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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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6)
knyoon

 

 

 

 

(지난 호에 이어)
돈 까밀로는 여러 가지 계획을 짠 뒤, 어느 날 밤 11시에 빼뽀네의 집 앞에서 그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실례하오.”


돈 까밀로는 빼뽀네가 자물통에 열쇠를 넣고 돌리는 동안 말했다.


“그러니까 자네가, 악명 높은 사기꾼과 손잡고 눈감아 주는 신부들에게 착취당한, 바로 그 가난하고 순진한 사람들 중의 한 분이시던가?”


빼뽀네는 간신히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나 돈 까밀로를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겨를이 없었다. 돈 까밀로는 단도직입적으로 요점을 말했다. 


“상원의원 동무.”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다음 번에는 내가 재주를 부릴 차례일세, 내가 모든 사실을 다 불어버리면 당신은 온 나라 안에서 웃음거리가 될 거요. 자네 선거구 주민들이, 자네가 세금쟁이와 공산당의 눈을 속여 경마에서 상금을 따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 어디 기다려 보게! 게다가 자네가 인민의 적이라고 단정을 내린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투기업자에게 천만 리라의 돈을 넘겨주고 감쪽같이 그들을 속인 사실을 선거구 주민이 알게 될 때까지 기다려 보라구!”


빼뽀네는 겁날 것이 없다는 듯이 앞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명예훼손죄로 당선을 고소할거요. 신부님이 증거를 댈 재주는 없을 테니까요.”


“모든 사실을 나는 증명할 수 있지. 자네 이름이 그 사람의 서류 속에 들어 있다네. 그 사람이 자네에게 이자를 지불할 때 보낸 수표 말일세, 내가 그 수표 번호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일세.” 


빼뽀네는 갑자기 흘러내리는 이마의 땀을 씻었다. “그 따위 치사스런 계략을 내게 부리다니!”


돈 까밀로는 의자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말했다. “그건 치사스런 계략이 아니라 자네가 써 붙인 선전 포스터에 대한 회답일 뿐이오.”


빼뽀네는 감정이 폭발했다. 그는 그의 윗저고리를 북북 뜯듯이 벗어 소파 위에 내던지고, 넥타이마저 풀었다. 그리고는 돈 까밀로에게 바짝 다가 앉았다.


“복수할 필요가 없게 되었소.” 그는 신음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나는 돈을 한 푼도 안 남기고 다 잃어버렸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굉장한 이자를 받아냈으니 손해는 없었을걸?”


빼뽀네는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그는 낙심한 듯이 내뱉었다.


“신부님, 3백만 리라로 해결을 보실까요?”


“동무, 자네는 그 따위 제안을 내서 나를 모욕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럴수록 더 곤란한 입장을 자초하게 될 텐데.”


그는 신문을 꺼내어 펼쳐놓고, 뒷면에 실린 한 기사를 가리켰다.


“우린 자네가 어떤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지 알고 있소. 자네가 러시아행 공짜 여행에 동반하려고, 공로가 큰 10명의 동지를 뽑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소. 우리는 이번 계획에 간섭할 생각은 없소. 그렇지만 자네가 이 땅을 떠나는 즉시 자네 비밀을 폭로할거요. 자네의 당 지도자들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더욱 볼만 할게요.”


빼뽀네는 할 말을 잃었다. 돈 까밀로를 잘 알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돈 까밀로를 막을 재주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의 풀 죽은 모습을 보자 신부님의 마음에 동정심이 일었다.


“동무”


돈 까밀로가 말했다.


 “자네는 자신이 숙청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다만” 


 다만, 뭐요?”


빼뽀네는 고개를 들고 신음하듯이 말했다.


돈 까밀로는, 수치를 면할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을 아주 침착하게 들려주었다. 빼뽀네는 그의 턱을 가슴에 묻은 채 듣고 있었다.


“신부님, 농담을 하고 계시나요?” 신부가 말을 마치자 그가 물었다.


“그건 농담이 아니요. 그렇게 할 것인가, 죽음을 택할 것인가 기로에 서있는 문제요.”


“돌았군요, 신부님”


빼뽀네가 벌떡 일어서면서 말했다. “아주 단단히 미쳐버리셨군요!”


“맞아요, 동무. 그러니까 자네가 싫다고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란 말이오. 미친 사람들은 위험한 법이오. 내일 밤까지 말미를 주겠소.”


이틀 후에 돈 까밀로는 노주교에게 갔다. 노주교는 그의 이야기가 다 끝날 때까지 잘 참고 들어주었다.


“이야긴 다 했소?” 노주교가 물었다.


“내 생각엔, 돈 까밀로 신부님이 산 속에 들어가 요양하면 고칠 수 있는 병인 것 같소.” 


돈 까밀로는 머리를 저었다.


“제 말엔 한치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그가 주장하기 시작했다.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입니다. 우리들의 가장 열렬한 공산당원과 러시아 사람들하고, 두 주일 동안이나 직접 접촉하게 되는 겁니다!” 


주교는 실망하는 낯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돈 까밀로 신부, 도대체 누가 신부의 머리 속에서 그런 생각이 나오게 했을까요?”


“아무도 아닙니다. 제가 혼자서 그런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누가 압니까? 예수님께서 저에게 그런 생각을 갖도록 하셨는지도.”


“믿을 수 없는 일이오.” 주교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어쨌든 그 의견에 요지부동이란 말이지요. 게다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한 마디도 건네지 않고 허락해주기를 바라겠지요? 만약 그 사람들이 당신이 누군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지요?” 


“결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약속 드리지요. 제가 철저하게 위장을 할 테니까요. 제가 말씀 드리는 건, 옷으로 변장한다는 뜻이 아니고요, 제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게 정말 중요한 거에요. 얼굴 표정이나 말투를 공산주의자들의 틀에 맞추기 위해서는 평상시의 생각도 공산주의자들의 사고방식으로 가장해야 합니다.”


주교는, 발을 올려 놓고 쉬고 있는 의자에 대고 지팡이를 두드렸다.


“그건 정신 나간 짓이오, 신부.” 그는 결론을 내리듯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주교님.” 돈 까밀로도 동의했다. 


“이제 그만 가도 됩니다.” 주교가 덧붙여 말했다.


돈 까밀로가 무릎을 꿇자, 주교는 숙이고 있는 그의 머리 위에 꺼칠한 손을 올려 놓았다,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시기를 빌겠네, 돈 까밀로 동무.” 주교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돈 까밀로는 주교님이 너무 낮은 음성으로 말했기 때문에 그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 말을 알아듣는 데 조금도 지장이 없으셨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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