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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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26)
knyoon

 

 

 

(지난 호에 이어)


“러시아의 농부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지요.” 빼뽀네가 말했다.


“모이넷도 출신의 바고라는 사람도 이런 식으로 구조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그 농부들 덕택에 생명을 건졌지요. 그런데 이 소녀는 러시아인이 아니었어요. 폴란드 출신으로 가족들이 농업 인구 부족 때문에 이주해 온 사람들이지요. 그 가족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많지도 않은 양식을 나와 함께 나눠 먹으면서 이틀 동안 나를 숨겨 주었습니다.


저는 이런 일이 영원히 계속될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소녀와 나는 엉터리 러시아 말로 겨우 서로의 의사를 소통해 왔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길을 잃은 한 이태리 병사가 바로 몇 시간 전에 그 식구들과 마주쳤음을 가서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소녀는 억지로 동의했습니다. 잠시 후에 소녀는 권총으로 무장한 사람과 총을 든 두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나는 손을 들었지요. 그들은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했습니다.” 


“그 폴란드인의 오두막집은 마을 중심부에서 가장 먼 지역에 있었습니다. 나는 총이 내 등에 겨눠진 자세로 꽤 먼 거리를 걸어가야 했습니다. 마침내 여러분이 보았던 사료 창고의 넓은 공터까지 왔습니다.


밀 푸대를 실은 트럭 한 대가 그곳에 서 있었는데 운수 나쁜 그 친구가 모터의 시동을 걸다가 모터를 망쳐놓고 서있었던 겁니다. 공연히 화가 치밀어서 나를 잡아온 사람 쪽을 향해서 말했습니다. ‘동무, 저 사람은 배터리가 떨어져서 전혀 시동을 못 걸 겁니다. 분출 펌프가 막혀 있는 게 분명해요. 휘발유를 퍼내라고 말씀하시오!’ 


그랬더니 경비병이 제가 러시아 말을 조금 하는 걸 보고 놀라는 거에요. ‘당신이 기계를 좀 알고 있소?’ 경비병이 의심쩍다는 듯이 묻더군요. ‘그게 내 직업인걸요.’ 하고 내가 말했지요.


배터리가 급격하게 떨어져 가자 그는 나를 트럭 쪽으로 밀어 제치더니 운전병에게 내가 한 말을 전했습니다. 운전대 창 밖으로 내다보는 얼굴은, 군복은 입었으나 아주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는데 운전병은 내가 말하고 있는 펌프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디젤 차를 운전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나는 나사 조리개를 달라고 해서 뚜껑을 열고 연료 분출기를 청소했습니다. ‘자, 시동이 걸릴 겁니다.’ 내가 말해주자 몇 분 지나 그는 차를 몰고 가버렸습니다. 그 자들은 나를 지방 평의회에 있는 작은 방에 가두었지요. 담배 한 개피를 친구로 남겨두고요.


십 분쯤 지나자 그들이 다시 와서 내 등에 총을 겨누고는 트랙터와 농기구를 수리하는 원시적인 진열대가 있는 오두막집 안으로 나를 밀어 넣더군요. 그들은 한 트랙터를 가리키면서 고장 난 데를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나는 라디에이터에 부을 뜨거운 물을 좀 달라고 해서 시동을 걸어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내려와서 그들에게 말했지요. ‘실린더에 이상이 있습니다. 모터 전체를 분해하고 실린더를 갈아 끼워야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어요’ 하구요.”


그네들이 내게 준 가공할 만한 연장들을 가지고 나는 48시간 동안 열심히 일했습니다. 완전히 손을 보고 제자리에 갖다 놓자 어떤 장교 한 사람과 기관총 무장을 한 두 사람이 들어왔어요. 내가 라디에이터에 끓는 물을 더 붓고 모터를 돌리고 하는 동안 그들은 나를 쳐다보고만 있더군요.


하느님은 나를 살려내실 작정이셨나 봐요. 차가 시동이 걸리고 꿈만 같게 달렸으니까요. 나는 창고를 한 바퀴 돌고는 그 차를 다시 제자리에 갖다 두었지요. 나는 기름 걸레에 손을 닦고 차에서 내려와 양 팔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장교 앞에 가서 섰습니다. 장교들이 웃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은 당신 차지요 동무.’ 장교는 그 지구당의 지도자에게 말했습니다. ‘동무가 책임져야 합니다. 만일 그가 도망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오.’ 나도 따라서 웃으며 말했습니다. ‘대위님, 러시아는 큰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 외딴 곳에 있는 이스바보다 더 먼 곳으로 도망가진 않겠습니다. 이스바에는 비록 나를 고자질 하긴 했으나 내가 무척 좋아하는 아가씨가 있습니다.’ 


그 장교는 나를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물었습니다. ‘당신은 훌륭한 이태리 노동자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소비에트 연맹의 노동자들과 싸우게 되었소?’ 나는 보내졌기 때문에 온 것이라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나의 유일한 군사 활동은 트럭 수리였고요, 내가 죽인 러시아 것은 오직 사고로 친 두 마리의 병아리뿐입니다.”


폭풍우는 전보다 더 맹렬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보도니는 일어나서 한쪽 구석에 있는 낡은 야전용 전화통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그는 자리로 돌아와서 말했다.


“두 분은 이곳에 머물러 계셔도 좋다고 상부에서 말하는군요. 다른 일행들은 제 3 창고에 처박혀 있는 모양입니다. 그 창고는 여기서 반대쪽 끝에 있답니다.” 말을 마치고 그는 앉았다.


“그래 그 다음은 어떻게 됐소?” 돈 까밀로가 물었다.


“저는 그들의 기계를 수리해주고 작업장을 정돈해주며 충성스럽게 일했지요. 그때 전쟁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을 그만둘 수가 있었습니다. 폴란드 소녀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우리는 결혼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아내와 나는 소비에트 시민권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갈 생각은 없었소?” 돈 까밀로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요? 제 아버지와 형이 썩어가고 있는 쓰레기더미를 보려고요? 전 여기서 그들과 같은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고 실제로는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내가 좋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고향에선 저를 기억해 줄 사람이 없답니다. 나는 그저 러시아에서 사라진 전쟁 포로 중의 한 사람이거든요.”


바로 그 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활짝 열렸다. 큰 지네같이 꿈틀거리는 이상한 괴물이 물줄기를 뿜으며 들어섰다. 어디선가 갑자기 보도니의 아내가 그 자리에 나타나더니 문을 닫으러 뛰어갔다. 그 괴물의 반짝이는 방수덮개가 마루로 밀려 떨어지자 그 속에서 여섯 명이나 되는 어린 아이들이 튀어나왔다. 여섯 살부터 열두 살 정도의 귀엽게 생긴 아이들이었다.


“러시아에서의 당신의 실종은 조금도 시간 낭비가 아니었군요, 보다시피!” 돈 까밀로가 소리쳤다.


보도니가 다시 한 번 그를 응시했다. “아무래도 전에 어디선가 본 것 같아요.” 그가 되풀이 해서 말했다.


“그럴리가 없을 거요.” 돈 까밀로가 말했다.


“본 기억이 나더라도 잊어주시오.”


교육을 잘 받고 자란 아이들이었다. 비록 처음 잠깐 동안은 그들이 큰 소동을 벌였지만, 엄마의 몇 마디 말로 곧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난롯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 애들은 아직 어려서요.”


부인은 뜻밖에 찾아온 훌륭해 봐는 이태리 손님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아이들은 할머니께서 2층에서 편찮아 누워계신 걸 잊은 모양이에요.”


“우리가 그 분을 찾아 뵈어도 괜찮을까요?”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래 주신다면 어머니께서 아주 좋아하실 거에요. 다른 사람을 만나 볼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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