상태로 덮어 두어야만 했다.


“왜 우리한테 와서 함께 얘기하지도 않고 여기 앉아 창 밖만 내다보고 계슈?” 빼뽀네가 말했다. 


“동무” 돈 까밀로가 엄숙하게 말했다.


“세포 조직의 지도자가 당의 임무를 완수하려면 할 일이 많은 법이오.”


빼뽀네는 의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다가 어깨를 풀썩 하고 말았다. 그의 적이 아무리 극악무도한 자라고 하더라도, 그의 이념의 모국인 러시아를 여행하는 이 기차간에서야 무슨 해로운 짓을 더 해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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