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56 전체: 155,077 )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9)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오리고프 동무는 감격에 넘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박수 갈채가 울리는 가운데서 십분 동안이나 돈 까밀로의 손을 붙잡고 두드렸다. 돈 까밀로는 통역관을 사이에 두고 오리고프와 의논한 끝에 말했다.


“이태리 공산당의 이름으로, 그리고 러시아 공산당대표자의 동의 아래, ‘니키타 흐루시초프 세포 조직’을 여러분께 알립니다!”


아홉 명의 세포 조직원들은 즉시 회의를 소집했는데, 그들은 모두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쉽게 회의를 열 수 있었다. 당헌 28조에 의해서 그들은 대표가 될 간사를 뽑았다. 까밀로 타롯치 동무가 지도자로 선출되었고, 나니 스카못지아 동무는 서기장으로, 페닷토 동무는 재무상으로 선출되었다.


빼뽀네는 투표를 하지 않았다. 뽑힌 간사들을 위해 축배를 올릴 때에야 비로소 돈 까밀로가 지도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그저 그의 술잔을 입 속에 털어 넣는 일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동무들”


돈 까밀로가 엄숙하게 선언하기 시작했다. “저는 무엇보다도 먼저 여러분께 저를 이토록 신임해 주신 것을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이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지체하지 않고 곧 활동을 시작할 것을 저는 제의합니다. 회의에 내놓을 안건이 있으신지요?”


아무도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자, 빼뽀네의 고뇌에 찬 시선을 받으며 그가 다시 침묵을 깼다.


“그렇다면 동지 여러분, 제가 한 가지 제의를 하겠습니다. 진정한 공산주의자는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당은 우리에게 완전하게 이루지 못하는 일은 어떤 것이나 불만을 표시하도록 지도하며, 어떤 실패도 용납될 수 없음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비판할 능력도 없고 자신과 당의 동지들에게 최선의 노력을 시도하지 않는 그런 당원은 지도자가 될 수도 없거니와 외부인에게 그 명분을 미뤄버리게 할 수도 없습니다. 당헌 제 9조에 제시된 여러 가지 의무 사항 가운데, ‘모범적으로 청렴한 사생활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바치까 동무, 동무는 오늘 오후에 우리가 종합 판매장을 방문했을 때, 밍크 목도리를 산 것을 시인합니까?”


“시인합니다.” 


바치까 동무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말했다. “오리고프 동무는, 우리가 원하는 건 무엇이나 사도록 허락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동무는 그 목도리 값을 돈으로 지불하지 않고, 동무가 이태리에서 가져온 나일론 스타킹으로 지불했다는 것도 인정하시지요? 만일 동무가 그 사실을 시인하지 않는다면, 동무는 거짓말쟁이가 됩니다. 만일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동무는 소비에트 연방 경제에 큰 해를 끼치는 암거래상과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사보타지를 한 사람이 됩니다. 이 두 가지 중의 어떤 경우든지, 동무의 사생활은 청렴에 대한 모범이 못 됩니다. 이것이 내가 비판하는 점입니다. 이제 우리 동지들은 모두 동무의 변명을 듣겠습니다.”


바치까 동무가 그의 생각을 정리하느라 고심하는 동안 페트로프나 동무는 돈 까밀로의 말을 오리고프 동무에게 통역해 주고 있었다. 바치까 동무가 몇 마디 입속말로 우물거리며 변명하자, 그들은 충분한 변명이 못 된다고 비난했다.


첫째로 그는 소비에트 연방의 세관을 속였고, 둘째로 소비에트 연방 경제를 사보타지 했고, 셋째로 그에 대한 소비에트 동지의 신의를 배반했다는 것이다. 오리고프 동무는 혁명 지도자였던 로베스 피에르가 재판에 임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바치까 동무는 그의 앞에서 자기 비판을 해야만 했다.


“자기의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것은 동무에게도 유리합니다.” 


돈 까밀로가 결론을 내리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치는 않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선 상원의원 뽀따지 동무의 의견을 묻겠습니다.”


빼뽀네는 권위있는 자세를 취하면서 비판을 시작했다.


“당은 모든 동지들의 개인 행동이 타인에게 본이 될 것을 진심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중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해 무관심할 순 없습니다. 맑스나 레닌주의자들에 의하면 공산당원의 사생활은 당의 생활과 일치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의 조직은 징계 기능을 행사합니다. 당 조직은 사회적인 책임을 개인적인 복지와 결속하여, 자본주의로 자신을 더럽히는 당원들을 바로잡아 줍니다.” 


그가 자신에 넘치는 어조로 장황하게 늘어놓자 오리고프 동무는 또 한번 그에게 찬탄의 미소를 보냈다.


“그러나 자기 비판과 비난은 죄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습니다.” 돈 까밀로가 덧붙여 말했다.


“위선과 불명예의 화신이라고 할 신부들도, 참회자에게 그의 죄에 대한 보상을 하도록 말해 줍니다. 도둑질을 했을 경우 그는 훔친 물건들을 제 임자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동무, 동무는 신부들을 모르는군요!” 빼뽀네가 화를 내며 끼어들었다.


“사제들은 도둑을 비난하기는커녕 오히려 도둑과 공모하고 있답니다.”


“나는 그들이 저지른 행동을 말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해야될 일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돈 까밀로가 설명했다.


“바치까 동무의 물건 교환 건은 분명히 절도죄로 취급해야 합니다.”


토론이 더 진행된 다음 스카못지아가 결론을 내렸다.


“훔친 물건을 소비에트 연방에 반환하는 일에 동의합니다. 바치까 동무가 그 물건을 나디아 페트로프나 동무에게 주도록 해주십시오.”


모두들 웅성웅성하면서 우물거리자 페트로프나 동무가 말을 가로막았다.


“여러분들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상원의원 동무가 말씀하신 것처럼 그 물건엔 이미 어느 정도 자본주의의 때가 묻어있습니다. 그러나 전 이미 오리고프 동무에게 말해두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리고프 동무가 그의 부인 소냐 오리고프나에게 그 물건을 선물로 주기를 원한다고요.”


이 기상천외의 해결책은 만장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바치까 동무는 밍크 목도리를 빼뽀네 동무에게 건네주고, 빼뽀네는 그 물건을 새로 구성된 ‘니키타 흐루시초프 우주 세포 조직’을 대신해서 오리고프 동무에게 주었다. 


나일론 스타킹 건에 관해서도 바치까 동무 자신을 빼놓고는 모두들 완전히 잊고 있었다. 돈 까밀로가 바치까 동무에게 모든 당 활동을 6개월간 중지하도록 선언하고 폐회하자, 바치까는 그에게 무서운 분노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들이 2층으로 올라갈 때 그는 돈 까밀로의 소매를 잡고 비난을 퍼부었다.


“동무, 공산당은 우리 두 사람을 한데 묶어둘 만큼 관대하질 못하군요!”


“정직하지 못한 당원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오.”


돈 까밀로가 말했다.


불을 끄기 전에 돈 까밀로는 그의 유명한 공책을 펴서 이렇게 적어나갔다.


‘제 2번, 바치까 동무가 도덕적인 문제로 제거되다.’


빼뽀네는 침대 밖으로 팔을 내밀어 그 공책을 잡아채서 주석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는 돈 까밀로에게 공책을 던져주면서 말했다.


 “다음 기록은 이렇게 되겠지요. ‘제 3번, 아래의 서명자는 빼뽀네에게 제거되다?”


돈 까밀로는 그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동무, 동무는 지도자와 얘기하고 있다는 걸 잊고 있소. 그리고 공산당 지도자는 그렇게 쉽사리 제거되지는 않습니다.”


“동무는 동무가 속해있는 공산당을 모르시는군요!” 


빼뽀네가 대꾸했다.

 

도로 정책

 

 


“동무, 혹시 우리 일행 명단이 들어있는 당의 기록 서류를 가지고 있나?”


빼뽀네는 면도하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다가 화난 듯이 눈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보았다.


“그건 엄밀히 말해서 내 일인데요.”


“우리의 일이란 뜻이겠지. 지금 나는 세포 조직의 지도자란 말이오. 나는 내 부하들에 대해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